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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유전자(DNA)가 강한 종목은 무엇일까. 스포츠 과학자들은 ‘탁구’를 꼽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이 종목에 유독 경기인 출신의 2·3세 들이 많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청소년기에 집중력·정서발달·신체발달 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1석3조’다. 그렇기에 경기인 출신이 2세를 ‘직업인’으로 키우는 ‘대물림’에 관대하다.

설사 엘리트 선수로 대성, 실업팀에 입단하지 못한다고 해도 라켓 하나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탁구가 한국 최고의 생활체육인구를 자랑하기에 ‘레슨 코치’ 등 다양한 취업의 문도 열려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21일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4일간의 일정으로 화려한 막을 올린 2012 교보생명컵(회장 신창재) 탁구 꿈나무 대회는 이 같은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초등학교연맹(회장 손준용)이 주관하는 최대 행사로 전국 83개 팀에서 선수와 임원 등 736명이 참여했다. 엘리트 탁구 선수의 ‘데뷔’ 무대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열기로 관중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탁구인 2·3세와 스포츠인 자녀의 출전이 눈에 띄었다. 런던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복식·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 리스트 이철승(삼성생명)씨의 아들 영윤(서울 홍파초 5)군도 대(代)를 이어 라켓을 잡고 구슬땀을 흘렸다.

수원 신곡초 5학년 손석현군은 ‘외가의 피’를 이어 받는 탁구인 3세. 석현군은 81년 노비사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 단식에서 3위를 했던 이모할머니 이수자(52·재미)씨의 ‘피’를 받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 숙모할머니 김경자씨(53·재미)도 제일모직에서 간판선수로 활약했던 스타플레이어다. 석현군이 외가의 DNA를 받아 엘리트 선수로 데뷔하자 탁구중계만 17년째 해 온 탁구전문언론인인 SBS 아나운서 손범규씨는 2010년부터는 아예 대한탁구협회 사업이사를 맡는 등 ‘투잡’을 하며 남다른 부정을 과시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취재를 앞두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날 대회장을 찾아 석현군을 응원하자 석현군은 예선에서 전승을 거두며 ‘될 성 부른 떡잎’을 예고했다.

탁구 행정을 맡은 뒤 아들을 탁구 선수로 데뷔한 시킨 스타도 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레슬링 금메달 리스트에 이어 스포츠행정가로 변신한 김영일씨. 그는 삼성스포츠단 차장으로 탁구행정을 맡으면서 탁구에 매료돼 아들 민준(부천 오정초 1)군을 이번 대회를 통해 엘리트 선수로 데뷔시켰다.

초등학교 입학전부터 ‘탁구신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신유빈(군포 화산2)군도 본격적인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유빈군의 부친은 경기도탁구협회 진행이사를 맡고 있는 신수현씨다. 신수현씨는 현역시절 삼성생명 에이스로 활약했다.

부모가 탁구선수에 이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스타플레이어’ 자녀도 나왔다. 탁구 사상 처음이다. 인천 가좌초 1학년 김나영군의 부친은 전 국가대표 출신으로 대우증권에서 활약한 뒤 인천대학교 감독을 맡고 있는 김영진씨. 모친은 한국화장품에서 활약한 양미라씨로 나영군의 학교 고학년부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개막한 교보컵 대회는 ‘제2의 유남규·현정화·유승민’ 발굴하기 위해 대한탁구협회 임원을 비롯해 실업팀 감독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국가대표팀 시절 ‘중국 킬러’로 명성을 날렸던 고수배 대한탁구협회 경기이사(KGC 인삼공사 감독), 전 국가대표 출신인 박창익 실업연맹 경기이사(단양군청 감독), 박지현 유소년 감독 등은 밤늦게 계속된 경기장을 지키며 꿈나무들의 몸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올림픽 국가대표팀 유승민·김경아·주세혁 김민석 등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교보생명컵 꿈나무 체육대회는 198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2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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