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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시걸의 베스트 셀러를 영화로 만든 러브스토리(1970)의 짧은 명대사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1970년대는 물론 80년대까지도 우리나라의 문화에 큰 영향을 행사했습니다.

제니와의 결혼을 반대하던 아버지와 의절한 후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는 올리버에게

환갑을 맞은 아버지는 화해의 손길을 보내며 생일 잔치에 초대합니다.

시아버지와 사이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제니는 올리버를 설득하지만,

심하게 화내며 소리치는 올리버에 실망한 제니는 흐느끼며 집을 뛰쳐 나갑니다.

온 종일 제니를 찾아다닌 올리버는 밤 늦게 집 현관 문 앞에서 추위에 떠는 제니를 만납니다.

제니는 열쇠를 잊고 나가서 집에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사과하는 올리버에게 제니는 울먹이며 말합니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직역하면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결코 할 필요가 없는 것이야" 인데 그 뜻이 약간 애매해서
'사랑은 아픔을 주지 않는 것이야' 또는 '사랑은 후회하지 않는 것이야' 등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에 이 말의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
내가 상대방을 사랑한 경우 그가 나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가 사과하기 전에 그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용서했고 수용했기 때문에,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주어는 '나'여야 하고 미안한 쪽은 상대방이어야 (you're sorry) 이 말의 의미가 통합니다.

더 나이가 들은 후 이와 상징적으로 유사한 상황을 겪었을 때

나도 영화 속의 제니와 똑같은 마음이었기에 그 영화의 장면이 더더욱 공감되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상황을 바꿔서 (사랑하는) 상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도 저 대사가 적용될까요?
당연한 것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문장의 매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Love means definitely having to say I am sorry.”

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상대방이 내가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내 안에 미안해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면 상대는 나에게 더 마음을 열지 않을까요?

제가 미국에 머물던 시절이 참 좋았던 면 중에 하나는 그들의 언어가 주는 호감 때입니다.
그들은 "Excuse me" , "Sorry", "Pardon"이라는 말을 너무도 잘.. 그리고 자주 씁니다.
너무 자주 들어서 그 문장 고유의 의미인 "미안하다" , "용서해줘" 라는 사전적 해석이 오히려
생소합니다. 분명 내 실수인 경우에도 상대방이 먼저 미소지으며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남녀노소를 안가리고 마찬가지이지요.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인보다 "Sorry"라는 단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저는 우리나라에서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