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 남자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이 탁구대표들을 향한 쓴소리와 함께 '호랑이 사령탑' 변신을 예고했다. 스포츠조선 DB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점이 하나도 없다. 실망했다." 유남규 탁구 남자대표팀 전임 감독의 취임 일성은 독한 쓴소리였다.

11일 충북 제천 실내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11년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유 감독은 예상 외의 독설을 내뱉었다. "등수를 떠나서 나태하고 긴장감이 없었다. 태극마크에 목말라 하는 선수들을 원한다"고 했다. 오상은(34·인삼공사) 유승민(29·삼성생명) 등 기존 에이스들은 런던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쌓기 위해 3개월 새 7개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피로가 누적됐다. 오상은은 무릎 부상으로 기권했고, 유승민 역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노장들의 부진은 살인적 일정 탓이라 봐준다 쳐도 유 감독이 직격탄을 날린 건 어린 선수들이다. 어린 유망주들을 향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선언했다. "훈련 과정에 타협은 없다. 컨디션과 무관하게 무조건 몰아칠 것이다. 호랑이 새끼 낭떠러지에 떠미는 심정으로 내가 선수 시절 그랬듯 체력도, 정신력도 강하게 단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탁구해서 중국은 커녕 일본도 못 꺾는다.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는 중도하차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단내 나는 훈련을 예고했다.

'자나깨나 만리장성 타도'를 외치는 유 감독의 눈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넘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향해 있다. 당장 런던올림픽에서 새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주세혁(31·삼성생명) 오상은 유승민이 국가당 2명에게 주어지는 런던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놓고 경쟁중이다. 모두 서른 전후의 노장들이다. 올림픽 무대에서 20세 초반의 팔팔한 에이스들과 경쟁해야 한다. 설령 1년 새 눈에 띄는 신예선수가 나온다 해도 멤버 교체는 불가능하다. 씨앗을 뿌려 3년 후 인천에서 열매를 맺는 것이 목표다. 농심삼다수 사령탑 자리를 내놓고 첫 전임 감독을 자청한 유 감독은 "전임이 되니 마음가짐이 또 다르다. 가슴 속에 큰 바위가 들어앉은 것같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임기가 2년이니 내가 물러난 후에야 성과가 나올 것이다. 대한민국 탁구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2년간 목숨 걸고 일할 것이다. 욕이든 칭찬이든 들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선발전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인 오상은과 유승민은 3월 16일 개막하는 폴란드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4월 스페인오픈(4월 6~10일)과 5월 세계선수권(5월 8~15일)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