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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기다리며] 재회(再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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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아침부터 일찍 눈이 떠진 토요일. 자리를 털고 나오니 앞마당에 부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어김없이 계절은 변화하는 것인가.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서서히 닳고 있는 것.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나가는 바람이 휴대폰 배터리 잔량을 알려주듯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을 알려준다면 과연 좋을까 두려울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것도 없다. 찾아올 사람도 없고 보고픈 사람도 없다. 약속도 없고 약속을 만들기도 귀찮다. 불현듯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있는 것처럼, 세속의 인연과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어 삶 속에 홀로 떠있는 느낌.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혼자에다가 또 빈손으로 가는 것. 무엇을 움켜쥐려 한단 말인가. 덧없는 인생. 작은 고독에 갇힌 상황인가. 여기에 머무를 것인가. 이 틀을 깨고 세상으로 나가 볼 것인가.

그런저런 생각 속을 뒹굴다가 문득 내가 탁구를 칠 줄 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바로 이어서 탁구장이 생각났다. 오호 그렇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에서 내가 자발적으로 움켜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렇다, 바로 탁구 라켓이다. 그 라켓으로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경기를 치렀던가. 이름없는 강호의 탁우들과 또 그 얼마나 무수한 승부를 나누었던가. 탁구라는 경기를 통해 내가 창조한 시간들. 분명히 그 시간은 내가 창조한 신세계임이 틀림없다. 그 세계에서 나는 어떤 존재였던가. 그렇다. 나는 그 세계의 주인공이었다. 그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나의 운명인가. 그렇다면 그 세계 안에서 또 다른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 탁구장에 가고 싶어졌다.

스스로 둘러싼 틀, 나만의 사치스러운 고독 속에서 라켓을 꺼내 든다. 마치 달걀 구멍을 내듯 톡톡 쳐 틀에 구멍을 낸다. 그리고 빨대를 꼽는다.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만든다. 탁구장을 향해 나선다.

거리에 서서히 어둠이 깔린다. 밤과 낮이 교차하는 경계라고나 할까.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어둠이 내려앉으며 거리에는 가로등 불이 하나 둘 들어오는 시간. 빛이 머물렀던 자국이 희미해지며 이국적인 세상 풍경을 내놓는 시간. 별과 달을 벗 삼아 이런저런 몽상을 즐기며 탁구장으로 향하는 밤 무렵.

천천히 때로는 서둘러 걸으며 상념과 공상을 즐기는 것도 걷기가 주는 즐거움 중 하나랄까.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가고 그리하여 세월은 흘러가고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하는데. 변하는 것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있고. 그런데 탁구장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하나 꼽자면 고수를 꿈꾸는 사람들의 열망이 있던가.

무엇인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도달하고 싶은 수준이나 목적지.

목적지라.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목적지와 연결된 길을 따라가야 하는 법. 그러므로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중이라면 지금 가는 길이 목적지와 연결된 길인지를 늘 확인해야 할 터. 길이라.

길을 스스로 찾아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인간 네비게이션인가. 스스로 찾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있는 일.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면 답을 주는 사람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그의 안내가 제대로가 아니라면 엉뚱한 곳에 당도할 터. 길을 물을 때는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인지, 길에 대한 정보가 확실한지 확인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저 복불복이라고 봐야 하는가. 그도 저도 아니면 인연이나 운명 뭐 이런 것인가. 길이라.

사람 사는 동네에서 고정 관념이나 편견을 깨는 일은 때론 기적과 같은 일. 단 한 사람이 인류 전체의 상식을 뒤집은 사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고생 좀 했을 듯. 어느 시대에나 사실을 이야기해도 믿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 또 모르긴 해도 그때도 끝까지 우기는 사람이 있었을 것인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뼛속 깊숙이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을 듯. 누군가의 상식이 누군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일 수도 있는 일. 탁구의 경우라면 누가 더 손해일까.

그리하여 인류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걸 알게 되었으나 당대의 수험생들은 외울 것이 늘어서 좀 괴로웠을 듯. 이후 뉴튼(Newton)이 만유인력을 가르쳐준 덕분에 공전의 원리를 암기해야 했던 수험생들. 버뜨(but), 후대 학생들이 보면 그건 약과지. 그땐 그저 만유인력이 공전의 이유라고 외우면 땡이었지. 왜냐면 만유인력이 뭔지는 아무도 몰랐으니까.

세월이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었네. 아인쉬타인(Einstein)이 가르쳐준 이해하기 어려운 우주의 신비. 중력이란 우주의 별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 일종의 길을 만든 것이라나. 그러니까 지구는 태양이 만든 시공간의 길 위를 뱅뱅뱅 돌고 있다는 것인데. 대단하다.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과거의 고정관념을 이렇게 뒤바꾸다니. 나는 또 어떤 편견과 무지 속에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 우주도 탁구도 바로 그 길 위에 서느냐의 문제인가.

어떻게 그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운명인가. 기연(奇緣)이라도 얻어야 하는 것인가.

세상에 무협지(武俠誌)라는 것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그 아지랑이 같은 이야기. 대충 설명하자면 무술과 문파가 등장하는 일종의 SF, 판타지 혹은 로망이라고나 할까. 무협을 안다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주인공이 되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했을 듯한데.

무협지의 주제는 간단명료하다. 사필귀정(事必歸正), 고진감래(苦盡甘來). 주인공은 무공이 없는 상태에서 고난과 역경을 겪지만, 마침내 기연을 얻은 후 절세 고수가 되어 세상의 악을 평정한다는 이야기. 물론 중간중간 등장해주는 여러 여인과의 썸타는 이야기는 덤.

무협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연. 탁구도 그러한가. 고수가 되려면 기연을 얻어야 하는가. 하긴 훌륭한 훈련 파트너가 있다면 고수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한 셈.

그러면 인연을 얻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고수가 될 것인가. 혹시 탁구장에 이정표가 있어서 따라가기만 하면 고수가 될 수 있다면 어떠할 것인가. 말하자면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서 누구나 그 길을 따라가면 절세 무공을 얻는다면.

생각이 여기까지 왔을 때 탁구장에 도착했다.

허름한 탁구장. 누구라도 이 탁구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탁구 인생이 바뀌는 곳. 이 은자촌에는 신비스러운 진식이 펼쳐져 있어 누구라도 발을 들여놓으면 탁구 매니아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인데. 이곳 고수들은 초보 동호인이 출현하면 은밀한 시스템을 작동시켜 고수의 길로 인도한다는 이야기가 이 작은 도시 탁구계에 소문 아닌 소문으로 떠도는 상황.

탁구장엔 여전히 많은 사람이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데. , 저쪽에 보이는 어떤 선수가 눈에 들어오는데. 오호, 종종 만나서 혈투를 펼치는 나의 호적수가 맞으렷다.

바로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하고 비는 테이블에 자리잡는다. 이제부터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게임이다. 체력이 완전 방전 될 때까지 한 10세트 이상 연속으로 경기를 치르고 물 한잔 마시며 숨을 돌리는데. 보니까 누군가가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뭐지, 이 느낌 하면서 자세히 보니 대학 동창 아니던가. 오호 세상에나 반가움이란. 어떻게 탁구장에 왔느냐는 내 물음에 탁구를 배우러 탁구장에 와봤다는 이야기. 그리고 얼마나 치면 나만큼 탁구를 칠 수 있느냐는 물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맘 속에서 뭔지 모를 승부사의 기질이 느껴지는데. 혹시 이 친구가 탁구를 배운다면 내가 기꺼이 훈련 파트너가 되어서 이 친구를 나름 고수로 만들어 볼까나 하는 생각. 므흣한데.

학교를 졸업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만난 친구.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겸 또 탁구에 관한 이야기도 할 겸 나는 얼른 운동을 마무리하고 한잔하자며 친구 손을 잡아 이끌었다.

도착한 곳은 시장 골목 전집. 마침 송 여사가 가게를 지키고 있던 터, 친구는 송 여사를 보자마자 그 미모에 한번 놀라는 눈치. 거기다가 송 여사가 우리 탁구장 회원일뿐더러 탁구를 아주 잘 친다고 귀띔해주자 친구의 눈빛이 더욱 초롱초롱. 오호, 역시 미인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는 건가. 송 사장에 대해 다 이야기해주면 나중에 싱거울 것 같아서 송 여사가 싱글이라는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는.

학창 시절의 친구처럼 좋은 관계가 있던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오해하지 않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도 잘 받아주며, 이야기를 덧붙여서 새로운 뉴스를 만들지도 않을 것이니 얼마나 편한 사이인가. 친구는 이 도시에 터 잡은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이라는데. 나이도 있고 뱃살도 감당 안 되고 해서 이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해서 무슨 운동을 할까 하다가 테니스, 골프, 탁구 중에서 탁구를 골라서 수소문 끝에 허름한 탁구장에 들러보았다는.

그리하여 탁구장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내부를 살펴보는데 두 사람이 아주 재미있고 수준 있어 보이게 경기를 하는지라 눈길이 갔다는. 헌데 자세히 보니 경기하는 선수 중 하나가 낯이 익더라는. 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그게 나라는. 경기하는 모습이 대단히 잘 치는 것 같아 구경이 아주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레슨을 몇 개월 배우면 나만큼 탁구를 치는지 물어오는데. 친구는 한 석 달 배우면 어느 정도 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입장. 이 친구 탁구와 탁구장 물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이 그 자체일세. 뭘 하려면 뭐가 뭔지 알아야 할 터. 친구 좋다는 게 뭔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리하여 술 한잔과 더불어 안주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탁구 이야기가 술술술 풀려나오는데.

, 가장 먼저 설명해준 것은 탁구를 얼마나 배워야 하는가 하는 문제. 나는 일단 3년 정도 꾸준히 레슨받으면 어느 정도 폼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3년 정도면 폼이 갖추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 고수가 된다는 보장은 아니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뭔가를 설명해줄 때 근거를 제시하고 그 근거가 타당해 보이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서 받아들이기 쉬울 터. 숫자를 동원해서 설명하는 편이 좋을 듯.

레슨은 통상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20분 정도 이루어지므로, 일주일에 1시간, 한 달이면 4시간, 1년 해봐야 48시간 넉넉잡아 50시간이라고 하고. 그렇게 10년 레슨받으면 500시간인데. 초등학교 4학년 탁구부 선수가 16시간, 1300, 3년 훈련하면 5400시간. 대략 10배 차이 난다는. 그러니까 100년 레슨받아야 3년 훈련한 초등학생 수준의 훈련을 한 것이 된다는. 공부로 따지면 1300, 초중고 12년을 매일 1시간30분씩 공부한 시간인데 그 정도 시간 공부해서는 상위권 성적 유지는 힘들다는. 결론적으로 비교 불가. 레슨만으로는 실력향상의 기간이 너무나 멀고도 고달프다는 이야기. 따라서 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 이외에 보충 수업, 과외, 학원 수강을 하듯이 탁구도 레슨 이외의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더더군다나 이제 중년의 나이에 탁구를 배운다니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체력, 스피드, , 순발력, 판단력, 지구력 등 여러 요소가 뒷받침이 안 될 터. 건강하자고 탁구를 배우려는 것일 테니 일단 체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탁구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중년의 초보 회원들은 대부분 재미로 건강으로 탁구를 배우러 왔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사람은 거의 못 보았다는. 건강을 위해 재미있게 탁구를 치겠다는 입문할 때의 초심은 망각하고 승부욕에 사로잡혀 주화입마의 길로 들어선 이가 꽤 된다는 이야기로 겁도 좀 주고.

친구는 그럴 일 없다며 재미로 건강을 위해 운동할 것이라며 어떻게 해야 탁구가 빨리 느는지를 물어 오는데. 어허 이 선수 앞사람 잔이 빈 줄도 모르고 진지하게도 물어오니 자작할밖에.

공부하세요. 이건 언젠가 유행했던 말인데. 옛 추억을 더듬으며 친구에게 이 말을 전해 주었다. 탁구를 잘치려면 먼저 탁구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탁구 규칙, 탁구 역사, 탁구 용품 정보, 탁구 선수, 탁구 기술, 탁구 대회, 생활체육 탁구, 지역 부수, 탁구장 예절, 초보의 훈련 방법, 레슨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시합 요령 등 상당한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주니 친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데. 하긴 그저 3개월 레슨받으면 나만큼 칠 줄 알았다는데. 그 상황에서 공부와 더불어 연구도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곤란했다는.

이 친구 정말 탁구 배울 생각이 있는 것인가. 레슨에 대해 물어오는데. 하여 나는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이 허름한 탁구장이 아니더라도 혹시 친구가 다른 곳에서 레슨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래서 알아두고 나중에라도 약이 되라고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일단 262 비율. 이건 뭔가 하는 친구 표정을 보며 회사 사람도 이 비율이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니 대충 이해하는 눈치. 어딜 가나 만나서 좋은 사람 20, 보통 60, 안 만나는 게 좋은 20.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동호회에서도, 탁구장에서도, 탁구 코치에서도 이 비율이 성립하는 경우를 만날 테니 미리 알고 있으라는. 그러니까 레슨을 받는데 만나지 말아야 할 코치를 만날 가능성은 20%이므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되면 빨리 탁구장이나 코치를 변경하는 쪽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다행히 허름한 탁구장은 내가 보증한다는. 하긴 친구는 그 보증 아니더라도 송 여사의 존재만으로 허름한 탁구장을 선택하기로 한 듯도 한데.

역시 동창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한잔 두잔 막걸리에 점점 기분 좋게 취해가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의 보따리가 풀린다.

조금씩 취해가는 상태에서 우리는 학창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억을 더듬었다. 농담과 웃음 속에서 공유하였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또 방향을 틀어 운동 경기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운동 경기가 있다. 그래서 다른 선수나 팀과 승부를 가리는 일이다. 승리가 최종 목표이다. 승리하되 최소의 체력을 사용해서 이기면 최상이다. 축구나 농구를 예로 말하자면 먼 거리에서 슛을 날려서 득점할 수만 있다면 최소한의 체력을 사용하고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어려우니까 골대 근처로 가서 슛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라도 작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경기는 작전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물론 상대적으로 작전이 덜 중요한 경기도 있다. 양궁이나 사격은 그저 매번 만점 과녁을 맞히면 된다.

그렇다면 탁구는 어떤가. 탁구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넘기는 경기다. 테니스, 배드민턴, 배구, 족구가 유사한 경기 특징을 가진다. 이런 경기의 핵심 요소는 공이나 콕이 내 영역으로 넘어오자마자 상대에게 넘길 수만 있다면 절대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탁구 경기에서는 내 테이블에 공이 맞자마자 넘길 수만 있다면 절대 유리하다.

탁구 경기에서 선수가 최소의 체력을 사용하면서도 상대를 이기는 방법은 무엇인가. 내 서비스를 상대는 받지 못하고 상대의 서비스는 내가 다 공격해서 득점하면 된다. 탁구의 신이 아니라면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비스와 리시브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다.

공이나 콕을 넘기는 운동의 특성은 내가 보낸 공을 상대가 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이나 콕의 속도, 보내고자 하는 위치, 공의 회전, 속임수를 사용하여 상대가 칠 수 없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경기하는 두 선수가 가진 탑재 무기가 거의 비슷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 어떤 요소가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판단력, 과감함, 치밀함과 같은 정신적 요소, 즉 멘탈(mentality)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작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물리적 운동 능력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두 선수의 경기는 어찌 보면 가위바위보 게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작전이라고 불러도 좋고 심리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서 역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밤도 깊어 간다. 파할 시간이 다되었음을 직감한다. 대화를 나누며 어떤 주제는 서로 공감했으나 또 어떤 주제는 서로 동의하지 않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정의 바탕 아니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나와 친구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거의 공감했다. 친구와 나는 비이성적이거나 비논리적인 것을 선호하는 취향은 아닌 듯싶다.

나의 탁구 이야기를 다 들은 친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기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친구가 보기에 경기라는 것은 두 선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기려는 승리 의지 사이의 투쟁이자 타협이란다. 누군가의 승리라는 것은 승자의 의지가 관철되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패배한 선수보다 승리한 선수가 더 우월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단지 승자가 선택한 길이 패자의 그것보다 승리라는 고지에 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는 정도라고 생각한다는 친구. 근사한 해석이다. 안주로 손색이 없다.

잔이 비워지고 시간은 흐르고, 그날 밤 자정이 가까워져서 우리는 탁구장에서 다시 보자며 헤어졌다.

이 친구 앞으로 정말로 탁구를 배우러 올 것인지. 오기만 하면 허름한 탁구장의 초보 동호인 육성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고수로 가는 길을 알려 줄 터인데.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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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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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탁님의 댓글

no_profile 고고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 탁구입문 매뉴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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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님의 댓글

no_profile 시냇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완전 초보의 성장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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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사관님의 댓글

no_profile 명수사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반가워 글은 나중에 읽어야 겠네요 부엌에서는 밥먹으라는 소리가 들리고 책은 나왔나요 기다리고 있는데 워낙 댓글을 안다시는 분이니까 누가아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네요 걍벽님께서 알려주시면 더 영광이구요
이따가 읽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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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사관님의 댓글

no_profile 명수사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름한 탁구장 전집의 송여사님의 미모 변한 것이 없네요
잘 읽었습니다 출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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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님의 댓글

no_profile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벽님께서 드뎌, 또 연재물을 올려 주셨군요!
넘 감사드리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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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님의 댓글

no_profile 한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벌써 다음 회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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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튼너님의 댓글

no_profile 발튼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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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으니짱님의 댓글

no_profile 다으니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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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네님의 댓글

no_profile 윤슬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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