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부와 이변이 넘쳐났던 세계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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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은
가장 극적인 승패와 이변이 많았던 대회로 아직까지 기억됩니다.
대회 시작 전에 오스트리아의 베르너 슐라거와 한국의 주세혁이 결승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전문가와 팬을 통틀어 한명도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주세혁 선수는 세계 61위인 수비형 스타일이었고, 당시 세계 6위인 1972년생 슐라거는
31살의 나이로 단 하나의 메이저 대회 타이틀도 없던 선수였습니다.
두 선수가 결승에 오르는 과정은 오딧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당시 세계랭킹 1~4위는 마린, 왕리친, 삼소노프, 공링후이였는데,
세계 3위 삼소노프는 16강에서 변칙스타일의 카리니코스 크리엥가에게 3-4로 역전패해서 탈락했습니다.
주세혁 선수는 8강에서 당시 세계 1위인 중국의 마린에게 2-3으로 뒤지다 4-3으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실력을 떠나 플레이 스타일의 상성 상 주세혁의 승리를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7세트에서 11-9로 패하는 순간 마린은 라켓을 위로 집어던지며 절망감을 표현했습니다.
슐라거는 16강부터 계속 아시아 선수들만 만났습니다.
16강 전에서 한국의 노장 김택수와 세 번의 세트를 듀스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한 슐라거는
8강전에서 이전 대회 (2001년) 우승자인 왕리친과 맞붙었습니다.
왕리친과 슐라거의 대결은 그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였습니다.
슐라거는 4세트를 15-13으로 내줘 세트스코어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5세트를 11-9로 승리해 3-2로 따라붙었습니다.
6세트 왕리친이 8-6으로 앞선 상태에서 행운의 엣지와 서브포인트로 10-6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습니다.
하지만 6-10으로 4 매치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슐라거는 신들린 플레이를 연속으로 펼치며 듀스를 만들었고,
결국 13-11로 6세트를 승리했습니다.
망연자실한 왕리친은 7세트까지 내줘서 그의 탁구 커리어에서 가장 처참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첨부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왕리친은 절치부심하여 2005년과 2007년에 연속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합니다.)
슐라거의 4강 상대는 지난 2001년 대회의 준우승자이며
유럽 스타일의 셰이크핸드로 세계를 재패한 최초의 중국선수인 공링후이였습니다.
탑랭커인 마린, 왕리친과 삼소노프가 모두 탈락했기에 공링후이는 4강에 오른 선수 중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았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습니다.
슐라거는 절묘한 서브에 이은 3구 필살기가 돋보이는 선수로 유럽 출신 중에서는 가장 공격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슐라거는 오스트리아 선수이지만 개최국인 프랑스의 국적도 보유하고 있었기에
대형 체육관을 가득 채운 프랑스 관객들의 열화 같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공링후이와 준결승은 7세트 듀스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이었습니다.
7세트 11-12로 매치포인트에 몰린 슐라거는 놀라운 투혼으로
3연속 득점을 올려 공링후이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8강에서 세계 1위인 마린에게 승리하는 대이변을 일으킨 주세혁은
삼소노프를 꺾고 올라온 세계9위 크리엥가와 맞붙었습니다.
주세혁은 크리엥가의 가공할 무기인 백핸드 탑스핀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며 승리를 거뒀습니다.
남자탁구 세계선수권대회에 무명의 수비형 선수가 결승에 오르는 대 이변이 발생한 것입니다.
결승전 4세트를 듀스 끝에 내주고 5세트를 따내서 2-3으로 뒤지던 6세트에서
주세혁은 9-8로 리드해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듀스 끝에 12-10으로 패했습니다.
마지막에 주세혁이 날린 회심의 드라이브가 테이블을 벗어나는 순간 슐라거는 두팔을 높이 들며 환호했고
주세혁은 안타까움에 그 자리에 누웠습니다.
탁구 불모지인 오스트리아에서 최초의 세계 챔피언이 등장한 순간입습니다.
슐라거는 지금까지도 30살이 넘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한 유일한 선수로 남아있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고, 그 해에 오스트리아 올해의 스포츠맨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까지 ITTF가 산정하는 랭킹에서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에 대한 보너스 포인트가 엄청났습니다.
경기가 열리던 2003년 5월 랭킹에서 6위였던 슐라거는 6월 랭킹에서 세계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슐라거의 1위는 6월 한달 뿐이었습니다.
그는 7월 랭킹에서 2위로 물러났고 그 이후 다시 1위를 탈환하지 못했습니다.
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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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73-zntOoWUs
189회 연결
댓글목록
머터리님의 댓글
머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 누군지 잘모르겠는데 탑랭커 선수가 인터뷰중 쉴라거 선수서비스가 엄청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상회전도 커트처럼 보인다고 하더군요 ㅋㅋ 얼굴도 카리스마있게 잘생겼습니다 ㅎㅎ
빛돌님의 댓글
빛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세혁 팬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대회지요. 중국 입장에선 치욕스러운 기억이겠고요.
촘촘한 기억 기록 늘 잘 읽고 있습니다. 탁구계의 사관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