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심학교 청각 장애우로 짜여진 야구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은 어린이에게 감동을 안겨 줬다. 이에 버금가는 실화가 평택에 있는 한 특수학교에서 종목만 탁구로 바뀐 채 현재 진행 중이다.

24일 오후 에바다학교(교장 권오일) 탁구실. 네트를 가운데 두고 6학년 오현주 양과 5학년 정혜민 양이 마주섰다. 이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드라이브 맹공을 퍼붓고, 서브를 받아 넘겼다. 한 순간도 탁구공에서 떨어지지 않는 시선과 잽싼 몸놀림, 어디에서도 이들이 청각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10분 남짓한 연습 경기를 끝낸 뒤, 최용중 코치가 오른손으로 왼팔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는 수화(手話)로 '잘 했다'는 칭찬을 건네자 비로소 두 선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에바다 탁구부는 청각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가진 초등학생 10명과 고등학생 4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열정과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장애인 대회 제패를 넘어, 일반 대회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바로 이달 중순 열린 경기도 초등학교 탁구 대회에서도 남자 단체전 3위와 저학년부(1~2학년)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이 라켓을 들고 있을 때 만큼은 그 누구보다 더 프로답다. 청각 장애라는 '불편'을 극복해 내기 위해 훈련에 더 많은 땀과 시간을 쏟아 붓는 까닭이다. 전원 기숙 생활을 하며 날마다 아침ㆍ점심ㆍ저녁으로 구슬땀을 흘린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지만 탁구에서도 청각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특히, 가벼운 공은 어떻게 라켓에 맞느냐에 따라 성질이 천차만별(千差萬別)로 바뀌어 상대를 향한다. 일반 선수들은 소리로 이를 가늠하지만, 에바다 탁구부원들은 눈으로 미묘한 각도 차이를 잡아내야만 한다. 이들이 끊임없이 고된 훈련을 되풀이하는 이유다.

에바다 탁구부의 올해 목표는 강원 홍천군에서 29일까지 열리는 전국 초등학교 탁구 대회와 소년체전 등 굵직한 전국 대회를 휩쓰는 것이다. 그러고 나선 당당히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몸이 불편한 우리도 못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날을 꿈꾸고 있다.

6학년 전경우 군은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딴 뒤, 체육 선생님이 되어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에요. 지금껏 해 온 것처럼 불가능은 없다고 믿어요."라고 수화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