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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돌아보는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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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0년 11월의 마지막이다.

10개월 전, 설날연휴 주말인 1월 25일에 접한 뉴스로 시작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와의

삶 속 동행은 여전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일상의 많은 부분을 뒤바꾸었고, 소박하지만 확실하게 누리던 행복의 잎사귀들을 내게서 모두 떼어가 버리고 전 세계인을 더욱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자녀와 함께 보낸 일상의 평범했던 날을 떠올리며 방송사연에 밝힌 '평범한 일상'이란 단어의 소중함과 무게를 더욱 느끼게 한 2020년이 아닐까 싶다.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대도시 소시민의 일상이 그렇듯,

자주는 아니어도 분기에 한번 쯤은 영화나 소박한 외식을 다녀오곤 하였다.

가족 외식의 유일한 기회로 삼던 네 명의 생일에는, 동네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샐러드 부페로 축하하는 것이 지난 해 까지 지켜 왔던 우리 가족의 불문율인데 어느덧 20년 가까이 된 듯 하다.

그나마도 아내와의 생일이 10일 차이라 우리 부부는 중간 날짜에 합동으로 행사를 치루곤 한다.

영화를 보러 가는 날은 관람 후에 늘 공식처럼 신당동 '마복림 할머니네'로 달려가는데, 불과 1만원 중반의 금액으로도 넘치게 만족하던 나날이었다.

이 작은 행복만을 포기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올해 2020 년은,

어쩌면 훗날 떡볶이나 영화, 외식을 거의 못 누린 그저 그런 옛기억으로 묻힐 것이다.

늦게 얻어 덩치는 아빠보다 크지만 '귀요미, 쬐끄미' 란 닉 으로 부르곤 하는

고교2년 생인 둘째의 학업일수는 평년의 정상등교에 비하면 반도 출석하지 못하였고

선생님이나 친구들 사귀는 것은 과연 정상적 이었을지 의문이다.

4전5기로 도전하여 기어코 의무경찰에 입대한 큰아들은,

의경의 특권 같던 잦은 외출, 외박도 상당부분 강제포기 당하는 한 해 였다.

나의 친구 중 몇 은 코로나 경제쇼크로 운영하는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부는 조기퇴직이나 실직을 당하며 모임을 멀리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대 청년들과 취준생, 중장년의 전직을 생각하는 이가 일자리 얻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버스기사 카페에 정보를 얻고자 가입하고 도움말 요청이 이어지는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동료기사들 중에 준공영제 시내버스를 포기하며 더 좋은 곳으로 이직했다고 생각되던

공항리무진 다수 노선의 운행 중단과 유.무급 휴직 소식은 고속버스 운행 감축 이야기들과 함께

이 동네(버스업계)에 먹구름을 안겨주고 있다.

입문장벽이 없다시피 하던 버스업계 첫단추 격인 '마을버스 기사직' 마저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졌고

소수의 서울버스를 포함한 준공영제 버스기사직과 운전직 공무원으로의 입성은 더욱 좁은 문이 된 형국이다.

11월 들어 희망의 소식도 들려온다.

제약사의 백신개발 성공뉴스로 관련 주가가 급등하고, 섣부른 예측도 난무한다.

하지만, 백신의 양산과 일반 접종 시기는 요원하기만 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체감되는 경제지수 이면에 묻힌 청년실업과 중장년의 실직, 자영업자의 폐업 속출,

기업의 경영악화 등 조금만 냉정한 시각으로 주위를 돌아보면 경제지식이 깊지 않아도 2020 년은

아마도 나에게 지나간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의 가장 깊은 흑역사를 안기어준 한 해로 기억 될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더 갈구하게 하고 아픔을 함께 하는 가족이 더 없이 귀함을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깨닫게 해 준 2020년 이다.

코로나 감염 접촉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유투브 동영상 몇 번을 보고는 아들과 내게 가위질을 직접 해대며 전속 헤어디자이너를 자청한 아내 덕에

내게서 10년 단골 미장원 마저 발길을 끊게 한 것은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달달한 추억이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미장원 원장님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오지랖일까.

좋아하던 탁구를 1, 5, 10 월 대략 3개 달에 각기 대여섯 회 그 이상은 운동을 한 듯 하다.

러버를 사 놓고도, 단 한번 붙인 러버로 1년을 보낸 셈이니 무릎과 어깨 부상으로 1년 씩 쉰 그 날 이후로는

앞으로도 다시는 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올해 상황이다.

코로나 체중쇼크로 근 40년 만에 줄넘기줄을 들고 고교시절 신기록도 갱신하고

불어난 체중 6킬로그램을 1개월 여 만에 감량하며 스스로를 쓰담쓰담하고 싶던 기쁨도 누렸다.

불과 전역 2주를 앞두고서 당한 아들의 골절상으로 인하여 병원에서의 제대를 기다려야 하는 지금,

관물을 함께 챙기며 경찰병원에 입원시키던 올겨울의 시간도 이제 그리 멀지 않은 날에는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 아들과의 소중한 다큐멘터리 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휠체어를 이용할 몸 상태가 안되기에 비대면 면회 조차할 수 없던

요양병원의 어머니가 문득 더 보고 싶어지는 휴무일의 탁친은

어느덧 3차에 걸친 수술 후 깁스하고 학업을 쉬었던 국민학교 4학년 때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 하다.

엄마, 죄송해요.

올해는 이렇게 엄마 얼굴도 못뵙고 글로 마음 적어보게 되나 봅니다.

전화를 나누지도, 찾아뵈어도 말씀 조차 못하시지만 마음만은 아들을 걱정하는 천상 엄마임을 알고 있어요.

힘들어도 조금만 더 머물다 가시기를 욕심 많은 막내가 기도합니다.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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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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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탁님의 댓글

no_profile 고고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엄마"라는 외침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엄마께서 오래오래 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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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친구님의 댓글의 댓글

탁구친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엄마랑 병상에서  눈 맞추고  교감하던 시간도  감사해야  하는 때가  되어버렸습니다.
현재는 뵙지도  못하는데,  가장 최근의  면회  때에도 눈의  대화도  막힌 느낌이어서..

그래도  선배들 얘기듣기론 막상  떠나시면 마음이  더  휑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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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둉님의 댓글

no_profile 효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젠가는 정든이들과 이별은 피할 수 없기에 계실 때 잘 해 드리세요.
그래야만 떠나 보낼 때 좀 덜 아픕니다. ㅠ.ㅠ
모친께서 건강하고 장수하셔서 효자 막내아들 효도 넘치도록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탁구친구님 가족에게도 사랑과 행복이 넘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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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친구님의 댓글의 댓글

탁구친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자주 찾아가는게  최고의  효도일텐데  방문면회가  안되는 형국이네요.
훌쩍 커버린 늦둥이  둘째의  투정 보노라면 아들의  눈빛에서  제  소년기가  보이곤 합니다.
그러다가  울컥하며  엄마가  생각났던 글을 오전에 쓰고  나눴습니다.
아내가  알면 주책이라고  또  혼나겠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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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님의 댓글

no_profile 정다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탁구친구님 안녕하세요?!
넘 오래간만에 이렇게 좋은 글을 올려 주셨네요!
서울을 비롯하여 수도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럴때 특히나 취약한 업종에 종사하시는 탁친님이 항상 걱정입니다.
암쪼록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라오며 특히 코로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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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친구님의 댓글의 댓글

탁구친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염려해  주어  감사드립니다.
10  개월 동안 매  근무일 동안은 마스크를 8시간 이상 완전 밀착 착용하고 있습니다.
귀  아픈 것은  초기였고,  여전히 마스크에  눈부실 때  선글라스를 쓰면  김서림과  시야  답답함과  싸웁니다.
벌써  혼자서  300개의  마스크를  소진했군요.

언제  끝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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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gge94님의 댓글

no_profile hygge9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로나 때문에 다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듯합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진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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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친구님의 댓글의 댓글

탁구친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방금 보게  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회견(11월25일) 영상 보니 한국의  치료제  개발도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긍정의  힘이  필요한 때  같습니다.
함께  힘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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