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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하회전 공에 대한 드라이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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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試驗, test)을 본다는 것은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어떤 관문을 통과하는, 이를테면 어떤 자격이나 실력이 충분한지 검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시험에 응시했다고 해서 이미 자격이 있기 때문에 응시 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시험에 응하지 않았어도 자격이 충분한 경우가 있으며,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실력이 보증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말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세상엔 합법과 불법이 교차하는 회색지대가 있으며, 경기에서는 반칙과 페어플레이가 오버랩되는 영역이 있고, 눈에 보이는 것과 속임수가 난무하면서 승부는 정해지는 일이라고 하던가. 누구든 그런 과정을 겪는다면 고독한 승부사라고 할밖에.

 

그렇다. 이제 세상은 시험으로 모든것을 파악하기에  충분치 않은 구석이 있다. 딱 한 선, 직선을 그어 나누기엔 애매한 영역이 당연히 있다. 그 선이 휘어지면 특혜라 할 것이고, 기울기가 존재하면 편파라 할지도 모른다. 선을 긋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사람 사이, 남녀 관계에 선을 긋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그래도 그마저 없으면 잴만한 척도가 없으니 시험을 애용하는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 평가한다는것, 잰다는 것. 점수를 매긴다는 것. 당연히 매우 힘든 일이다. 

 

몇 번의 테스트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 그만큼 어렵고도 힘든 일이 없다. 시험 따위로 어찌 인간을 안다 하리오.

 

그 힘든 일을 낯선 상대와 탁구 경기를 할때마다 해야하니 어찌 탁구가 어렵지 않을까. 낯선 상대와 경기를 펼치는 일은 그를 시험하는 것과 동치. 당연히 어려운 일. 그 힘든 일을 무난히 해내는 사람이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탁구의 어려움이자 선물이라고 해야하나.

 

처음, 간단하게 맥주로 시작한 음주는 점점 주종이 바뀌어가면서 깊은 음주의 세계로 빠지게했다.

 

나는 선생님께서 이토록 술을 잘 드실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의 부실한 주량은 금방 바닥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취하고 취해서 아마도 제정신이 아니었을듯. 여러 가지로 안타까웠다. 너무나 아름다운 선생님의 모습이 가물 가물. 스킨쉽을 시도조차 못해볼 것 같은 불안감.

 

탁구를 배우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강력한 하회전 서비스 구사 능력의 위대함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이 중요하다는 정보를 습득하지 못해서인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강력한 하회전 서비스 구사 능력은 고수로 가기위한 첫번째 시험이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 고수로 가는 길로 첫 발을 내딛는 것이라 할만큼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취한 상태의 나는 어떻게 변하는 지 관찰하는 것을 첫번째 시험으로 여기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술에 취하면 인간이 개로 변신한다고도 하지 않던가.

 

우리는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준비된 맥주를 다 마시고 이어서 보다 독한 술을 마셔햐 했는데, 이미 맥주에 취한지라, 다음 술은 그저 보리차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취했겠는가.

 

강력한 하회전 서비스를 구사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거시서 멈추면 안된다. 그렇게 강력한 하회전 서비스 후, 상대의 보스 커트로 넘어오는 강력한 하회전 공에 대해 드라이브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하회전 공을 넘기는 요령, 넘길수 있는 능력, 그것이 필요하다. 위력은 중요하지 않다.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정말 기를 쓰고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취해가면서, 취하더라도 기필코 뭔가 작은 성취를 이루리라 다짐하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나의 몸은 나의 마음, 나의 의지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나의 몸이 선천적으로 술에 약한 것을 어이하리오.

 

강력한 하회전 공을, 약하더라도, 어찌되었건 드라이브로 넘길 수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 드라이브의 약함과 반비례하는,

 

이를테면  시작하는 연인들이 서로 사귀기로 한 날,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며 키스를 경험하는 그런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나 할까.

 

고백하건데, 나는 그런 순간을 꿈꾸었다. 그러나 내 기억은 그런 시도 이전에 소멸되었다. 너무 취해서 소위 필름이 끊긴 것이다.

 

강력한 하회전 공에 대해 약하디 약한 드라이브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테이블을 벗어나는 상대의 긴 서비스는 모조리 드라이브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다. 이 중요함이란 이제 고수의 길

 

로 들어섰다는 쿠폰을 발행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

 

강력한 하회전 공에 대한 드라이브 공격 능력은, 테이블을 벗어나는 상대의 긴 서비스를 드라이브로 공격할 수 있는 실력과 동치.

 

만약 상대가 짧은 서비스를 준비해오지 않았다면, 상대의 긴 서비스는 모두 내가 선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이보다 좋은 꽃놀

 

이 패는 없을듯. 이 즐거움을 모른다면 이는 연애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과 동치. 인생이 건조하듯 탁구가 건조할 듯.

 

상대가 내놓을 수 있는 패를 내가 하나씩 무력화 시켜가면 결국 내가 유리해지는 것이며,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이것이 승부. 그러니, 서브만 아니면 내가 이겼을 것이다, 나아가 상대의 뭐만 아니면 내가 이겼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하수스러운 이야기인지.

 

내가 그러했다. 술만 아니었으면 역사가 이루어졌을 것인데, 주량이 조금만 더 쎘어도 역사가 씌어졌을 것인데하는 변명.

 

잘모르겠다. 선생님께서 술에 취한 나를 시험한 것인지, 나는 시험에 걸려든 것인지, 시험을 통과한 것이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결과적으로 나는 술을 마시다가 잠이들었던 것 같다.

 

깨어났을때, 나는 침대에서 혼자 있었다.

 

여기가 어딘가 놀라서 살펴보니 옆에 누군가가 있었던 것처럼 온기가 남아 있는것 같기도 했으나 확인할 길은 없었다.

 

잠에서 깨어, 아직도 취기가 남아있어 머리가 약간 띵한데, 시간은 이미 오전 열시가 넘은 듯.

 

약간의 시간이 지났던가. 나를 살피러 오신 선생님께서 잠에서 깬 나를 발견하시고는 말씀하시길,

 

해장국이 준비 되었으니 나오라는 말씀, 그런데 그 복장이 어제밤 그 옷과 동일하다는, 후아, 몸매가 다 보이는듯한.

 

잠시 침대에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했다. 역시 기본이 되는 것은 기본이 되는 것.

 

기본을 이루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무의미 한 것,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가.

 

선생님께서는 나를 그저 예전의 제자로 생각하시는 것인가. 아니면 한 남자로 여기시는 것인가.

 

이것은 시험인가, 시험같지만 연애인가.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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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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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탁님의 댓글

no_profile 고고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의 9부 능선은 넘어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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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님의 댓글

no_profile 명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옳바른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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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수님의 댓글

no_profile 고복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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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님의 댓글

no_profile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벽님께서 오래간만에 좋은글을 올려 주셨군요!
넘 감사드리오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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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가듯님의 댓글

no_profile 구름에 달가듯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술이 약하시면 절 술 상무로 써 주세요ㅎㅎ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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