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누구이고 얼마나 폭력적이었을까

페이지 정보

본문

우리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글 하나를 더 올리겠습니다. 위에 첨부된 그림은  인간 진화의 계통수(phylogenetic tree)입니다.


영장류에는 사람과(Hominidae)로 분류되는 인간과 유인원 가족이 있습니다. 그 유인원 가족은 대형 유인원이라고 불리는 꼬리가 없고 몸집이 큰 영장류를 말하고, 구체적으로는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이렇게 네 종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과(Hominidae)는 사람,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그리고 오랑우탄으로 구성된 영장류의 한 과입니다. 그 중에서 오랑우탄이 인간의 특징을 가장 적게 갖고 있고, 보노보와 침팬지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입니다. 보노보와 침팬지의 DNA는 98% 이상이 우리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고릴라 중 어느 쪽이 더 침팬지와 가까울까요? 20세기 중반을 넘어서까지도 일반 사람들은 물론 과학자들도 당연히 침팬지와 고릴라가 서로 더 가까운 사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혼성 DNA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DNA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유전자의 뉴클레오티드 서열을 직접 판독한 실험 결과 침팬지가 고릴라보다 인간에 가깝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전자 암호를 해독하게 된 생물학자들이 인간과 유인원 관계의 그림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침팬지는 신체적으로는 고릴라와 더 많이 닮았지만 유전적으로는 인류와 더 가깝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만장일치 의견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침팬지와 보노보 중에서 어느 쪽이 우리와 더 가까울까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둘 중에서 어느 쪽이 우리와 더 가까운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여전히 영장류 학자들은 인류의 조상 모델로 어느 쪽이 더 적절한가를 놓고 논쟁중입니다. 얼핏 보면 둘 중에 누가 인류와 가깝던 별 차이 없을 거 같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점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납니다. 침팬지는 부계사회의 엄격한 위계질서와 의도적인 동족살해의 잔인한 폭력성으로 대표되는 유인원인 반면에 보노보는 영장류 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를 통틀어 가장 평화로운 동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침팬지나 보노보에 대해서 오랫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습니다. 보노보는 1929년 벨기에 식민지의 박물관에서 에른스트 슈바르츠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 이전까지는 학자들조차 보노보와 침팬지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피그미침팬지로 불리기도 했던 보노보는 침팬지에 비해 좀 더 작으며 유순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보노보의 특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70년대 말에서야 시작되었는데, 특이한 면 중 하나는 보노보는 인간이나 침팬지와 달리 모계사회로 이뤄졌습니다. 보노보 암컷의 평균 체중은 수컷의 85% 정도로 암수의 몸집 차이가 사람과 비슷하게 나고, 수컷은 암컷에 없는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있지만 암컷들이 레즈비언 행위를 통해 서로 연대하여 무리를 지배합니다.

 

침팬지의 두 무리가 하나의 바나나 나무에 도달했을 경우 그 나무를 독점하기 위한 피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보노보의 두 무리가 하나의 바나나 나무에 도착한 전형적인 경우 한쪽의 암컷이 나와서 다른 쪽의 수컷과 성행위를 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마주쳤던 두 무리가 한꺼번에 나무에 올라가서 서로간의 충돌 없이 사이좋게 열매를 따먹습니다. 보노보의 사회생활은 성행위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보노보는 남녀는 물론 남과 남, 여와 여, 성인과 청년 등 어떤 조합으로도 성행위를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합니다. 보노보의 무리중에는 바이섹슈얼의 인구가 90%를 넘습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처럼 마주보며 하는 성행위가 전체의 3분의 1정도 됩니다. 사람의 특징인 성과 생식의 분리가 보노보에게서도 나타나는데, 번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성행위는 인간과 보노보만의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인간은 1960년대 말까지도 야생 상태의 침팬지가 평화로운 종족인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인 구달 박사가 야생에서 침팬지와 거의 맞닿게 근접하여 심층 관찰한 결과 침팬지 사회는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때때로 동족살해와 동족사냥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서열을 둘러싼 싸움을 벌이고, 암컷에게 교미를 강요하고, 쉽게 성을 내고, 다른 집단의 침팬지와 마주쳤을 때에는 격렬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납치와 기습 그리고 성폭행도 흔히 일어나며 잔인한 복수가 반드시 뒤따릅니다.

 

침팬지는 사람보다 몸집이 작습니다. 네 발로 걸으면 그 키가 성인남성의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지만 가지가 없는 나무의 껍질을 손쉽게 벗길 정도로 대단한 완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완력과 더불어 침팬지는 네 손으로 싸우고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건장한 성인 남성 몇 명이 덤벼도 맨손으로는 한 마리의 침팬지를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수컷들은 홀로 있는 다른 집단의 침팬지를 발견하면 협력하여 뒤를 쫓아 잔인하게 죽인 후 게걸스럽게 먹습니다. 제인 구달의 보고서에 의하면 암컷들이 같은 집단의 다른 암컷을 습격해서 새끼를 빼앗아 잡아먹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암컷이 자신의 새끼가 잡아먹히고 있는 현장에서 비탄에 빠져있자 새끼 고기를 먹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암컷들 중 한 마리가 그 어머니 원숭이를 끌어 앉고 같이 슬퍼해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침팬지의 행동에서 인류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특별한 부계 사회의 속성입니다. 수컷은 자기가 태어난 집단에서 죽을 때까지 살고, 암컷은 성년이 되면 이웃 집단으로 옮겨갑니다. 모든 포유류를 포함한 수천만 종의 동물들 중에서 오직 인간과 침팬지만이 이런 식으로 부계의 수컷 유대사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의도적으로 이웃 수컷들을 죽임으로써 집단의 세력권을 확장해 가는 동물은 인간과 침팬지뿐입니다. 제인 구달 연구팀이 관찰해왔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4개 침팬지 집단 가운데 2개는 전쟁과 다른 집단의 계획적 공격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인간의 경우 집단 간에 상품 교역을 하고 서로 돕는 등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침팬지의 서로 다른 집단 간에는 어떤 우호 관계도 없이 적대감만 있습니다.

 

그밖에도 야생 상태의 침팬지의 행동이 인간과 너무 유사하다는 연구보고는 계속 쏟아져 나옵니다. 침팬지는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서로 손을 쓰다듬고, 키스하고 포옹합니다. 침팬지는 평생의 친구를 만들며 아기가 죽으면 시체를 며칠에서 몇 주씩 갖고 다니며 애도합니다. 그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협동하고, 오랫동안 원한을 품지만 감정을 교묘히 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침팬지의 암컷들은 보노보와 달리 연대하여 수컷에 대항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가부장제의 억압 속에서 수컷의 눈치를 보며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이렇듯 침팬지와 보노보 중에서 어느 쪽이 우리와 더 가까운가 하는 질문은 인류의 기원과 보편적 성향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끔 하는 중요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지 않은 논쟁거리입니다.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추천8 비추천0

댓글목록

profile_image
profile_image

정다운님의 댓글

no_profile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profile_image

탁구천재...님의 댓글

no_profile 탁구천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profile_image
profile_image

사고의 전환님의 댓글

no_profile 사고의 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쪽이 더 가까운가 연구하는 것이
어쩜 사람도 어느 쪽을 왜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 궁극적인 이유도 밝힐 수 있기를...

profile_image
profile_image
Total 119건 1 페이지
  • RSS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비추천 날짜
119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3 4 0 10-30
118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7 3 0 10-28
117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1 7 0 10-28
116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7 8 0 10-27
115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1 6 0 10-26
114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1 8 0 10-25
113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5 5 0 10-25
112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7 2 0 10-22
111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0 8 0 10-22
110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2 6 0 10-22
109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6 8 0 10-21
108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8 8 0 10-20
107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5 6 0 10-19
106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2 5 0 10-19
105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2 5 0 10-18
104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8 6 0 10-17
103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3 11 0 10-16
102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3 5 0 10-15
101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8 4 0 10-14
100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6 9 0 10-12
99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5 5 0 10-12
98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 4 0 10-12
97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8 5 0 10-12
96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4 4 0 10-11
95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1 3 0 10-11
94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7 3 0 10-11
93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6 6 0 10-11
92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0 5 0 10-10
91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2 4 0 10-09
90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5 4 0 10-09
89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3 6 0 10-08
88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4 2 0 10-08
87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9 4 0 10-07
86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1 5 0 10-07
열람중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1 8 0 10-07
84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 6 1 10-06
83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4 6 0 10-06
82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8 2 0 10-05
81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1 6 0 10-05
80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5 3 0 10-05
79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5 9 0 10-04
78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0 4 0 10-04
77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0 3 0 10-03
76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8 7 0 10-03
75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4 3 0 10-02
74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7 3 0 10-02
73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2 4 0 09-30
72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2 0 09-30
71
미안해요 댓글7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0 3 0 09-30
70
아씨 댓글9
no_profile 장자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6 3 0 09-2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