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8월 일본에서 열린 제19회 동아시아 호프스선수권대회에서 단식 및 단체전 정상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호프스 대회에서 단식 우승은 한국 선수로는 유승민(삼성생명) 강동수(중원고)에 이어 세번째다. 당시 조승민은 결승에서 일본 유망주 야오 동인을 3-1로 꺾고 우승했는데. 한국 관계자보다 더 놀랐던 것은 일본이었다. 야오는 일본탁구협회에서 공을 들이며 중국 출신 개인코치를 붙여서 육성하는 천재로 불렸던 선수였다. 이 때문에 조승민은 이례적으로 일본 탁구 전문 잡지 ‘탁구왕국’에 실리기도 했다.

호프스 대회를 준비하면서 조승민이 소리소문 없이 탁구 중원(?)을 뒤흔든 것도 화제였다. 조승민은 대회 출전을 준비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자 삼성생명. 대한항공 여자 탁구팀을 찾아 스파링을 했다. 많게는 10살이 많은 실업 누나들과 대결에서 누가 이겼을까. 조승민은 거의 모든 선수를 꺾으며 파란을 연출했다. 장충초 코치로 당시 호프스 대회를 지휘했던 염병호(49) 코치는 “실업 선수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대부분이 (조)승민이에게 패했다”고 말했다.

◇무서워 말도 못타는 아이는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사자가 된다

장충초에서 20년간 탁구 전임 코치로 지도자길을 걸어오고 있는 염 코치는 조승민을 이렇게 평가했다.

“승민이가 초등학교 2학년 초반에 장충초로 전학왔다. 첫 느낌은 똘망똘망하고 영리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전국 학년별 대회에 나갔는데 8강에 올랐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년부는 거의 다 쓸었다. 5학년이 된 지난 해부터는 전국대회 단식은 대부분 제패했다.”

그렇다면 작달막한 조승민의 장기는 무엇일까. 염 코치는 “탁구선수로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질”을 들었다. 그는 “누구보다 공의 회전을 잘 읽고 대처한다. 드라이브 때 손목이 좋고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이어서 속공에도 능하다”고 칭찬했다. 또 “큰 승부에 강할 정도로 승부사 기질까지 갖고 있다”면서 “승민이는 원래 겁이 많다. 언젠가 대회 때문에 제주에 가서 선수들을 차례대로 말에 태워줬는데. 승민이 혼자만 무섭다고 기겁하며 타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에 들어가면 승민이는 완전히 달라진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자신감에 넘친다”고 설명했다. 자질 외에도 경기에 임하는 정신 자세까지 겸비했다는 얘기였다.

소위 신동이라 불리는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았던 탁구인들의 품평도 찬사 일색이다. 염 코치는 “승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윤길중(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감독) 감독이 찾아왔다. 본래 윤 감독의 서브는 까다로워서 실업선수들도 한번에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첫 대면에서 승민이가 그 서브를 아무 어려움 없이 받아내 기특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철승 삼성생명 코치는 승민이의 작은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에 놀라고 갔다. 현정화 마사회 감독은 스파링 후 영리하다고 칭찬했다”고 소개했다.

◇“유승민 형처럼 올림픽 금메달 따야죠”

조승민에게 흠결도 있다. 또래보다 작은 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최근 아버지 조용운 씨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까지 가서 성장판 검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180cm까지는 클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는 마음을 놓았다. 깡마르고 키도 작지만 꿈 하나는 큼지막하다. 탁구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유승민이 역할 모델이다. 요즘엔 같은 왼손 셰이크핸드인 독일 출신 티모 볼과 서현덕(삼성생명)의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

조승민을 바라보는 아버지 조 씨는 흐뭇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조 씨는 “실력이 모자라 운동선수를 하다 그만뒀는데. 아이를 낳으면 적어도 하나는 운동을 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이름도 운동선수답게 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름의 한자도 이길 승(勝). 민첩할 민(敏)을 땄다. 여느 부모처럼 조승민이 열리는 국내·외 대회를 빼놓지 않고 다니는 그 역시 생활체육 2부리그에서 탁구에 흠뻑 빠진 마니아였다. 조승민의 탁구 입문 역시 아버지를 따라 탁구장에 갔다가 흥미와 재질을 뽐내면서 비롯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운동하던 탁구장에서 틈틈이 교습을 받으며 실력을 키웠고. 결국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탁구 명문 장충초로 전학와 선수로서 길을 밟았다.

조승민은 2월 정들었던 장충초를 졸업한다. 3월부터는 탁구부를 새로 창단한 청운중 소속으로 뛴다. 이미 청운중 소속으로 데뷔전도 치렀다. 지난 달 포항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남녀중고학생대회가 그 것. 중학교 입학 예정으로 청운중 소속으로 나선 그의 성적은 어땠을까. 그는 기존 중1.2학년 형들과 겨뤄 대회 단식 4강까지 올랐다. 새로 중학생이 되는 그의 중등부 제패도 머지 않았다.

오광춘기자 okc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