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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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저보다 고수님과 랠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표정이시죠?
고수가 어쩔수 없이 하수와 쳐야할때 나오는 그 심드렁~~~! 한 표정.
이분의 표정이 좀 그랬습니다.
하수가 잘 받을수 있도록 적당한 스피드로 쳐주셨는데요.
펜홀더로써 아래에서 위로 스핀을 걸어 주셨습니다.
초보들은 이게 더 받기 힘듭니다.
포물선이 높은 스핀 많은 드라이브공.
레슨 받을때는 그래도 네트위를 적당한 높이로 넘어 오지만,
이렇게 스핀많고 포물선이 높은공에는 적응이 안돼있으니 받기가 좀 힘들지요.
어떻게, 어떻게 간신히 공을 넘기고 있는데 옆에서 보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왜 공격을 안하지?"
공...격... 이라니...
랠리 하는데 공격해도 돼나? 그럼 어떻게 공격하지...?
그때 예전에 있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저보다 좀 못하시는 아주머니와 랠리 하면서 그분의 공을 받아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분.
공을 스매싱해서 빽쪽으로, 또 파 쪽으로 계속 보내시는겁니다.
제가
"이쪽 포핸드로 보내보세요."
했더니
"아... 내가 양쪽으로 보내는걸 잘 못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
......
......
그러니까 나에게 아무말 없이 나를 X개 훈련시켰던 말이지?
몇번을 공 받으러 왔다갔다 했다는게 화를 돋구네요.
해서 세게, 세게 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분에게도 공격이라고 빽쪽, 파쪽으로 계속 보내면 화를 낼텐데...
그 뒤에올 처절한 응징은 생각만으로도 끔직합니다.
결국 저도 강하게 포핸드쪽으로 보내기로 했죠.
상대의 느리고 스핀 많은 루프 드라이브를 중간에서 끊고 때려보내니
처음에는 실수도 있었지만 점차 성공률이 높아지더군요.
고수님의 심드렁한 표정이 점차 미소로 바뀌고
둘이서 같이 빠방, 빠방 때려내는 랠리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내가 진심을 보여야 저쪽도 진심을 보이는구나...
새롭게 안 사실이 즐겁습니다.
헌데, 확실히 고수님과 치면 폼부터 바뀌네요.
고수님은 테이블에 붙어서, 나는 두발짝쯤 떨어져서...
나도 원래는 테이블에 붙는편인데,
눈도 느리고, 몸도 느리고, 다리도 느리니
최대한 길게 시간을 끌수있는 중후진 쪽으로 밀려납니다.
그래서 헥...헥....
저분은 이제 워밍업 정도인데, 이쪽은 숨이 턱에 차기 시작합니다.
이걸 어떻게 끝내지...? 그만 하자고 할 수도 없고..
여기서 끝내면 또 이런 고수 만날 기회는 오늘은 없다.
단호한 각오로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현실을 버티고... 버티고... 버티고........옷!
그때 옆에서 치시도 분이 큰소리로
"복식 칩시다---!"
평소같으면 눈치 없이 끼어드는 이런분이 실례라 생각했읍니다만, 오늘은
오,오, 땡큐---!
이때 하나 배웠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나를 돕는 사람은
아무리 삐쩍 마르고, 괴팍한 성격의 못생긴 아저씨라도
그렇게 이뻐 보일수 있다는 것을...
큰 깨달음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