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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서현덕·정영식 세계선수권 동반 출격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제 '차세대', '유망주' 단계를 넘어서야죠. 한국 탁구는 우리가 책임집니다"

한국 남자 탁구의 차세대 에이스 자리를 다투는 김민석(19·한국인삼공사)과 서현덕(20·삼성생명), 정영식(19·대우증권)이 내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나란히 실업 2년차가 된 이들 '트리오'는 지난 18일 발표된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대표 8명 명단에 나란히 포함됐다.

고교생 시절부터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대교체가 시급한 남자 탁구에 희망을 던져준 이들은 라이벌인 동시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탁구를 해온 절친한 친구 사이.

'차세대 에이스 3인방'으로 항상 세트처럼 묶여서 언급돼왔지만 세계선수권 같은 큰 국제대회에 셋이 함께 나서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때로는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힘들 땐 서로 의욕을 북돋워 가면서 함께 실력을 키워온 이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동반 출격하게 된 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서현덕은 감회가 남다르다.

왼손 셰이크핸더인 서현덕은 2009년 세계선수권(개인전)에 홀로 고교생 대표로 나가 2회전에서 당시 세계 36위였던 창펭룽(대만)을 꺾으며 세 명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김민석과 정영식이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선전하며 동메달을 따는 것을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서현덕은 "작년에 포어핸드 드라이브를 강화하려다 백핸드까지 흔들리는 바람에 슬럼프가 왔다"며 "광저우행이 무산되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지만 답은 훈련밖에 없다고 생각해 연습량을 크게 늘렸다"고 돌아봤다.

무대 뒤에서 땀을 흘린 덕에 서현덕은 1월 영국오픈 21세 이하(U-21) 단식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았고 이어 폴란드 오픈과 스페인 오픈 U-21 단식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세계랭킹도 다시 60위권(67위)에 진입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현덕은 "내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며 "이번에 셋이 함께 대표가 돼서 정말 좋다. 다 같이 잘해서 이번 기회에 진짜 에이스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인방' 중에서 지난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던 정영식은 요즈음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카타르 오픈 U-21 단식 우승에 이어 KRA컵 SBS 챔피언전에서는 유승민(삼성생명) 등 쟁쟁한 선배를 누르고 준우승하더니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1위로 승선하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복식 동메달로 하반기를 장식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좋지 않은 어깨를 치료하고 비염 수술을 받느라 최근에는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고 30위권까지 올라갔던 랭킹도 60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부활'을 알리겠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작년에는 내 실력보다 지나치게 잘했던 것 같다"며 웃던 정영식은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이번 선수권대회는 민석이와 복식만 출전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결승에 못 올랐는데 이번에는 꼭 큰일을 내보고 싶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어릴때 민석이 현덕이와 농담삼아 '한국 탁구는 우리가 책임지자'는 얘기를 하곤 했는데 선수생활을 할수록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껴진다"며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 든든하고 연습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2009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과 코리아 주니어오픈 제패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민석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자신감이 부쩍 자랐다.

1월에 열린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에서 정상은(21·삼성생명)에 이어 준우승한 그는 프로투어 첫 대회인 슬로베니아 오픈 U-21 단식에서도 1위를 하고 지난달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서도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고 조 1위로 태극마크를 다는 등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초 59위였던 랭킹도 34위까지 끌어올렸지만 김민석은 "우승할 기회가 더 있었는데 체력이 떨어지거나 해서 마무리를 잘하지 못해서 놓친 적이 많다"며 욕심을 냈다.

그는 "체력을 더 키우고 테이블에 붙어서 빠르게 경기를 운영해 단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친구들과의 차세대 에이스 경쟁은 물론 선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앞서나가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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