공격수에서 수비수로의 전향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 그리고 생체 아마추어 수비수가 살아남는 법! > 수비수포럼

공격수에서 수비수로의 전향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 그리고 생체 아마추어 수비수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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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칼잡이 夢海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0건 조회 7,095회 작성일 15-06-2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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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그럴싸하게 멋있게 달아봤는데 사실 내용은 별 것 아닐 겁니다.^^

1. 공격수에서 수비수로의 전향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

제가 지금부터 약 1년 7개월 전인 2013년 11월 수비수로 전향을 하면서 한 1년 고생하고 나면 상대의 강한 드라이브를 멋있게 깎아서 나풀나풀 넘어가는 그 아름다운 그림을 마음속으로 그렸더랬습니다.

당시 전향을 할 때 주위의 사람들은 많이 말렸었어요.

우선 나이가 이제 50대 중반인데 수비수는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과연 수비수로 전향해서 버텨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구요.

둘째는, 그래도 나름 쎄다고 소문난 인천에서 상대에게 공이 아니라 마치 내가 뛰어드는 듯한 무서움을 준다는 소리를 듣던 그런 막강한 공격력으로 3부까지 올라온 상태에서 갑자기 수비수로 전향해서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쉽겠는가? 그렇게 전향을 하면 최소 2년 이상을 최소한 두어부수 정도는 실력이 떨어질텐데 그 상당한 긴 시간을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주위에서 말리는 상황에서 정말 제 나름대로는 아주 독한 마음 먹고 전향을 했었더랬습니다.

그 이후 체력적인 부분은 그나마 건강한 체질이라서 아직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만 두 번째 우려는 현실로 다가 왔습니다.

막말로 전향한 초기에는 5부 내지는 6부 좀 잘치는 사람하고 맞다이로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력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그 동안 수많은 전향을 해봤습니다만 가장 힘든 전향이었습니다.

평면에서 숏으로 롱으로 전면 롱으로 양뽕으로 등등 많은 전향을 해봤지만 공격수에서 갑자기 수비수로 간다는 것은 그런 것하고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따랐습니다.

전향을 했다는 이유로 부수를 조정해서 낮출 수 있다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면 되니까 문제가 안되겠지만 우리 인천의 경우 만 55세 이상 3부 이상의 경우 한 부수를 하향할 수 있는 것 말고는 어떤 이유로도 한 번 올라간 부수를 하향 조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3부로 버티는 상황에서 실력은 5부 이하로 떨어져 있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회가 있으면 당연히 어느 정도의 승률이 보장되어줘야 하는 단체전에서 배제되는 것을 당연한 일이고 하다못해 동호회 자체에서 어떤 작은 단체전이나 편갈라서 음료수 내기만 벌어져도 제가 들어가면 1패를 안고 가게 되다보니 거의 민폐가 됩니다.

어떨 때는 구장의 초보와 가위바위보로 편을 나누어야 하는 굴욕을 감내하기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그래도 흐르고 흘러서 1년이 지나면서부터 그나마 어느 정도는 남들이 경기를 볼 때 아 저사람 수비수구나! 할 정도까지의 정체성은 찾았으나 그 뒤로도 승률 자체는 좀처럼 찾아오기 힘들었습니다.

5부 이하로 떨어진 승률을 다시 3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게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기기 위해서 공격에 마구 나서게 되면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고....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하면서 수많은 유혹과 좌절을 버티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지금 이제는 "아! 저사람 그래도 어쨌든 3부는 3부구나!" 할 정도까지는 승률을 되찾아왔습니다.

제법 깎는 것이 뭔지도 알 것 같고 깎다가 공격에 나설 타이밍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기도 하구요.

이제 한 2개월 정도 전부터 즉, 수비수로 전향한지 1년 6개월 쯤 되는 시점부터는 거의 80% 이상은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이 돌아온 느낌이 있고 자리도 잡혀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승률이 40%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최소한 과거 공격수 시절처럼 승률은 6~70% 까지는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제 생각에 금년은 지나서 내년쯤부터 즉, 2년 정도만 지나가면 최소한 과거의 승률은 찾아올 수 있을 듯 합니다.

긴 터널을 지나가고 이제 출구가 저 멀리서 보이는 듯 합니다.

제 이야기를 서두에 좀 길게 썼는데요. 이건 혹시라도 현재 공격수이신 분이 수비수로의 전향을 고려하고 계시는 분이 계신다면 제가 겪었던 이런 고통은 각오를 하시고 시작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 제 경험을 써봤습니다.

2. 두 번째 이야기 생체에서 우리 아마추어 수비수가 살아남는 법!

네! 서두에 제가 그랬죠.

제가 처음 수비수로 전향을 할 때는 주세혁, 서효원, 우양 같은 선수들처럼 상대의 강한 공격을 멋있게 깎아서 공을 나풀나풀 보내는 그런 멋있는 그림을 마음으로 그리면서 전향했다구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동영상에서나 보던 그런 멋진 플레이는 나오지를 않았고....

전향 초기에는 명색이 수비수라면서도 상대가 공격 한 번만 하면 아예 막지를 못하고 뻔히 보고만 있었구요.ㅜ.ㅜ

시간이 흘러 깎는 것이 조금씩 좋아지니까 이제 상대가 공격을 해주지 않습니다.

아니 상대가 무슨 드라이브를 걸어와야 멋있게 깎던 말든 할게 아닙니까.^^

저랑 붙으면 하나같이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공격은 해오지 않고 그냥 상대도 주구장창 보스커트만 하면서 버팁니다. 도저히 답답해서 못 견뎌서 거꾸로 제가 공격을 할 때까지요.

그래서 참지 못하고 공격에 나서면 되레 자기가 블록을 하거나 로빙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저랑 붙으면 하나 같이 누가 수비수인지 헷갈리는 경기를 합니다.

초기에는 심지어 보스커트도 아니고 그냥 공을 툭툭 던져오며 되레 저보고 공격하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자기가 로빙을 하면서 되레 내가 공격할 때까지 버티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사실은 그게 제가 백핸드를 숏핌플로 바꾼 가장 큰 이유 입니다.

롱핌플로 수비를 하고 있으면 상대가 계속 보스커트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시로 회전을 풀어서 툭툭 던져오거나 심한 경우 로빙성으로 버텨오기까지 할 때 마땅한 대책이 없었습니다.

유일한 대책이랬자 돌아서서 공격하거나 트위들링을 해서 평면으로 응징하는 방법인데 그나마 노골적인 로빙의 경우는 제가 원래 공격수 출신이라 돌아서서 패는 것을 무지 잘하기 때문에 상대가 그러는 것을 알면 그냥 돌아서서 두들겨패서 강력한 응징이 가능했는데요.

이쪽에서 깎아서 보낸 공을 공의 아랫부분을 툭 들어서 어정쩡한 높이의 맨공을 던져오는 것에 대한 응징은 트위들링 밖에 없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더라구요.

돌려서 공격했을 때의 성공률도 문제고 공격할 줄 알고 떨어졌다가 갑자기 공을 툭 던져오면 뛰어들면서 라켓을 순간 돌려서 공격한다는게 말처럼 쉽지도 않았습니다.

선수출신들을 보면 잘하긴 하던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숏핌플로 바꾸었더니 그 것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런 어정쩡한 공을 주면 여지 없이 가서 쳐버리니까요. 상대도 그건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제 그냥 죽자사자 보스커트만 해옵니다.

니가 먼저 지치나 내가 먼저 지치나 보자는 식으로 덤벼옵니다.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막말로 계속 보스커트 싸움만 하고 있으면 결국 제가 이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아직은 어설픈 수비수라고 해도 그래도 제가 명색이 수비수 아닙니까.

수비수가 커트싸움에서 지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제가 수비수라서 계속 그렇게 무슨 탁구도 아니고 공놀이하듯 커트질만 서로 하고 있으면 보는 사람들이 지겨워 하기도 하고 저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눈총이 오는 것 같이 느껴진단 말이죠.

특히, 탁구장 리그 같은 것에 갔는데 상대들이 하나 같이 저에게 그렇게 경기를 풀어오면 참 난감합니다.

본의 아니게 저 때문에 시간이 자꾸만 딜레이 되니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수비수를 만나놓고 공격수라는 사람이 공격을 안하고 커트질만 하고 있으니 당연히 공격수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그 사람은 저한테만 그러지 다른 사람하고는 그렇게 경기를 안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 자체가 짧습니다.

근데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러다보니 제가 경기하면 그렇게 경기가 루즈해지지요.

그게 참 심리적으로 힘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정체성을 포기하고 공격에 나서면 이길 수 있으면 다행인데 이제는 수비수라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게 아니라 항상 수비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가 공격을 안 해온다고 제가 공격에 나선다는게 쉽지도 않습니다. 성공률도 당연히 떨어지구요.

그래서 그게 참 힘들고 경기도 짜증스럽고 그랬습니다.

아니 선수들은 수비수 만나면 어떻게든 드라이브로 뚫어보려고들 하는데 이 사람들은 겨우 내가 깎아주는 것을 걸어오지 못해서 이렇게 날 한 번 이겨보겠다고 주구장창 커트질만 하고 있는가 원망도 되고 암튼 되게 짜증스러웠어요.

그러니 승률이 나올 수 없습니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면 그냥 경기 포기하고 제가 무분별한 공격을 하다가 자멸하곤 했지요.

그런데 최근부터 뭔가 깨달음이랄까 그런게 오고 있습니다. 아직 다 온 게 아니고 조금씩 오고 있습니다.

뭐냐면 상대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공격을 하다가 꼬라박고 날아가고 하는 것을 보거든요.

제 입장에선 상대가 그렇게 계속 공격에 나서주면서 꼬라박고 날라가고 그래줬으면 좋겠지만 상대 입장에선 제 공을 섣불리 공격하다가 자꾸 미스가 나는데 그렇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용기를 낸다는게 쉽지를 않겠지요. 그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대가 공격을 해오지 않고 계속 커트질만 하고 있으면 짜증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 겁니다. 아직 저 자신이 극복을 못했으니까요. 아직도 그걸 못참고 제가 공격에 나섰다가 자멸하는 경기가 더 많으니까요.ㅜ.ㅜ

생체 아마추어 수비수가 살아남는법! 그렇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깎는 기술도 아니고 역습공격을 적절하게 할 줄 아는 기술도 아닙니다.

그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이 갈 수록 미세하게라도 좋아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질 죽이기 입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보는 사람들이 하품을 하든 심지어 보다가 고꾸라져서 잠들든 말든 상대가 공격을 안하고 보스커트질만 해오고 있으면 그런 상황에 커트잡이인 제가 공격에 나서면 안된다는 것이죠.

짜증나고 보는 사람에게 미안하고 심판에게 미안하고 다 미안하던 말든 참아야 합니다.

비록 허벅지를 찌를 젓가락은 없지만 입술을 깨물면서 혀를 깨물면서 참아야 합니다.

어쨌든 상대가 공격수인데 그 공격수가 공격을 할 때까지 참아야 됩니다.

수비수인 제가 먼저 공격하면 안 됩니다. 참아야 됩니다. 그래야 살아남습니다.

생체 아마추어 수비수가 살아남는 법!

네! 생체 아마추어 공격수들은 수비수를 만나면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수비수가 되레 공격할 때까지 자기가 되레 수비수인척 하면서 절대 공격 안합니다.

그걸 참아야 합니다. 그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수비수이고 그걸 참아야 실력있는 수비수 입니다.

이렇게 잘 알면서도 저는 아직 그게 안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수비수인 제가 먼저 공격에 나서서 자멸하고 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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