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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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처음 나에게 오던날... 정말 기뻐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단다.
멀리 하늘건너, 물건너... 마중 나가지도 않았는데 상자에 들어서 산뜻하게 도착한 너를 보며 기쁨에 겨웠었지.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서 나타난 너의 자태...
흰색에 가까운 얼굴에 붉은색 그립...
내가 참 좋아하는 모습이었단다. (붉은색이 빨강색이었다면 나에게는 더 좋았겠지만...)
정성들여 코팅을 하고, 함께 동봉된 고래 러버를 붙이면서, 다른 한면의 러버는 다른 러버였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했었지. 왜냐하면 내가 준비한 러버도 고래였거든...
양면 고래를 붙이고 달아본 너의 무게는...
197g....
잠깐동안 아무생각이 나질 않았단다.
내 라켓의 무게는 대개 177~178g 이었으니까...
휘두르다 팔 빠지는것은 아닐까...?
오른팔에 이어서 왼팔도 테니스엘보 오는것 아닐지...
걱정 끝에 가벼운 러버를 하나 따로 준비하는것으로 하고 너를 들고 탁구장으로 향했지...
역시 고래 러버는 에어링이 필요하더구나.
생각보다는 덜 나는것을 보고 며칠간 아무생각없이 치기로 했지.
며칠이 지나고서 부터 묵직한 구질로 "팡,팡" 나가는 너를 보고 나는 만족했단다. 약간의 울림과 함께 공빨이 좋았거든...
하지만 손이 작은 나에게 좀 과한 너의 사이즈는 또다른 고민을 안겨주었단다.
강하게 휘두를때 손에서 빠지는듯한 느낌이 들었거든. 게다가 무게때문에 힘도 좀 들었고...
해서 당분간 너를 손에서 놓았었지..
헌데, 탁구장에서 아시는 한분이(뚠뚠존자) 그립을 깎을수있다기에 기쁜마음으로 널 맡겼지.
"미녀는 괴로워" 에 김아중 처럼 섹시함 까지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손에 잘 잡힐 너를 상상하며 며칠을 기다렸단다.
며칠후에 돌아온 너는 날씬해지긴 했지만 약간 울퉁불퉁한게 마음에 썩 드는 모양은 아니었단다.
게다가 그립에 붙어있던 렌즈는 어딘가로 가버렸고...
하지만 어떠냐. 제대로만 칠수있다면...
하지만.... 그것이 커다란 충격으로 돌아올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네가 어떻하다가 이런 "텅,텅" 이가 되버린거니...?
물론 "뎅ㅇ~~~ㅑ" 가 돼지않은것은 다행이었다만, 이렇게 울림이 커졌을줄이야.
게다가 소리까지 "텅텅" 소리가 나니
아.......!
커다란 실망에 너를 다시 보관함에 넣고말았지...
그리고 한동안 시간이 흘렀구나...
요즘 "알카" 들이 많이 나돌아다니더구나. 공도 바뀌고 하니 좀 강한 라켓이 필요했던게지...
그래서 다시한번 너를 꺼내들려고한다.
그동안 너의 제작자를 비롯, 다른 분들께 조언을 들어
코팅도 다시하고, 그립테이프도 준비하고 러버도 네가 좋아할만한 러버로 다시 장만했단다.
"카랑"아.. 나의 라켓 "카랑"아..
이제 그만 일어나렴....
더 이상 "R.I.P"에 있지말고 다시한번 깨어나렴 . 우리 다시한번 날아보자꾸나..
나의 "카랑"이 텅텅이에서 다시 "팡,팡" 이로 태어나길 바라며 너를 기다리는 주인이 안타까운마음으로 적는다.
2018년 7월의 마지막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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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다운님의 댓글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켓에게 쓰는 편지라,,,,,
라켓을 얼마나 사랑하시면 라켓에게 편지를 다 쓰실까?!
정말 대단하시고 저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