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오는 8일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되는 2011 ITTF(국제탁구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 탁구대표팀이 지난 3일 오후 출국했다. 대표팀 공모를 통해 처음으로 전임제 감독으로 선임된 유남규(43) 남자팀 감독과 강희찬(41) 여자팀 감독이 이끄는 총 16명(남8, 여 8)의 대표팀은 단식,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개인전에 출전한다.

이번 로테르담 세계선수권대회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2012 런던올림픽 자동출전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국내 선수들간 자체 승부도 걸려 있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가별 올림픽 출전 티켓은 남녀 각 3장. 그 중 예선을 치르지 않고 본선 직행을 할 수 있는 건 나라별 남녀 2명씩으로 제한되어 있고 또 세계랭킹 28위 안에 있어야 가능하다.

남자선수 가운데서는 주세혁(10위) 오상은(11위) 유승민(13위)의 런던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본선 직행권은 단 두 장, 결국 이 중 한 명은 탈락한다는 얘기다. 물론 예선을 거쳐 단체전에 나설 수 있는 나머지 한 장의 티켓에 도전할 수 있지만 각자 마지막 올림픽 참가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망졸망 붙어있는 세 선수의 대표선수 포인트 격차는 최대 42점. 평소 오픈 대회 때보다 세계선수권에는 두 배의 포인트가 걸려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남규 감독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주세혁 유승민이 유력했다. 그런데 스페인 오픈에서 오상은이 단복식을 석권하면서 유승민과 90점 이상 벌어졌던 포인트를 오히려 뒤집으면서 현재는 3파전의 양상으로 바뀐 상태"라며 세 선수의 준비과정과 대회 전망을 전했다. [이하 유남규 감독 인터뷰 전문]

-출국을 앞둔 소감과 출사표를 밝힌다면.

"전임제 이전 대표팀 감독을 겸임했을 때만 해도 이런 긴장감과 부담감은 없었다. 전임 감독을 맡고 난 이후엔 두통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훨씬 강도가 높아졌다.(웃음) 그러다보니 좀 더 혹독하게 선수들을 다루게 되더라. 대표 선발에 있어서도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각오다. 열심히 했으니 기대만큼의 성과를 안겨줄 것이라고 본다. 목표는 준결승까지 가는 거다."

-훈련은 어땠는가?

"한 달간 했는데 주세혁, 오상은, 유승민 이 세 선수가 신세대들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하더라. 보이지 않는 라이벌 의식을 갖고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니까 만족스럽고 기뻤다.(웃음). 스페인 오픈 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오상은은 랭킹에서 밀려 있다가 오히려 지금은 유승민을 17점이나 추월했다. 상대적으로 마음 놓고 있던 유승민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이런 상황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되고 긴장감을 주는 거 같다. 선수들은 부담이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뿌듯하다."

-세 명 중 누가 두 장의 올림픽행 티켓에 근접하다고 보는가?

"전혀 종잡을 수 없다.(웃음) 포인트도 엇비슷하고 대회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일단 훈련은 오상은이 가장 열심히 했다. 주세혁은 이틀 전 산악훈련 중에 발가락에 멍이 드는 부상을 입었는데 아마 대회 직전까지는 다 나을 것으로 본다. 주세혁은 늘 해왔던 그대로 제 몫은 다할 것으로 본다. 가장 걱정되는 건 유승민이다. 1회전에서 질 수도 있고 1등도 가능한 선수다. 결혼 준비도 있지만 최근에 무릎부상이 재발되었다.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모르겠다. 심리를 좀 잡아줘서 초반 게임을 잘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단식보다는 복식이 우리나라는 더 강하지 않나? 복식에 대한 전망은?

"그렇다. 사실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쪽도 강세라 단식은 8강 진출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복식은 4강까지 올라가면 우승에 근접하기가 더 용이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엔 올림픽 출전권이 달려 있어서 복식보다는 단식에 더 많은 훈련시간을 할애했다. 지도자 입장에선 확률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복식에 치중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좀 아쉽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다. 총 8명 중에 7명이 단식에 출전한다. 정영식의 경우는 김민석과 호흡을 맞춰 복식경기에만 나선다. 경험을 키우고 국제대회 감각을 익혀주고자 함이다. 앞으로 한국 남자복식의 주축조로 키워갈 생각이다. 오상은-이정우 조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 선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입장을 밝혀 달라.

"선발전을 치를 시간적인 여건도 부족했고 또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선수들은 죄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 기존 대표들이 탈락을 한다면 런던행이 가능한 선수가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선발전을 준비해온 실업팀의 지도자나 선수들 입장에선 서운한 것이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아니라도 아시아선수권 대회 등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번엔 세계랭킹 순으로 선발했다. 잘 뽑았다고 본다."

-오상은은 상비군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대표로 선발했다. 그것이 더 논란이 된 듯하다.

"세계랭킹과 최근 성적을 고려했다. 오상은은 상비군 선발전 때 무릎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포기한 것이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사정을 모두 챙길 순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했고 한국탁구 위상을 드높인 선수가 아닌가? 자신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명예스럽게 대표팀을 떠나게 할 순 없다. 한국 탁구에 기여하고 활약해준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

-주세혁-오상은-유승민 중 누가 웃을까 궁금하다. 좀 더 정을 느끼는 선수가 있나?

"누굴 더 응원하고 잘하길 바라는 건 절대 없다.(웃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최선을 다하길 바랄 뿐이다. 세 명 모두 아끼는 후배다. 단식은 홀로 게임을 풀어가야 한다. 옆에서 심적인 부분은 도와줄 수 있지만 결국 혼자다. 둘 중 한 명은 밀려나야 한다. 물론 예선에 참가해 나머지 한 장을 꿰 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외 나머지 선수들도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웃으며 런던행을 확정지을지 나도 궁금하다. 모두가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했다. 지켜봐 달라."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추천0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