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奇緣, 탁구가 늘지 않는 중년 초보만 모르는 무림 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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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탁구장이나 중년에 탁구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 중엔 그저 몇 개월 정도 배우면 어느 정도 고수가 될 것이라 예상하시고 탁구장에 왕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탁구를 처음 접하니 그렇게 생각 하실 만도 하다.
하지만, 몇 개월 배우면 고수라는 생각은 탁구를 정말 몇 개월 치다보면 금방 깨지게 되는 생각이다. 그런데 탁구를 몇 년 접하신 분들 중에서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여전히 건재하시다.
그런 분들에 대해 나름 추론을 해보자면, 혹시 이분들은 사회에서 나름 성공한 분들이시기에, 내가 사회에서도 이렇게 성공한 사람인데, 탁구, 그까이꺼 뭐, 몇 달만 배우면 충분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분들 중 또 몇몇 분들은 무림 비급을 찾아 중원을 탐험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듯했다. 단기간 연마하고 나면 중원을 호령하는 절정 고수가 되는 그런 절세신공(絶世神功)을 찾아 이 탁구장 저 탁구장, 이 코치, 저 코치, 이 고수, 저 고수를 찾아 삼만리를 즐기시는 그런 탁구 방랑객. 뭐, 취미인데 나쁘지 않다. 즐기면 되는 일.
수십 년 전 군대에 입대하면서 내가 느낀 충격 중 하나는 사회에서 무엇을 했던 입대해서 이등병이 되면 왜 그렇게 어수룩하고 아는 것은 없고 배만 고프단 사실이었다. 비슷한 일인가? 사회에서 당신이 무슨 일을 하셨던 탁구장 문을 열고 중년의 나이에 탁구 초보가 되면 지금까지의 삶은 모두 리셋(reset) 된다는 냉엄한 현실 이란.
예전에 허름한 탁구장에서 어떤 분이 내게 툭 질문을 던지시길, 어떻게 하면 탁구 실력이 쭉쭉 느는지 궁금하시다는. 이 분은 탁구장에 열심히 출근은 하시는데, 몇 년 탁구를 치셨다는데, 실력은 늘 그 자리. 나는 대답하길, 그저 즐겁게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실력이 는다고 말씀드리고 함께 연습하곤 했었다. 어느 탁구장이나 그런 분들은 계실 것이다. 열심히 탁구 수련은 하시는데 게임 실력은 그다지 늘지 않는 중년 초보 분들. 어찌 보면 이분들은 탁구를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계신 분인지도 모를 일. 안타깝다. 이분들에게 나의 무림비급이라도 읽어드리고 싶은 솔직한 심정.
그래서 나는 선생님과 탁구 연습을 하며 그런 걱정을 했었다. 선생님이 혹시 기연을 얻어 단 기간에 고수를 꿈꾸는 그런 분이라면 나는 어찌해야 하나 하는 막연한 걱정. 다행히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상식적인 분이신지라 내 조언을 잘 받아들이셨고 그저 묵묵히 기본기 훈련에 매진하셨다. 그리고 훈련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명쾌하게 이해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예를 들어 말씀드렸다. 탁구 동호인의 실력을 내 마음대로 나열해 보자면 대략,
1)공을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 넘기다가 실수. 리시브 꽝,
2)넘기기는 하는데 보스 커트로, 하회전 공에 대해 드라이브하다가 실수 50%, 리시브 꽝.
3)하회전 공 드라이브로 공격, 성공 70%, 위력 없음. 연결 부족. 리시브 되나 가끔 실수.
4)하회전 공 드라이브로 자유자재로 공격 가능, 성공 90% 이상. 연결 어느 정도. 리시브 됨.
5)하회전 공에 대해 위력적인 드라이브, 성공 90% 이상, 연결 10구 이상 가능.
6)공격, 연결, 작전이 가능. 속이기 가능.
7)실수가 없다, 연결, 작전 기본, 속이기, 한 방 드라이브 구사, 공도 빠르다.
8)드라이브 공격, 공이 빨라서 방어가 힘든 수준.
9)드라이브 공격, 공이 보일 듯 말 듯.
10)드라이브 공격, 공이 안보임.
일단, 2) 정도, 하회전 공에 대한 공격도 안 되고, 리시브도 안 되면, 초보 수준이다.
동네 탁구장에서 탁구를 즐기는 중년 초보 분들 중 2)~ 3) 그룹에 속하신 분들이 다수라고 생각된다.
3)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느냐가 관건. 이 수준을 넘어야 탁구 실력 향상이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음.
아마, 4)~5) 정도면 웬만한 탁구장에서 고수 대접을 받을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6) 정도 넘어 가면 동네 탁구장에서 어느 정도 최고수?
혹시 중년 초보의 탁구 방랑의 이유가 어느날 갑자기 기연을 얻어 순식간에 레벨 6)에 도달하고 싶어서라면, 흠, 그 스토리는 연재가 길어질듯한 예감.
내 경험으로 보건데, 탁구를 시작한 많은 중년 초보 동호인들은 레벨 3) 고지에서 고생을 많이 하신다. 하회전 공에 대한 공격 능력, 하회전 공에 대한 백핸드 드라이브, 포핸드 드라이브.
이 고지에서 장기 휴가 중인 분들의 특징은, 탁구장에 도착하시면, 커피 한잔 드시고, 대화를 나누시다가, 몸 푸신다며 30분 이상 포핸드 롱, 정타로, 엄청 빠른 속도로 딱딱 치면서 연습. 이 실력만큼은 뭐 달인 수준. 그리고 백핸드 10분, 보스 커트 5분, 그 다음 플레이.
경기 내용은 간단하다. 하회전 서비스, 보스 커트 리시브, 보스 커트 넘기기, 보스 커트 넘기기, (누구 하나 실수 할 때까지), 그러다 어느 정도 넘기다가 못 참는 분이 스매시. 성공하면 득점이요 실패하면 실점. 어쩌다 드라이브 시도, 실수. 다시 보스 커트. 앞 과정 무한 반복.
이것이 레벨3 장기 체류자의 전형적인 경기 모습이요, 탁구장의 중년 초보 선수들의 훌륭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레벨3을 넘으려면 하회전 공에 대해 자유자재로 공격해서 성공률이 80~90% 이상이 나와야 한다. 위력은 중요치 않다. 하회전 공을 드라이브 공격하는 것이 핵심인데, 탁구 치러 오셔서 게임 전에 이런 연습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드라이브가 어찌 게임 중에 자유자재로 구사되겠는가.
하회전 공에 대한 드라이브 성공률이 적어도 80~90%가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하회전 공을 어떻게 드라이브로 넘기는지 그 요령을 정확히 모른다는 것과 같은 말. 즉, 하회전 공을 넘기는 ‘공식’을 모른다는 것이다. 감각이라는 것은 날마다 다르다. 어제 과음하면 오늘 몸이 다르고, 어제 밤잠을 설쳐도 오늘 몸이 달라져서 감각이 달라질 수 있다. 더더군다나 하루하루 나이 들어가는 중년임에야.
몸이 어떤 상태 던, 하회전이 아무리 강하던, 그 공을 자유로이 넘기는 ‘공식’을 반드시 터득해야 한다. 주위에서 누군가가 지도해 주고, 도움도 줄 수 있겠지만 그 노하우만은 자신만의 깨달음으로 얻어야 한다. 완벽한 ‘공식’, 이렇게 하면 아무리 강한 하회전 공도 가볍게 위력 없이 넘길 수 있는 완전정복이 필요하다.
선생님과 연습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 ‘공식’ 터득에 할애하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강력한 하회전 공을 드라이브로 요리하기 전 에피타이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강력한 하회전 서비스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의 강력한 하회전 서비스-상대의 보스 커트-나의 드라이브 공격, 상대의 강력한 하회전 서비스-나의 보스 커트-상대의 보스 커트-나의 드라이브 공격,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레벨 3)을 뛰어 넘은 분에게 주는 탁구의 선물이 있다. 아무리 강한 하회전 공이라도 가볍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상대의 긴 서비스는 모조리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나의 하회전 서비스-상대의 보스 커트-나의 드라이브 공격, 상대의 긴 서비스-나의 드라이브 공격,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런 연습을 하면서 결국 게임에서는 포핸드의 사용 비율보다 백핸드의 사용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이쯤에서 선생님께서는 눈치 채셨다. 그렇다. 누가 포핸드로 공을 주는가? 안준다. 결국 백핸드로 공을 준다. 백핸드 싸움이다. 당연하다. 대부분 중년 초보는 백핸드가 더 취약하다.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것은 당연 한 일. 백핸드 싸움에서 밀리면 게임은 절대 불리. 중년의 나이에 탁구를 배우는 초보 동호인이 백핸드로 오는 공을 돌아서서 포핸드로 드라이브 공격한다? 무리입니다. 그렇게 플레이 할 수 있다면 박수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레벨 3)의 장기 투숙자들께서, 다음 레벨로 넘어가시길 원한다면, 하회전 공에 대한 드라이브 공격 요령을 완벽히 터득하셔야 하며, 상대방의 긴 서비스는 드라이브 공격으로 응징 가능해야 하며 상대방과의 백핸드 싸움에서 적어도 밀리지는 않아야 한다는 사실. 아, 포핸드는 기본. 이런 기본기가 무림비급 제1장 제1절인 셈.
무림비급 제1장 제2절. 절대 떨어지지 말 것. 영어로 out of sight, out of mind. ^^;
탁구는 할 수만 있다면 테이블에 붙어서 치는 것이 유리하다. 탁구만 그러한가? 테니스, 배드민턴, 배구 등 네트를 치고 하는 운동은 공이 내 영역으로 오자마자 처리할 수 있다면 절대 유리하다.
중국 족구가 일본 족구가 네트를 점령하려는 이유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건 중년의 초보 동호인이라도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년의 나이에 중 후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경기를 원하신다면 그것도 괜찮다. 취미로 하는 운동이니까. 하지만 권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초 전진에서 게임하는 형태로 훈련하고 계신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게 훈련이 되어 있어야 전진에서 조금 불리하다 싶으면 중진으로 물러나서 게임을 이어갈 수 있고, 경기를 뒤집을 희망이라도 생긴다. 중진, 후진에서 훈련하던 분이 게임이 불리해진다고 전진으로 나와서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므로 훈련은 주로 전진에서. 그리고 조금 시간 내서 중진, 후진 연습도 병행해주면 이것을 우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부르는 것이라는.
오늘의 무림비급, 탁구도 연애도 붙어서, 그래야 뭐가 되도 된다는.
댓글목록
calypso님의 댓글
calyps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좋은 내용이네요.
저도 강벽님께서 말씀하신 2-3번 장기 투숙자입니다.
강벽님 긴글중에서 이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 고지에서 장기 휴가 중인 분들의 특징은, 탁구장에 도착하시면, 커피 한잔 드시고, 대화를 나누시다가, 몸 푸신다며 30분 이상 포핸드 롱, 정타로, 엄청 빠른 속도로 딱딱 치면서 연습. 이 실력만큼은 뭐 달인 수준. 그리고 백핸드 10분, 보스 커트 5분, 그 다음 플레이. 경기 내용은 간단하다. 하회전 서비스, 보스 커트 리시브, 보스 커트 넘기기, 보스 커트 넘기기, (누구 하나 실수 할 때까지), 그러다 어느 정도 넘기다가 못 참는 분이 스매시. 성공하면 득점이요 실패하면 실점. 어쩌다 드라이브 시도, 실수. 다시 보스 커트. 앞 과정 무한 반복."
대부분의 생활체육인들이 2-3번 장기투숙자들이 되는 이유가 결국 백스핀 공에 대한 탑스핀 대응 연습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인거 같습니다. 처음 정말 초보 시절에는 이것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다가 한 1년정도 치면 대부분 이게 핵심이라는걸 깨닫게됩니다. 제 생각에는 3 가지 방법으로 이걸 연습할수 있는데, 다른 방법이 있느지 모르겠습니다.
1. 레슨 받기; 그럼 코치가 백스핀 공 멀티볼 연습을 시켜주고, 백스핀을 탑스핀으로 넘기는 걸 가르쳐줍니다.
2. 탁구 로봇 활용; 개인 소유든 탁구장 로봇이던, 사용가능하면 백스핀 공으로 세팅해 놓고 그걸 팝스핀 공으로 넘기는 연습을 혼자 하기, 요즘 유튜브 뒤져보면 교과서적인 설명이 잘 된 동영상이 많이 있죠.
3. 탁구 동료들 끼리 멀티볼; 마음이 맞는 탁구 동료가 있으면 서로 백스핀 멀티볼 연습을 도와주기.
가장 좋은 방법이 1번인데, 레슨 받는걸 선호하지 않는 부들도 계시고요.
저는 그동안 2번 방법으로 연습했는데, 저렴한 가격의 1 wheel machine은 탁구공의 속도와 스핀양이 독자적으로 선택이 안 되어서 연습하기 적당하지 않았고, 2 wheel machine을 써야합니다.
탁구로봇보다는 가능한면 3번 방법이 더 좋은거 같습니다.
이 옵션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나요?
탁구친구님의 댓글
탁구친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림비급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때가 완전초보를 벗어난 인증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개중에는 본인이 고수급으로 올라갈 수 없음을 알아도 그저 기존(막탁구?) 스타일 대로 치는 것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한 분들끼리 탁구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는건데
어쩌면 그게 생체탁구의 매력같습니다.
운탁구님의 댓글
운탁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표현력이 참 좋으시네요...지당하신 레슨입니다...저는 실력이 늘리려고가 아니라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레슨을 하고 있지만...그 동안 안했던 자세들을 시도 하면서 희열을 느끼고..빽쪽 처리 능력을 부단히도 연습하고 있습니다...나이가 있어서 다리 움직임이 둔하니...정말 좋은 글입니다...
전국최하수님의 댓글
전국최하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3번을 넘지 못하는 제 눈을 뜨게 해주시는 글이네요. 이제 눈을 떳으니 라켓을 잡아야 할텐데 시절이 하수상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