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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도로의 납치>

운전중인 아비가일은 조수석에 앉아 있는 브리아나를 힐끗 쳐다 봤다. 

브리아나는 거울을 들고 화장을 손보는 중이었다.

"브리아나, 오늘 같은 날 남친은 뭐하고 바쁜 언니가 파티장에 데리고 가야 하니?"

브리아나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아~ 언니, 아론 얘기는 하지 말아. 

며칠전에 헤어졌어."

"그래? 성인식 파티 직전에 헤어졌어? 

심각한 일이라도 저질렀는가 보네."

뒷좌석에 있던 루나가 대화에 끼어 들었다. 

루나는 브리아나의 절친이다.

"내가 본 최고 또라이에요. 

여자 친구에게 정조대를 선물했어요. 킥킥"

"야! 루나, 놀리지마. 

나도 그 정도 멍청이 인 줄은 몰랐어."

브리아나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언니는 알지? 

단 둘이 있을 때, 내가 가끔 기회를 줘도, 

그 애의 최종 단계는 키스까지 라는거."

"그래, ’성인이 될 때 까지...’라는 둥,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전에 선물을 준비 했다며 반지를 보여 주더군."

다시 끼어드는 루나.

"정조대 아니고? 킥-킥-"

아비가일과 브리아나의 대화가 이어졌다.

"음- 그래서."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 줄 알아?"

"글쎄? ’사랑해’라면 헤어지지 않았겠지."

"당연히 그건 아니고. 짐작해 봐. 요즘 유행하는 건데."

루나가 또다시 끼어 들었다.

" ’너의 정조를 보호해 주겠어, 향후 10년간’ , 깔깔깔."

"그만 놀려 먹으라고 했다. 루나야."

루나가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아비가일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설마...이거야? ’혼전 순결’ ? "

루나가 얼른 대답했다.

"정답! 그거 였어요! 

브리아나가 오늘을 얼마나 기대했는데. 

혼전 순결이라니? 

앞으로 또 10년을 기다리라고? 

브리아나를 수녀로 만들 생각을 했나봐요."

아비가일이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호호호, 그래서 헤어졌어?"

"언니, 가볍게 생각하지 마. 난 심각하다고."

"호호, 가벼이 여기지 않아. 

헤어질 만 하네. 

아론이 좋은 기회를 놓친거야."

세 사람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울려 퍼지는 굉음.

[빵!]

펑크가 나면서 타이어가 걸레 처럼 너덜너덜 해졌다. 

차량이 한 편으로 쏠리며 산 길 쪽으로 돌진했다. 

나무 사이로 몇 미터를 달리던 차가, 

앞 쪽에 나타난 나무를 피하지 못하고 정면 충돌했다.

잠깐 동안 정신을 잃었던 아비가일이 눈을 떴다. 

차안은 엔진룸에서 올라온 연기로 가득찼고, 앞을 볼 수 없었다.

운전석 문을 열어 보았으나 열리지 않았다. 

모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다. 

브리아나와 루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호흡을 확인하니 숨이 있었다. 

혹 다친 곳이 있는지 여기저기 만져 보았다. 

다행이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시보드에 두었던 휴대폰 들은 보이지 않았다. 

깨진 앞 유리 틈으로 모두 튀어 나간 것 같았다. 

루나의 것은 크게 부서져 켜지지 않았다. 

"아-하마터면 바다로 추락할 뻔 했네. 

산 쪽으로 사고가 나서 그나마 다행이야."

겨우 하차해서 주위를 살펴 보았으나 

핸드폰은 찾을 수 없었다. 

펑크난 타이어를 살펴보니 엄청나게 찢겨졌고, 

눈썰미 있는 사람이었다면 일반 펑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을 정도로 

휠까지도 엉망으로 휘어졌다.

"불 빛 하나 없는 이런 곳에서 폰 찾기는 어렵겠군. 

지나가는 차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나."

사고 지점은 야간 차량 통행이 드문 해안 도로다. 

게다가 세 사람은 브라아나의 자정 성인식 파티에 가던 길이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상태가 걱정스러워,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차에 올랐다. 

엔진룸 연기는 어느덧 멈췄다.

"이러다 동 틀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겠네."

바로 그 때,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 소음. 

아비가일은 후다닥 일어나 해안 도로 쪽으로 달렸다. 

도로에 나가니 천천히 지나가는 SUV가 있었고, 

그녀는 팔을 크게 휘저으며 목청껏 소리쳤다.

"도와줘요~ 사고가 났어요~ 도와 주세요~"

SUV는 아비가일 가까이에서 멈추어 섰고, 

지붕에 붉은 경광등을 올렸다.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번쩍이는 불 빛을 등지고 다가오는 남자. 

경찰복 차림이었다. 

아비가일은 단숨에 내달아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오~하늘이 무심치는 않네요. 

이런 곳을 지나는 경찰관이 있을 줄은 예상 못했어요. 

어서 좀 도와주세요. 

다친 아이들이 있어요."

경찰관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뒷 차를 못 보셨군요. 

뒤 따라오던 차량이 사고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들도 급한 일로 이동중이어서 도움을 줄 수는 없었고, 

경찰에 신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 위치를 부정확히 신고해서 

이제야 도착 했습니다."

"뒤에 차가 따라 왔었나 보군요. 다행이네요."

"혹시 본인은 다치신 곳이 없나요?"

"전 괜찮은 데, 동생들을 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겠어요. 

실신했는 데, 정신을 못 차리네요."

"아! 그렇다면 서두르시죠, 

제가 옮길테니 렌턴을 들어주세요."

두 사람을 뒷좌석에 눕히고, 아비가일이 함께 탔다. 

차가 급히 출발 했다.

[부웅~ 끼기긱]

경찰관의 서둘러 운전하는 모습에 아비가일은 약간 마음이 놓였고, 

그러자 차 내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뒷 좌석은 넓고 부드러웠다. 

범죄인 운송을 위해서인지 운전석은 유리로 완벽히 막혀 있었다. 

아마도 방탄 유리 일 것이다.

종종 이용하는 해안 도로이기 때문에, 

아비가일은  시내 병원으로 가는 길을 인지하고 있었다. 

계속 나타나는 익숙한 풍경에 긴장이 풀린 그녀는 

부지불식간에 졸고 말았다.

잠시후 차가 심하게 흔들려 눈을 뜬 아비가일, 

밖을 보니 차가 산 길로 올라 가고 있었다. 

"경관님, 이 길은 어딘가요? 낯설은데요."

"지름길입니다. 

이 산 하나만 넘으면 바로 병원에 도착합니다."

"그렇군요. 처음 보는 길이네요."

"네, 안심하고 눈 좀 붙이세요."

그러나 아비가일은 계속 밖을 두리번 거리며 잠들지 못했고, 

마침내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풀 사이로 멀리 번화가의 불빛이 보였는 데, 

차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이봐요! 어디로 가는 거죠? 

이건 반대쪽인데?”

경찰관은 아무 대답 없이 속도를 높였다.

[부앙-부앙-웅~~~]

“당신 누구야? 어디로 가는거야?”

중얼거리는 경찰관.

“주무시라고 했는 데, 통 잠을 안 자네. 

할 수 없이 억지로 잠시 주무셔야 하겠습니다.”

“뭐...뭐라고? 억지로...라고? 그게 무슨...”

그 순간, 양 쪽 C필러의 수상한 구멍에서 액체가 서늘하게 분무 되었다.

[치이-치이-치이익] 

아비가일은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