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노출 2 (운동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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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부로 혼자 돌아오니 텅빈 연구실 한쪽에
우리의 막내 RO 출신 한문교관 허ㅇ경 중위가 혼자 과목 연구를 하고 있다.
막내라 운동하는데 끼이지도 못하고, 나와서 구경도 안하고? 못하고?
순간, 측은 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을 건넨다.
"허중위 축구 좀 해 봤나? "
"못 해 봤심더 "
" 음~ 그래? 100M는 ? "
" 14초 입니다 "
(14초라? 나보다 빠르다)
" 너 내일 공 찰 준비 해가지고 출근해! " 알았지?
"예 알겠심더"
(그날 저녁 잠들기 전, 내머리는 정보판단,작전판단. 전쟁원칙, 공격준칙 ---기타 등등 뒤석인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편 사령탑인 학교대표선수를 봉쇄 또는 차단 하는 겻이다.
거의 모든 공은 그 선수의 발 끝을 거칠 것이다.
여기에 허중위를 투입한다.
2. 선수 배치는 내가 연구한 바 없음으로 가장 일반적인 진영으로 포진 한다.
3. 공수는 전원공격 전원수비로 한다.
4. 구보전진 하고, 구실후퇴 한다.
5. 상대편 페널티에리어에 공을 낙하 시키는데 최대역량을 발휘한디.
D day
선수 입장 하기전, 나의 작전 계획을 설명하고,
소령 한분에게 전반전 대신 후반전에 뛰어 주시기를 부탁하고 허중위를
투입 하였다.
" 허중위 너, 저기 저사람 보이지? 너는 저사람과 2M정도 두고 붙어 있다가 저사람에게
공이 오거든 무조건 저사람과 공 사이를 파고들어! 공을 뺐을 생각은 말고,"
"예 알겠심더 "
드디어 휘슬이 울렸다.
예상한바 대로 공은 그의 발끝을 거치기 시작한다.
현란한 발놀림이 시작된다.
허중위가 파고든다.
잘 따돌리며 공을 놓지지 않는다.
점차 허중위의 파고드는 요령이 좋아진다.
공을 뺏기지 않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파고드는 선수를 쉽게 떨쳐 낼 수는 없는 가부다.
공을 전진 시키지 못한다. 잘해야 제자리에서 맴도는 ---
이제 대표선수에게 공을 주면 더 꼬이는 상황. 방향을 잃었다.
그 선수가 공을 접하는 기회는 너무 드물고, 할 맛을 잃은 모습이 역역 하다.
하여, 정확한 득점은 기억 못 하지만,
한골 차이로 우리가 우승 했다.
어제 저녁,
묶혀진 앨범 속에서 그날의 동료들과 우승컵을 안고 찍은 사진을 보았다.
보고 싶다.
댓글목록
백하등님의 댓글의 댓글
백하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축복이라고 여겨 집니다.
그들과 가까이 살 수 없음에 아쉬움이 크고요.
백하등님의 댓글
백하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날 연습게임이 없어서, 상대편 전력을 알 수 없었다면 이기기 어려운 상황 이었지요.
상대방의 전력노출이 자신들에게 치명타가 된 거죠.
제가,지금도 생각이 나서 혼자 미친놈 처럼 웃게되는 것은,
허중위가 경기 내내 볼을 찬 것을 한번도 못 보았다는 사실 입니다---^^
낙엽송님의 댓글의 댓글
낙엽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걸리적거리면 얼른 환경미화원을 불러야되는데,
너무 열 받으면 그럴 정신도 없지요.ㅎㅎ~~
Vegas님의 댓글
Veg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백하등님이 허중위를 허허실실 작전에 투입한게 적중했네요~ ㅎㅎ
글을 읽는자의 오감에도 그날의 생생함이 전해옵니다!
승리의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잔 축배를 드시기를!!! ^^
배우고나누자님의 댓글
배우고나누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우, 행복한 추억 넘 보기 좋습니다.
우리 아들이 군대갔을때,
얼마나 멋졌는지.. 지금도 대견스럽습니다.
군대 다녀오면 뭔가 달라집니다.
책임감도 강해지고 부모에게도 더 잘하고,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도 만들고
울 아들 군대 다녀오더니 강해졌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더 잘 챙깁니다.
배우고나누자님의 댓글
배우고나누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군대 다녀오면 더 이상 애가 아니라 남자다워졌다고 해야 하나요?
원래 남자였지만 그래도 더 믿음직 스러워졌습니다.
어른스러워졌다고 해야 하나요? 책임감이 더 강해졌습니다.
뭐든지 맡겨놓으면 다 해 낼것 같은 그런 느낌??
백하등님의 댓글
백하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큰놈 군대 갸기전, 온갖 말썽을 부리고 다녔지요.
영장을 받아 놓고도 말썽을---
빨리 군대 가기만 학수 고대 했었지요.
사람되어 나왔습니다.
위 아래를 헤아릴 줄 아는---
인성교육에 성공한 곳이 군대라고 누가 말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