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유남규 탁구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며칠 뒤 부산 모 음식점에서 유 감독을 만난 것이 내가 탁구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가 되었다. 이후 유 감독을 몇 차례 더 만난 뒤 그의 열정에 감동받아 공석 중인 부산탁구협회 회장직을 수락하였고, 이듬해 2월 취임했다.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포함해 현재 3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코모도호텔에서 열린 회장 취임석상에서 나는 "부산탁구협회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평소의 지론인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일을 풀어가면 분명히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부산탁구협회 회장에 재임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요한 국제탁구대회가 부산에서 열리게 되어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7일까지 8일 동안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최 이후 부산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국제스포츠대회다. 어렵사리 유치한 이번 대회의 성공 여부에 따라 부산과 우리나라 탁구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아시아인들의 '녹색테이블의 축제'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25개국 205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남녀단체, 남녀단식, 남녀복식, 혼합복식 등 7개 종목에 걸쳐 금메달을 놓고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 이번 대회는 참가 규모뿐만 아니라 세계랭킹 1, 2, 3위가 출전하는 등 선수들의 기량 면에서도 세계대회에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모처럼 부산시민은 물론 국내 탁구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탁구의 진수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대회가 운영과 흥행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대성공을 거둔다면 제2의 탁구중흥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탁구인들의 자신감 향상뿐만 아니라 전국 초·중·고교에서 탁구 팀을 만드는 학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이 적당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성적향상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학교폭력을 줄이는 효과가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 입증됐기 때문이다. 학교 탁구 팀이 늘어난다면 탁구코치의 수요가 상승될 것이며 이는 전문 탁구인들의 고용창출로 연결된다. 탁구 프로화의 논의도 진전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잘 치러야 한다. 대한탁구협회와 부산탁구협회, 부산시 등이 공동조직위원회를 꾸려 해외 선수단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사직체육관 관중석을 가득 메우는 일이다. 탁구인과 일반시민은 물론 부산시, 부산시민단체, 탁구동호회 등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8일 동안의 모든 경기가 무료로 진행되지만 탁구가 비인기종목이다 보니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관중석이 찬 적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부산시가 지난 2002년 아시안게임 때 선보였던 해외 참가국별 응원 서포터스를 재가동하는 것도 대회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은산해운항공의 경우 매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 당번을 맡은 직원들이 사무실 입구에 서서 출근하는 임직원들에게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는 인사를 한다.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상호존중과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동포가 거의 없는 나라 대표들에게는 부산시민 서포터즈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환영과 응원이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기억할 것이다. 부산은 이미 과거 아시안게임 때 북한선수단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동포의 정으로 응원, 동족의 각별한 정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남북 간 긴장해소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부산시민의 따뜻한 환영과 국가별 응원은 멀리 보면 부산의 2020년대 하계올림픽 유치 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국의 탁구선수와 임원들이 받은 감동은 '발 없는 소문이 천 리 간다'는 우리 속담처럼 세계 각 나라의 스포츠계는 물론 정계, 관광업계, 물류업계 등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는 부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더불어 '된다! 된다! 잘 된다!'는 기운을 담아 우리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