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치의 일기 - 그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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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탁치입니다.
지난번에 많은 분들이 저의 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 일기의 요점은
1) 양핸드 드라이브라는것이 오른손 왼손으로 번갈아가며 넣는 것인줄 알았는데 포핸드, 백핸드 드라이브였다는것.
(오른손, 왼손 으로 번갈아 사용하는것은 정식 명칭은 없는것 같아요. 그냥 크로스 핸드 라고만 하는것 같은데...)
2) 나만의 양핸드 드라이브. 오른손, 왼손에 라켓 하나씩 들고 드라이브를 거는것.이른바 두라켓류...
그런데.. 어느분 댓글에 탁구규칙에 꼭 라켓 하나만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생각한 나만의 양핸드 드라이브 2탄.
손가락 마디마다 하나씩 양손 합계 8개의 라켓을 들고 드라이브를 넣는다면...?
맨 위의 라켓에서부터 맨 밑의 라켓까지 면에 마찰되어 나오는 드라이브의 위력은...?
물론 그립이나 모양은 손에 맞게 변형시켜야되겠지만요.
관심 있으신분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 손가락에 힘이없어서 패스합니다...^^
그럼 가볍게 엿보는 탁치의 일기 두번째 나갑니다.
"기다리세요--"
코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작스런 자극을 받은 나의 어깨는 대뇌의 명령을 기다리지않고 스윙을 시작한다.
"기다리세요--"
두번째 코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쾌하게 시작된 나의 스윙은 40mm 의 하얀놈을 리드미컬하게 가격하고...
졸지에 한방 얻어맞은 이놈은 일곱살 남자애가 아빠의 침대 스프링성능을 알아보기위해 뛰어들듯.
파란 네트에 코를 박아버리고 만다.
"너무 빠릅니다. 좀더 기다렸다가 스윙을 해야죠..."
코치의 말이 재미있다는듯이 이 하얀놈은 내앞에 까지 굴러와서 뱅글뱅글 돌고있다.
"네. 그렇죠..."
"갑니다. 기다리세요--(기다리자.) 기다리세요-- (기다려야... 하는데..)"
코치의 두번째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의 스윙은 시작돼고 결과는 먼젓번과 똑같이. 아니 더 안습해버렸다.
공이 내 테이블에 맞고 저쪽 테이블로 넘어가니...
"아.. 기다리셔야죠. 그렇게 빨리 치면 백이면 백. 모두 네트행입니다."
- 지금건 넘어갔잖아요...
볼멘 나의 생각을 알리없는 코치님은 다시 레슨을 이어가신다.
"기다리세요--(기다리자.) 기다리세요-- (기다리자.) 기다리.. 아-! 쳐야죠---!!!"
- 이런 젠장... 고새 지나가버리냐...
"아.. 오늘 왜 이러십니까. 뭐 좋지않은일이라도 있으신겁니까?"
- 낸들 압니까..
"정확한 타이밍에 맞추는 연습이 돼야합니다."
- 네.네. 알았어요...
그후로도 코치님의 잔소리는 계속됐다.
"빨라요." "느려요." "빨라요." "느려요."
몇번 안 휘둘렀는데 벌써 라켓이 무거워지고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 이런... 흘러내린 땀이 눈에 들어갔네.
얼른 눈을 비비고 보니
- 아이고... 공이 두개로 보이네... 에~라... 두개을 한꺼번에 날려라....
퐁---!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은 네트를 넘어가버린다.
- 오.. 왔다. 이거야. 분명이 허리에서 맞았다.이제야 제대로 되는...구....나...그런데 코치님 얼굴이...
"뭐 잊은것 없읍니까?"
"잊은...거요..?"
알리가 없지. 그걸 알고있다면 잊지도 않았을껄...
코치님이 말없이 시범을 보이시는데..
- 아...! 허리 회전 까먹었다...ㅠㅠ
"허리의 회전이 동반이 되지않으면 공이 넘어와봐도 딱 때리기 좋게 갖다주는것 밖에 안됍니다."
그후로 코치님의 잔소리에 레파토리가 하나더 늘었다.
"빨라요." "느려요." "허리." "빨라요." "느려요." " 허리."
"빨라." "느려." "허리." "빨라." "느려." "허리."
"빨라. 느려. 허리. 빨라. 느려. 허리. 빨..느..허.. 빨.느.허. 빨느허.빨느허."
- 아이고 그만....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여지없이 노출하고 돌아온 나는
지금 검은색 소파 한 귀퉁이에서 잠시 쉬고있다.
이세상 어느 탁구장에도 나는 없다.
그 수많은 탁구장에서 이렇듯 철저히 잊혀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살다간...
- 젠장. 그런 사람이 있을리 없지.
머리속에 맴돌고있는 '빨,느.허'의 주문을 잊어버리려고하니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떠오른다.
오늘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눈앞이 캄캄하다.
죽어라 맞지않는 타이밍이며, 레슨을 끝까지 받는것을 힘들어하는 저질 체력이며, 나무토막같이 뻣뻣한 허리며...
아... 귀찮다. 귀찮아. 만사가 귀찮다. 빨리 라켓이나 닦아놓고 쉬자..
그래. 그냥 탁치 만세다.
라켓을 닦으려고 꺼내보니 흰자국이 이곳저곳. 중구난방이다.
가만히 바라보니 예술이다. 가운데 코자리만 공자국이 있었어도 머리숯 많은 사람의 얼굴이 그려지는건데...
가만히 라켓을 닦아나간다. 그런데.
< 너무 낙심말게. 친구. 자네는 잘하고 있는거야...
사람들말에도 있지않는가... 어둠이 깊을수록 아침은 가까이 있는거라고...
자네의 어둠이 깊을수록 자네의 아침도 가까이 다가올걸세..
부디 오래 참게나. 지금 자네에게 필요한건
"인""내"
두 글자란 말일세...>
와---! 이거 왠 어마무시한 말이야.
아니, 살다 보니 라켓에게 위로를 다 받네....
뭐.. 말이야 대충 좋은말 같은데...
나 지금 탁구치고 온거냐. 아니면 독립운동하다 온거냐....
오늘의 교훈
가끔씩 조용히 않아 라켓이 하는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때로는 좋은말로 위로를 받을때도있다. 그것이 탁구에 관한것이든. 살아가는 생에 관한것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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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공주맘님의 댓글
3공주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우니 레슨 받고 나면 녹초가 됩니다..
하지만 땀 흘린 만큼 수확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레슨 받으러 가야죠 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낙엽송님의 댓글
낙엽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는 있는데,,, 픽션과 넌픽션의 중간일까요? 넌 픽션에 가까울까요?
담에 여유 있을 때 한번 더 읽어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