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농심탁구단 해체…선수들은 어디로?

탁구협회 나서서 인수 기업 찾아야농심 탁구단이 이달 말 해체됩니다. 지난해 초부터 나돌았던 해체설이 현실로 다가온 겁니다. 농심 탁구단은 삼성생명과 대우증권, KGC 인삼공사, 에스오일 탁구단과 함께 대한민국 실업탁구를 지탱해온 5대 메이저팀 중의 하나이기에 이 팀의 해체 소식은 탁구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추교성 감독 이하 국가대표 이정우와 상비군 김지환,그리고 최원진,한지만,이승혁... 이렇게 5명의 선수가 당장 실업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추 감독과

선수들은 새로 탁구단을 인수할 기업을 찾아다니며 함께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일단 6월 말까지는 다른 팀에서 영입 제안이 오더라도 혼자 살겠다고 떠나버리는 개별 행동은 하지 않기로 결의 했습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죠..." 전화기 너머로 가늘게 떨리는 추교성 감독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농심탁구단은 '제주 삼다수'와 운명을 함께 해왔습니다. 2000년 제주도개발공사가 창단한 '삼다수 탁구단'을 삼다수 유통판매업체인 ㈜농심이 2003년에 인수해 '농심 삼다수 탁구단'이라는 이름으로 10년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12월 제주도개발공사가 농심과 15년간 맺었던 '삼다수' 판권 계약이 종료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삼다수가 광동제약을 새 유통 파트너로 선정하자,삼다수 유통에서 배제된 농심은 경영 악화라는 이유를 들어 탁구단 해체를 선언했고 제주도개발공사와 광동제약쪽에 공을 떠넘겼습니다. 농심 그룹 전체 매출(연간 2조원)의 10%(2천억원)를 차지하는 삼다수의 유통 매출이 빠지면서 탁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농심측 주장입니다. 11년 전 탁구단을 처음 만든 제주도 개발공사도 탁구단 인수에 관심이 없다며 차갑게 등을 돌렸습니다.

지금도 하루 7~8시간씩 태극마크를 꿈꾸며 구슬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 처지만 딱하게 됐습니다. 실업팀은 어린 탁구선수들의 밥줄이자 미래입니다. 실업팀이 사라지면 선수들의 꿈도 사라집니다. 탁구의 프로화 추진 움직임에도 큰 제동이 걸리게 됐습니다.

농심의 해체를 강 건너 불 보듯하는 탁구계의 무기력한 대응도 안타깝습니다. 12년이나 된 구단이 없어진다는데 탁구계는 너무 조용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