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돌파] 극복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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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시 이런 날이 왔다는 것이 내겐 크나큰 선물일 듯.
다시 탁구장 문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탁구장 풍경들. 약간은 낯설다. 마치 수십 년 전, 젊은 날 처음 가 본 미국이라는 나라의 케네디 공항에 도착해서 보스턴으로 향하던 중 잠시 들른 햄버거 가게 문을 열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낯설고 신기한 느낌.
근 1년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몇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때마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어야 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생명이 끈질긴 것인지 아직은 이 세상에 더 남아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는 것인지,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 살아 있는 것 같고 결국 삶이라는 곳으로 다시 돌아온 듯.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바로 탁구장으로 가기에는 몸이 성치 않아서 또 몇 달 동안 집에서 몸만들기 작업을 해야 했다. 탁구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탁구장에 다시 복귀하기 위해 몸을 추스른단 말인가.
내 몸이 예전의 건강한 상태를 조금씩 회복하면서, 탁구장으로 복귀하는 날을 기다리며 나는 병원에서부터 품고 있던 몇 가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했다.
가장 먼저, 생활 속에서 실천한 것은 ‘버리기’라고나 할까. 욕심 버리기. 물건 정리하기. 덤으로 더 사는 삶에서 품는 욕심은 독과 같은 것, 그저 하루하루 평온하게 살 수 있도록 모든 욕심을 정리하는 시간, 그것이 내게 주어진 앞으로 더 살아갈 시간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물건 정리를 시작했다. 최소한 사용하는 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하기. 그래서 입지 않는 옷, 벽면을 채운 책장의 책들, 라켓들 등, 여러 잡동사니, 이런 것들을 모두 기부 아니면 기증했다. 해보니 참으로 재미있다. 홀가분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낀다.
무릇 여행이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는 법인가. 죽음의 문턱을 구경하고 온 덕분에 건져온 것, 그 몇 가지 깨달음을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일과로 삼은 시간. 신기하게도 내가 머무는 공간의 공기는 병원 신세를 지기 전보다 더 활기차게 느껴졌다. 삶과 죽음이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이제 이 정도 살았다면 죽음이란 마치 옆방처럼 항상 내 곁에 있는 친숙한 의미라는 것, 나는 언제라도 그 방문을 열고 들어가 쉴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이 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지만 묘하게도 하루하루의 삶은 더 안락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동안은 무시했던 초침의 존재를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다. 째깍거리며 달려가는 초침의 그 1초가 매우 긴 시간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내게 초능력이라도 생긴 것인가. 시간이 매우 느리게 가는 느낌이라 더불어 세상의 사물들이 마치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여유롭게 보인다. 그리고 그런 여유로움 속에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의 맛을 음미하는 육감이 하나 더 생긴 듯했다.
그러면서 또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승리와 패배 그 모든 것의 덧없음을. 그저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그런 시간 들을 보내며 결국 나는 탁구장에 복귀하게 되었다.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것이 너무나 기뻤다. 많은 분이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프로형님, 노 교수님, K, 관장님과 사모님, 예쁜 코치, B와 C, 그리고 J 등등, 내가 아는 사람이 이다지도 많던가.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내 주위에 있었던가. 이 허름한 탁구장의 모든 분이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탁구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예전과 같이 탁구장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생사의 관문을 넘나드는 동안에도 탁구장은 별일이 없었다. 결국 세상이란 나라는 존재와 상관없이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한 셈.
그렇다 해도, 예전과 다르게 뭔가 새로운 일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나 결정했다. 이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살아 있는 동안 다른 분에게 드릴 수 있는 선물을 얼른 드리자는 작전이라고나 할까.
이 계획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물꼬를 트는 일이라고나 할까. 탁구장에서 운동하시는 분 중에서, 매우 매우 탁구 실력이 늘기를 바라는 분 중에서, 정말 그거 하나만 터주면 생사의 혈맥이 타동 되어 고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그런 절대 물꼬를 터주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
고수의 길로 들어서고 싶어하는 누군가를 방해하는 단 하나의 요소, 그것을 제거하는 일, 그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임팩트’ 라는. 물론 이것 말고도 중요한 것은 많지만, 어쨌든.
탁구는 공을 치는 운동, 예컨대 야구, 테니스, 당구, 골프 등을 보아도, 탁구와 마찬가지로 공을 칠 때의 임팩트가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
그래서 천천히 탁구장에서 운동하시는 선수들을 관찰했다. 그 중 가장 임팩트가 문제가 되어 보이는 한 분을 점찍었다. 호쾌하지 않고 어정쩡한 스윙. 이 분이 추구하는 탁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탁구공을 라켓으로 어떻게 임팩트 해서 강력한 공을 만드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성격상 대충 쳐서 대충 공을 넘기는 스타일로 플레이하는 것인가. 도 아니면 모 식으로 한 방 날려서 결과를 보기보다는 어떻게든 넘겨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자는 작전인가.
탁구에 있어서, 공을 친다는 것은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 임팩트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결국 강력한 공을 보내는 열쇠라는 것을. 임팩트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런데 왜 이런 단순한 임팩트가 중년의 생활체육 선수들에게서는 제대로 시전되지 않는 것인지. 무엇이 제대로 된 임팩트를 막고 있는 것인지.
댓글목록
시나브로님의 댓글
시나브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잘읽고 있습니다
멋진걸 깨달은 분이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남겨진 행복을 찾아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주무시길 바랍니다
토오미님의 댓글
토오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많이 기다렸는데 갑자기 쑥 나타나셔서 놀랐습니다.
아프셨나요? 복귀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찾길 스토리가 너무 궁금합니다.
정다운님의 댓글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벽님 안녕하세요?!
상당히 오래간만이시군요?~!
왜 이렇게 오래간만에 방문을 하셨고
넘 오래간만에 글을 올려 주셨네요!
앞으로는 자주 좀 오셔서 좋은글 올려 주세요!
명수사관님의 댓글
명수사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궁굼 하네요
생사를 가름 할 정도의 그일!
어쨌든 건강하게 다시 오셨고 좋은글 다시 볼 수있어 좋습니다
지난일 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고 소중하지요
다시 찿은 건강 화이팅!
시냇가님의 댓글
시냇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정말 많이 편찮으셨던건지요?
강벽님의 글을 다시 대하니 정말 반갑습니다.
불국사님의 댓글
불국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을 읽고 깊은 감동에 눈시울이 뜨거위짐을 느꼈습니다.
나도 생사의 갈림길은 아니었지만, 심한 아픔을 겪어서일까요?
돌아와서 반감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절대 아프지 마세요
Vegas님의 댓글
Veg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동안의 어려운 시간이 허름한 탁구장 풍경을 천국으로 만들었네요.
임팩트가 걍벽님의 매일 매일 생활에 실리기를 ~~~~
강다솜님의 댓글
강다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속에 주인공처럼 잘이겨내셧네요..감동적입니다.
평소에 건강 유의 하시고 앞으로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세요 정말 축카드립니다.~ 화이팅~
고고탁님의 댓글
고고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과 죽음이 그리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이제 이 정도 살았다면 죽음이란 마치 옆방처럼 항상 내 곁에 있는 친숙한 의미라는 것, 나는 언제라도 그 방문을 열고 들어가 쉴 수도 있다는 것"
너무나 멋진 표현입니다.
정말로 우연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언젠가는 한줌의 먼지로 사라지겠지만
지금 이 시간을 유희해야 합니다. 그 것이 본인에게 주어진 책무입니다.
귀환을 환영합니다.
우리서로님의 댓글
우리서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습니다.
병상에 누워있으면 범사가 감사였다고 많이 느껴집니다. 범사에 감사하면 모든것을 내려 놓을수 있는것 같습니다
자미원님의 댓글
자미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병상에서 돌아오심을 환영하고 항상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그중에 탁구만한게 없는 것 같은데 탁구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고 갑니다.
신이조시대님의 댓글
신이조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강벽님? 감동적인 왕의 귀환에 비유해도 이상하지 않는 재회의 기쁨이 아니고 그 무엇이 겠습니까! 거기에다가 버리기 비우기 베풀기 나누기 등의 화두 모두 진정어린 인생의 철학임을 공감합니다. 저도 몇개월간 생사의 관문에서 방황하며 고생하였던 일인으로서 다시 뵙게되어 정말 반갑구요. 앞으로는 절대로 아프진 마세요! 화이팅!!!
딸기바나나님의 댓글
딸기바나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오랜만입니다ㅋㅋㅋ 요즘 글을 안 올리시길래 무척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탁구장에 방문하셨군요. 앞으로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소쩍새님의 댓글
소쩍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습니다.
건강 앞으로도 잘 추스리시고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임팩트 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날나리(wantofly)님의 댓글
날나리(wantofl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음의 문턱까지 가본적이 있는 저로서는
정말 가슴에 와닫는 글이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열정과집념님의 댓글
열정과집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다시 건강을 되찾아 이렇게 글을 남겨주심에 감사드리고 ,
많은 것을 버렸셨지만 탁구만은 더 소중히 간직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돌모리님의 댓글
돌모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습니다. 건강 잘챙기시길 바랍니다.
저로서는 강벽님 글을 읽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네요.
감사드립니다...
윤서댁님의 댓글
윤서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시 돌아오신것 감사합니다. 고고탁을 방문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네요.
항상 건강챙기시고 매번 좋은 글 재미나게 감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