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실업탁구를 대표하는 두 사령탑이 머리를 맞댔다. 아니 이제는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중국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한국탁구 전성기의 주역인 유남규(43) 감독과 강희찬(41) 감독은 남녀대표팀 첫 전임제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제2의 한국탁구 전성기'를 위해 '일꾼'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

유 감독은 '강한 개혁 드라이브', 강 감독은 '조연의 리더십'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일 안양의 농심탁구단 체육관에서는 "중국을 꺾기 위해선 '호랑이 굴'에도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수'에 대한 두려움도 기꺼이 감수

대한탁구협회는 남녀 사령탑을 처음으로 공모제를 통해 뽑았다. 2012년까지 2년 임기 보장이다. 그러나 2년 후에는 '백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정된' 실업팀 감독 타이틀을 버리고 대표팀 감독직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다. 유 감독은 "사실 와이프와 다툼이 있었다"며 "와이프가 '실업자가 되면 어떡해'라고 말하며 걱정했다. '그냥 오빠만 믿고 따라와줬으면 좋겠다'다는 말로 설득시켰다"라고 털어놓았다. 유 감독은 "2007년부터 2년 반 동안 '반백수' 생활을 경험한 탓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집에만 있으니 우울증까지 생겼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강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밥은 안 굶길 테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로 겨우 안심시켰다." 그러자 유 감독은 강 감독에게 "강 감독은 백수 생활을 한번 해봐야 해. 그래야 살이 빠진다"고 농을 쳤다.

'블랙과 화이트'의 의기투합

두 감독의 지도 방식은 확연히 대조된다. 유 감독을 '검정색'에 비유하면 강 감독은 '흰색'에 가깝다. 유 감독은 "백수 생활을 겪고 나서 검은색에서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대표팀 발전을 위해선 기꺼이 악역을 하겠다. 런던올림픽을 내다본다면 젊은 선수들에게 자비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탁구의 현주소가 중국-독일-일본 다음이라는 유 감독은 "젊은 유망주들이라 하더라도 1년 동안 따라오지 못한다면 과감히 내치며 세대교체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 감독은 '조연의 리더십'을 추구했다. 그는 "선수들이 단합할 수 있게 분위기 조성을해 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감독의 색깔을 내기보다 선수들의 색깔이 드러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리장성' 따라잡기 위해 '중국화' 필요

한국탁구의 최대 과제는 '타도 중국'이다. 두 감독은 3,000만명과 2,000명의 재원 차이를 뛰어넘기 위해서 '중국화'와 '장기적인 플랜'을 제시했다. 강 감독은 "첫 번째로 중국화가 이뤄져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중국리그에서 중국 선수들과 직접 부딪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원활한 중국 진출을 위해선 실업팀과도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도 "남자는 B급, 여자는 C급만 돼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싱가포르, 일본 등은 이미 중국화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2년 임기를 맡았지만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국탁구에 접근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강조했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의 주전들은 20대 초반인 반면 우리는 아직도 30대들로 버티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표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프로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고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