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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한바퀴 노선코스를 주어진 시간에 운행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달렸습니다. 

마을버스 한탕(한바퀴)구간 기준 소요시간은 6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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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탕, 오후 8탕으로 무한 반복하여 한주 단위로 바뀌는 오전조/오후조 근무는

무척이나 빠르고 신속하게 달력을 넘겨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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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출근 때에는 하루 한번 이나 맛볼까 싶던 화장실 공기를 매 탕 마다 그리워 하였습니다.

그건 아마도 잠시나마 최소공간에서의 '절대안전' 과 달콤한 나만의 '짧은 휴식'을 간절하게

느끼고 싶어하던 그런 '기다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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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언덕길 출발도 두렵고, 벌어진 앞차와의 간격을 알려주는 단말기 쳐다보기가 참 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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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입대하는 아들 또래에 공장 생산직 알바생으로 일했던 1985년 가을 무렵,

컨베이어 벨트에 밀려서 달려오는 많은 월간잡지를 화장실까지 참고 바닥에 내려놓으며

인간미 없는 기계가 한없이 밉던 그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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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손수건으로 단말기를 가려놓고 운행한다는 이야기를 쓴웃음 지으며 듣기도 했습니다.

코 앞의 신호등을 건너서 다음 신호 주변의 보행자 신호와 반대편 신호 주기까지 익숙해지고

바라볼 여유가 생길 즈음에 사람들, 승객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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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 평생의 몇 곱을 살아도 만나보기 어려운 많은 얼굴들을 만납니다.

적지 않은 그 인생들을 내 짧은 시선의 마주침으로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때로 즐거움이고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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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 힘든 하루를, 그런 삶을 살고 계시나 보다.

- 오늘은 행복한 일이 있으신가 보다

- 저 무거운 짐을 홀로 불편하게 들고 장사하러 가시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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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과 공상 등을 그 찰나의 마주함 속에 흘려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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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 시절에는, 그 다양한 인생과의 조우를 지금보다는 많이 가볍게 대했던 듯 합니다.

Multi Tasking(동시적 여러일 하기)을 하면 더 효율적인 시간관리이고,

왠지 모르게 효율적인 인생이라고 착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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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들으며, 승객에게 바삐 인사하고, 단말기로 앞뒤 차의 간격 살피며,

다인승 카드처리와 현금승객 잔돈교환에 길 안내, 8개의 거울을 도리도리 하며 쳐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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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쳇바퀴 도는 직업으로 바꾸면서 만나지 못하는 친한 친구들 다 떠올리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연신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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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통화를 많이 한 날은 한층 더 효율적으로 보낸 하루 라고 흐뭇해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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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집에서는 멀티태스킹이 저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태블릿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중에, 핸드폰이나 스맛워치로 문자나 카톡 알림,

뉴스 제보 등을 바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던 그런 생활습관이 오래도록 저를 지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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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전보다 한결 많은 여유로움을 갖게 됩니다.

126개의 정류장을 거치며 마주하는 많은 신호체계와 승객들 경향, 위험구간,

그 밖의 다양한 변수를 숙지하며 새로운 변수발생을 경계하는 여유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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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분실물 습득과 관련한 배차실 연락 등을 빼고는 통화를 시도 하지 않지만

마음이 편안합니다.

마을버스 시절에는 왠지 통화를 한 두통 안하면 억울한 시간관리자 라는

압박을 받기도 하던 것을 생각하면 커다란 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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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유를 확보한 요즈음은,

새로운 노상의 변화파악이나 새로 대하는 인생과의 마주함을 즐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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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아니 수천의 가족과 연계된 인생들을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어야 하는

운송서비스의 주인으로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