쩨쩨한 생각 1 - 마라톤 .vs. 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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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간동안 칭찬을 많이 받은 양궁협회와는 달리 엄청난 욕을 잡수신 그런 종목도 있었습니다. 배구가 아주 대표적인데요. 조혜정, 김화복, 곽선옥, 박미희등 앞선 세대의 스타들이 김연경을 보고 얼마나 안쓰러웠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금할 수 가 없었습니다.
배구도 배구지만 이번에 아주 해괴한 기록을 세울뻔한 그런 종목도 있었습니다. 탁구가 사라예보에서 우리 국민들을 들었다 놨다 하기 훨씬 전 그때는 우리가 나라도 없던 때로 그야 말로 개 돼지 취급을 받기도 하던때에 손기정, 남승룡 이라는 불세출의 마라토너들이 있었습니다.
가진거 라고는 달랑 두쪽뿐인 우리 선수들은 악으로 깡으로 달리고 또 달려서 국민영웅이 되었구요. 그 이후에도 악으로 깡으로 달리면서 보스턴 마라톤을 '씨버' 먹던 시절도 있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6.25를 거치면서 그리고 그 후로도 아주 오랬동안 씁쓰레한 어둠의 늪에서 헤매이다가 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튀어 나왔던 소식, "황영조 벳푸 마라톤에서 한국기록을 2분15초 당겨서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바로 올림픽에서 금메달, 이봉주의 은메달로 이어지는 반짝이는황금 시대를 거치게 됩니다.
그 꿈과 같던 황금시기에 나온 기록들을 살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2시간 11분 34초 |
- 0분 47초 |
김완기 |
코오롱 |
1990. 03. 18 |
|
2시간 11분 02초 |
- 0분 32초 |
김완기 |
코오롱 |
1991. 11. 03 |
45회 조일 마라톤 선수권 대회 |
2시간 08분 47초 |
- 2분 15초 |
황영조 |
코오롱 |
1992. 02. 02 |
제41회 벳부-오이타 마라톤 |
2시간 08분 34초 |
- 0분 13초 |
김완기 |
코오롱 |
1994. 03. 20 |
|
2시간 08분 09초 |
- 0분 25초 |
황영조 |
코오롱 |
1994. 04. 18 |
제98회 보스턴 마라톤 |
2시간 07분 44초 |
- 0분 25초 |
이봉주 |
코오롱 |
1998. 04. 19 |
|
2시간 07분 20초 |
- 0분 22초 |
이봉주 |
코오롱 |
2000. 02. 13 |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록을 빼앗곤 하던 저 시기 선수들의 소속은 코오롱이라 쓰고 대한민국 마라톤 대표팀이라 읽어야 했던 전설의 팀.
저 당시 코오롱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바로 정봉수라는 위대한 감독이 있었습니다. 이분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어느 글에 댓글로 잠시 언급을 했던적도 있는데요. 우리 마라톤의 역사는 정봉수 감독을 빼놓고는 절때로 얘기할 수 가 없습니다. 좀 심하게 얘기해서 정감독의 초기, 중기, 말기 활동과 그분의 사망 후로 극명하게 구분하면 된다고 해도 됩니다. 뛰어난 선수들이 연달아 나와준 대운이 있기도 했지만 선수 발굴이란것 또한 지도자의 능력중 하나가 아니던가요? 그리고, 그 위대한 감독 뒤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동찬 회장과의 완벽에 가까운 쿵짝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쿵짝에 대해서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참조글들 중에서 각자 취향에 맞는 걸로 골라서 읽으시거나 직접 구글링 하시도록 하시구요. )
http://marathon.pe.kr/pds/jungbongsoo.html
https://www.chogabje.com/board/view.asp?cpage=0&C_IDX=3248&C_CC=AZ
http://weekly.donga.com/List/3/all/11/62032/1
한가지 하고 싶은말이 있다면 우리 마라톤이 점점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던 그 시점에 정봉수 감독은 일본과 미국에서 '뭔가 새로운것' 습득 했었다는거지요. 황영조 이봉주가 TV에 나와서 하도 떠들어 대서 웬만하면 알고들 있을 살코기만 먹는 식이요법의 시작은 일본에서, 미국에서는 육상선수들에게 필요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지형을 이용한 인터벌 트레이닝 요령을 습득했다고 합니다.
한가지 재밌는것은 국내 육상계로서는 굉장한 「신지식」인데 , 전국 시·도육상경기연맹 지부 지도자들 앞에서 선진지식을 발표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고 일대기에 쓰여있네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애들은 그 놈이 다 그 놈이다 지금부터라도 뺑뺑이를 돌리면서 빨리 손발을 맞춰나가야 한다'던 그 어떤 외침과 일맥상통하는 그런거라고 봐야겠지요.?
여하튼 그랬던 우리 마라톤이 이번에 실로 엄청난 기록을 하나 만들어 냈습니다. .
마라톤 참가 150여명 중 완주 140명. 일본 의 똘아이 개그맨 하나가 올림픽 출전이라는 열망을 품고 캄보디아로 귀화하여 첫 출전에 139등을 한 반면 우리 국가 대표들은 131등과 138등을 했다나 모래나? 기록으로 따지면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에서 세운 기록보다도 13분 40초가 늦고 2015년 춘천마라톤 일반부 1위를 차지한 이모씨(44)보다도 늦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23&aid=0003204073
기사를 조금 더 인용하자면, 황규훈 마라톤 대표팀 감독은 "일본에서 막바지 훈련을 한 뒤 리우로 넘어왔는데 둘 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다"며 "결과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기권하지 않고 완주한 점은 고려해 달라"고 했다.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상투적인 변명을 늘어 놓지는 않은점을 가상히 여겨 욕은 하지 않고 넘어가는걸로. ㅠ..ㅠ
기사를 계속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림픽 때마다 '소외 종목에서 고생이 많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는 식으로 넘긴 결과가 바로 이것"이라며 "이번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2020년엔 도쿄 대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헐~~ 이보다 더 한 참사가 또 어디 있을려구요? ) 전문가들은 "국내엔 선수들이 치열하게 훈련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며 "고착화된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국내용 선수만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탁구 얘기를 안하고 마라톤 얘기만 계속하면 딴데가서 올리라고 시비를 당할 수 있으니까, 이쯤해서 탁구로 돌아오면, 우리 동네에서도 그동안 대단한 노력으로 아직까지는 어디가서 절대 꿀리지 않을 제법 훌륭한 결과들을 일궈 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메달 대신 IOC 위원이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131등과 139등을 한 마라톤에 비하면 8강탈락의 아쉬움을 맛본 여자팀과 희망을 본 4강진출과 함께 희망을 보여준 남자팀의 선전은 대성공이라고 해야하고 또, 결정적으로 IOC 위원을 배출해 낸 탁구의 완승을 선언해야 하는게 이치에 맞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말입니다.
마라톤의 예를 들면서 보였던 '신지식', '근본적인 변화', '그들만의 리그' , '고착화된 틀'그리고 '도쿄 대참사' 등의 말들이 도무지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느껴지는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런지?
쩨쩨한 생각이긴 하지만 이 판정은 도쿄 올림픽 까지는 일단 유보해야 할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섬말제제님의 댓글의 댓글
섬말제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몇시에 다 고치셨나요?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첨엔 길어서 안올라가나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닌거 같고.
테이블때문인가 싶어서 그것도 일일이 다 바꿔 봤는데 안되더라구요.
덕분에 키워드마다 폰트도 바꾸고 색깔도 넣고 했는데 다 날라갔네요. 아까뷔....
정다운님의 댓글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섬말제제님 인녕하세요?!
연일 바쁘신데도 이렇게 장문의 좋은글을 올려 주셔서 넘 감사드리고 잘 보고 갑니다,,,,
섬말제제님의 댓글의 댓글
섬말제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뭘 모르시는 말씀이신데요. 이 글은 완전 분노 그 자체입니다.
휴가내고 글 올리는데 자꾸 삑사리가 났거던요. 뭔가 모를 버그가 숨어 있네요.
정다운님의 댓글의 댓글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가끔 그런 현상을 겪는답니다,,,
그중에 가장 큰 이유가 올린글이 모두 다 안올라가더군요!
섬말제제님의 댓글의 댓글
섬말제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입만 살아나고 있네요, 허리가 좋아져야 하는데.
고고탁 끊었더니 시간도 많이 나고 좋았는데 그 놈의 올림픽 때문에....
정다운님의 댓글의 댓글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니!
고고탁을 끊으시다니요,,,
이 무슨 망발을,,,ㅎㅎㅎ,,,
다 끊으셔도 고고탁만큼은 아니되시옵니다,,,,,,
섬말제제님의 댓글의 댓글
섬말제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ㅋㅋㅋ...끊으면 죽을줄 알았는데 몇달 끊어봐도 안죽더라구요. 이참에 완전 끊어 볼까 싶기도 하고...
결이형제아빠님의 댓글
결이형제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자단체전 8강 탈락, 남자단체전 4강 진출이지만, 동메달 실패, 남자,여자 모두 단식 실패...
매우 저조한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성이윤이님의 댓글
성이윤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23&aid=0003205214
이런 기사가 떴네요.
마라톤 팀은 너무 한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관리부실인 것 같네요..
심종섭(138위)은 "햇반과 김, 참치를 다른 선수들에게서 구해 먹다가 나중엔 외부에 부탁해 건네받은 것을 나눠 먹었다"며 "첫 출전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덕꾸님의 댓글
덕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보고갑니다 윗댓글 심종섭씨 인터뷰보고 헉했네요
선수가 알아서 헝그리정신으로 버텨야하군요
우리나라는 몇군데 제외한 협회 모두 후지고 구린거같네요
이런 상태로 동계올림픽개최해서 걱정입니다
리우만큼은 욕을 안먹어야할텐데...흥행도 걱정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