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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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오랜만에 탁구장에 들렸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탁구를 쳤는데요.
제 실력이 이분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할 수 없기에 나름 재밌게 쳐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한 할아버지와 함께 1시간 가량 랠리 삼매경...
이분이 저만보면 찾아오시기에 저도 은근히 기다려진달까...
어쨌든 그분들이 가시고 좀 더 앉아있으니 한사람이 들어오더군요.
나이는 나보다 많아보이고 좀 꾀죄죄하달까...
관장님이 캄보디아 사람이라고 같이 쳐달라고 하라더군요.
그래서 부탁을 하고 함께 치게됐습니다.
말 그대로 꾀죄죄한 외양이라 얼마나 칠까... 했는데.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라는 말이 있죠. 이말은 달리 말하면
'하수는 고수를 절대 못 알아본다'
라고 할 수 있겠죠?
이쪽은 레슨 받은 폼대로 포핸들 치고 블럭을 하는데,
이분은 그냥 툭, 툭 칩니다.
그런데도 공은 쭉쭉 뻗어오고...
몇번 랠리가 왔다갔다 하더니, 이분이 갑자기 커트볼를 보내시더라구요.
게다가 딱 드라이브 연습하기 좋게요.
30%.
제 커트볼 드라이브 성공률 입니다.
그런데 한 20분 죽자고 드라이브 연습을 해보니 한 50% 로 올라간것 같더라구요.
그사람은 별 표정없이 제공을 받아줬는데 정말 힘들이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아...! 이게 고수구나...!'
벌써 스피드의 체감률 부터 틀리더군요. 세게 걸고, 세게 때린다고 했는데 별 감흥없이 받아내내요.
내가 미치기에는 한참 먼 곳에 있는것 같은 느낌.
따라가기에는 너무 떨어져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여태 잘 치시던분들중 이렇게 연습시켜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충 몇번 받아주다가 다른 사람들과 치러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헌데 이분은 묵묵히 계속 쳐 주더군요.
그때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이 사람은 그사람과 약속이 있다고 가버렸습니다.
겨우 20분에서 25분.
그런데 전 다리가 다 풀렸습니다.
더 이상 탁구칠 힘도 없어서 그길로 집에 오면서 생각합니다.
'참 갈길이 멀다...'
고수를 만나 배웠으면 즐거웠어야 할텐데, 이 씁쓸한 마음은 무엇일까요?
실력 향샹에 신경쓰지말고 할아버님들과 즐탁하기로만 생각했는데, 이 허전한 마음은 뭘까요?
댓글목록
고고탁님의 댓글
고고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냥 지금처럼 쭉 즐탁하세요.
하다보면 하나둘씩 깨달음과 배움이 있겠지요.
잘치든 못치든 탁구는 즐겁잖아요.
무엇보다도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건강하게 해주는 마법같은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