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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 주검의 별리(別離)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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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류스>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빈민 거주지역.


한 허름한 주택의 작은 방, 

나무 침대 위에서 사내 아이 하나가 뒤척이며 잠을 청하고 있다. 


밖의 거실에는 아이의 부모인 듯 한 사람 들이 다투고 있었다.


"허구헌날 술에 취해 살고, 돈벌이는 없으면, 

우리는 뭘 먹고 살아! 

너는 밖에서 술먹고 흥청망청 살면 그만이지만, 

불쌍한 아이 배 곯는 건 누구 책임이냐? 

술 퍼먹고도 집에는 꼬박꼬박 들어오냐? 

그냥 들어오지 말아!"


"뭐가 어쩌고 어째? 요즘 오냐오냐 하니 눈이 뒤집어졌네! 

한번 맞아야 정신이 들겠구만!"


[와장창!!! 쨍그랑!!!]


마지막 양심인지, 말로 겁을 주면서도 손찌검은 하지 않았다. 

단지 물건을 부술뿐.






누워있던 아이가 스스로를 달래며 나이에 비해 철이 든 행동을 보여준다.


"괜찮아 앤드류스, 조금 지나면 조용해 질거야."


앤드류스 집안은 쿠바의 명망있는 사업가 가문이었으나, 

조부가 미국 스파이 누명을 쓰고 숙청 당해 일순간 몰락했다.


갑자기 빈곤층이 되어 버린 아버지 마태오는 심한 알콜 중독자가 되었으며, 

수시로 가정 폭력을 행사 하곤 했고 돈벌이는 전무했다.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은 빈민가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빈민가로 이사한 이후, 

어머니 카밀라가 마을 허드렛일을 해서 받은 돈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돈이 있는 기척이라도 있으면 

마태오는 곧 돈을 갈취해 술과 도박으로 탕진했다.


앤드류스는 하루도 배불리 먹은 기억이 없다. 

늘 잠들기 전에 맹물로 주린 배를 채웠다.


그러나,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카밀라와 앤드류스는 서로를 보듬고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 부부의 사이가 나쁜 것은 

이 곳에 올 때 부터 세간의 관심 거리였다. 

카밀라의 미모 때문이었다.


이사올 당시부터 카밀라 주변에는 

그녀의 미모를 탐내는 남자들이 배회했으며, 

남편과의 파탄적 관계가 그 들에게는 한줄기 희망과 같았다.


그 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한 남자는 뻬뽀네였다. 

그는 진심으로 카밀라를 사랑했다.


뻬뽀네는 건달 두목이고, 

지역의 주류 납품권을 독점해 넉넉한 부를 축척했다. 


그런 그가 순정을 바쳤지만, 

카밀라에게는 일개 깡패 취급 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건달 놈을 쉽게 사랑하는 여자가 흔하겠냐’ 라며, 

자신을 무시하는 그녀의 성정마저도 사랑했다. 


뻬뽀네의 후광(?)으로 앤드류스는 또래 아이들의 골목 대장에 올랐고, 

은근히 뻬뽀네를 따르며 좋아했다.







뻬뽀네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건달이었고 사업 수익의 일부를 권력층에 상납했지만, 

한편으로는 반체제 단체에 매년 기금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비밀스럽게.


또한, 뻬뽀네는 한결 같은 사람이었다. 


줄기차게 카밀라에게 구애했으며,  

본인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여자와 그가족을 

험악한 이웃이나 부랑자, 범죄자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주었다. 


앤드류스 가족이 마을에 정착한 것은 

뻬뽀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경제적 도움도 제안했지만, 

카밀라는 건달 두목인 뻬뽀네와 얽히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마태오의 일탈이 극에 다다를 즈음, 

난데없이 메스티조 여자를 데리고 와서는,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앤드류스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도 하나 딸려왔다. 

카밀라는 그 아이를 마태오의 혼외 자식이라고 확신했다.


본시 마태오는 여자가 많이 따르는 허우대가 멀쩡한 남자였다.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였다.


카밀라는, 

갑자기 몰락한 삶의 환경이 

마태오를 알콜 중독으로 이끌었다고 했고, 

그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메스티조 여자 사건으로 

그녀는 인내의 한계를 느꼈고, 

무언가 대책을 마련하는 듯 보였다.


앤드류스는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종종 두려움에 떨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계획은 

앤드류스와 함께 미국으로 밀항하는 것이었다. 


미국행을 결정한 카밀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마련해야 했다. 







그 시기부터 그녀는 다시 화장과 몸단장을 했다. 

외면하던 뻬뽀네에게도 웃음를 보여주며, 

호감을 표시했다. 


몇 차례 그의 사무실에 들러 식사나 차를 함께 하더니, 

비서 자리를 얻어 그의 사업을 관리하게 되었다. 


급여가 꽤 고액이지만, 

최소한의 생활비만 지급받고 

차액은 뻬뽀네에게 관리를 부탁했다. 


마태오의 갈취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옷이나 귀금속을 자주 선물 받기도 했는데, 

보관은 사무실에 해두었다. 


어느새 뻬뽀네는 

카밀라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또한 뻬뽀네는 자주 앤드류스를 사무실로 불렀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더없이 밝은 표정으로 맞아 주었고, 

항상 온갖 장난감과 과자를 준비해 두었다.







어느날 카밀라와 앤드류스는 

뻬뽀네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다. 

초대장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적혀있었다. 


다음 날 저녁, 

뻬뽀네는 퇴근 시간 전에,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집으로 갔다. 


카밀라는 사무실에서 온갖 꽃단장을 한 후, 

앤드류스를 새 옷으로 갈아 입히고 차를 기다렸다. 


그 날 앤드류스는 길지 않은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카밀라를 보았다.


보내준 차를 타고 도착한 그의 집은 

넓은 정원이 있는 2층 저택이었다.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거실은 체육관처럼 넓었다. 

한쪽 벽면에는 초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미국 방송이 나오고 있고, 

거실 중앙의 파티 테이블에는 

단 3개의 의자만이 준비되어 있었다. 


세 사람 만의 생일 파티에 

카밀라는 감동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뻬뽀네는 아직도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고, 

카밀라가 돕겠다고 나섰다. 


앤드류스는 때마침 나오는 

미국 애니메이션에 눈을 빼앗긴 채 소파에 앉았다. 


곧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음식이 나왔고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어느덧, 모두가 즐거웠던 파티가 끝났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앤드류스는 소파에 앉아 잠이 들었다. 






두 사람은 와인을 들고 밤바다가 보이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맑은 밤하늘엔 왜이리 별이 많은지…


뻬뽀네는 준비했던 반지를 꺼내어 카밀라에게 청혼했다. 

카밀라의 대답은 달콤한 키스였다. 


수백억 개의 별 들이 증인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뻬뽀네는 이혼을 극구 거부하던 마태오를, 

끝내 설득해냈다. 


이혼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마침내 카밀라는 행복한 신부가 되었다. 


앤드류스는 둘의 결혼식에 화동이 되어주었다. 

비로소 카밀라는 밀항 계획을 기억에서 지웠다.


그러나 호사다마…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신혼이라 할 수 있는 기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뻬뽀네를 반체제 행위자로 고발했다. 


그를 체포하기 위해 정부군이 사무실에 들이 닥쳤다. 

그는 격렬히 저항하다 총상을 입은 채로 저택까지 겨우 피신했다. 


소파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뻬뽀네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카밀라.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뻬뽀네의 호흡은 점점 더 가빠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한 카밀라는, 

피에 젖은 손을 잡고 약속했다. 


밀고자를 반드시 찾아내 복수하겠노라고.


뻬뽀네는 ’함께해서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고, 

카밀라의 품안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카밀라는 앤드류스와 함께 뻬뽀네의 장례를 치렀다. 

그의 재산과 집은 예상대로 정부에 몰수되었다. 


집을 빼앗긴 두사람은 사무실에서 기거했다. 

마을 사람 들은 마태오가 밀고 했다고 수근거렸다.


시간이 지나자 정부의 감시가 소홀해졌고, 

그녀는 삐뽀네의 숨은 재산들을 찾아 모았다. 


상당한 금액이 모아졌다. 


그녀는 사람을 고용해 밀고자 색출에 들어갔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범인을 찾았다. 


온 동네 사람 들이 추측한 대로 

밀고자는 마태오였다. 


카밀라는 복수를 남에게 맞기는 건 

뻬뽀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손수 마태오의 심장을 뚫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몇가지 계획을 세워두고, 

살해 후 도주를 위해 밀항선을 수소문 했다.


그리고, 

몇 해 전 밀항해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지인에게 연락하여, 

임시로 거주할 곳과 일자리를 부탁했다. 


밀항을 실행하던 날 오후. 

카밀라는 앤드류스를 출발할 장소 부근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한껏 가슴을 모아 섹시한 치장을 했고, 

흡사 젊은날 사진 속의 모습 같았다.


앤드류스에게 음식과 음료를 건네주고, 

배가 출발하기 전에 돌아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카밀라가 찾아간 곳은 마태오가 사는 그녀의 옛 집이었다. 

초인종을 누르니 메스티조 여인이 문을 열었다. 


출입을 막으려 했으나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간 카밀라. 


그녀의 양 손에는 

한 병의 와인과 아이스 버킷이 들려있었다.


거실에는 얼큰하게 취한 마태오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카밀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마태오. 웬일로 만취하지 않았네."


갑작스런 카밀라의 출현에 놀란 마태오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여기는 왠일이야? 다시는 안 올거라 생각했는데."


긴장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메스티조 여인이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별 충돌없이 대화를 시작하자 안심하는 듯 했다.


실내의 긴장된  공기가 순화 되자, 

마태오의 눈에 카밀라의 미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당하게 노출한 앞 가슴은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 가슴은 원래 그의 것이 아니었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태오는 하복부가 찌릿찌릿해 왔다.


"나 여기를 떠나기로 했어. 

오늘이 하바나에서의 마지막 날이야."


"그런데 왜 날 찾아왔어?"


카밀라는 침대 곁의 테이블에 

들고온 와인과 아이스 버킷을 내려 놓았다.


[쿵-]


"한 잔의 건배로 당신을 잊고 싶어. 마태오."


테이블 위에 널부러져 있던 잔 두 개를 세워 

와인을 가득 채운 카밀라. 


건배를 외치며 잔 하나를 마태오에게 내밀었다.


"자~ 건배!"


마태오가 잔을 받아들자, 

단 번에 한 잔을 모두 비우는 카밀라.


[벌컥-벌컥-벌컥---]


잔을 내려놓고 마태오를 밀쳐 침대에 눕혔다. 


채 마시지 못한 마태오의 잔이 쓰러져, 

얼굴과 가슴이 흠뻑 젖었다.


"오~ 옷이 젖었네. 벗어야 하겠지~"


카밀라는 마태오 얼굴의 와인을 핥아 먹으며 

그의 상의를 풀어 헤쳤다. 


메스티조 여인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이 때 벼락 같이 호통치는 마태오. 

더 다가오면 때릴 기세였다.


"야! 어딜 감히 다가와? 물러서!"


여인은 머뭇머뭇 소파로 돌아갔고, 

카밀라는 다시 마태오를 유혹했다.


"이 익숙한 침대 위에서 함께 벗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안그래~ 마태오?"


카밀라는 상의를 벗고 가슴을 꺼내보였다. 

아름다운 가슴이 드러났다. 


마태오는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 쥐었다.


"그래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테니 마음껏 만져, 마태오."


메스티조 여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카밀라가 그녀와 눈을 맞추고 미소짓자, 

그녀는 뒤돌아 서고 말았다. 


카밀라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깔, 꼴에 자기 남자라고, 

두 눈 뜨고 못 보겠다는 건가?"


이제 마태오는 카밀라의 육체에 취해 보이는 것이 없었다. 

몽롱한 눈으로 그녀의 가슴을 맛보았다. 


마태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밀라는 말을 이어갔다.


"마태오, 저 년의 아들 새끼가 당신의 씨라고 

내가 어떻게 확신 했을까?"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마태오는 빨기에 만 열중했다.


"그건 말이지 당신의 잘난 그 것 때문이야."


카밀라는 주섬주섬 마태오의 바지를 내렸다. 

이미 그는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라 있었다.


"오우~ 여전하군. 

당신 몸에서 유일하게 빛을 잃지 않은 부분이지. 

좋았던 시절 당신은 정말 황홀한 남자였어.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쓰레기야 인간 쓰레기. 

이거 알아? 

앤드류스가 당신을 닮았다는 거? 

그런데 메스티조 아들 새끼의 것도 당신을 쏙 빼어 닮았어. 

그러니 숨길 수 없는 당신 씨앗이지."







카밀라는 서서히 올라타 마태오를 몸안에 흡입했다. 

마태오의 신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어어억"


이어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헉-헉-, 마지막 관계가 될 테니 충분히 즐겨. 

이 쓰레기 새끼야!"


카밀라는 점점 속도를 올렸다. 


"헉- 헉-"


더이상 참기 어려워진 마태오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했다.

마태오는 극한의 쾌감에 빠져 눈을 뜰 수 없었다.


"어흑-으그그그"







카밀라가 갑자기 아이스 버킷에서 얼음 송곳을 꺼내들었고, 

빠르게 얼음 송곳을 마태오의 심장 한복판에 힘껏 꽂아 넣었다. 


마태오의 고통스런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왔다.


"윽-"


돌아서 있던 메스티조 여인의  귀에는, 

쾌락의 절정을 맛보며 내지르는 환희의 소리로 들렸다. 

여인은 결국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침대 위에는 한줄기 피가 흘러 내렸고, 

마태오는 계속 짧은 신음 소리를 냈다.


"으-흐-흑-어-허-헉"


신음 소리가 이어 질수록, 

메스티조 여인의 울음 소리는 더욱 커졌다.


"흑흑흑-어어엉-"


카밀라는 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마태오를 향해  말했다. 


"당신의 마지막 오르가즘이 저년이 아니라 내 것이 되었어. 깔낄깔~"








별 대꾸를 하지 않던 메스티조 여인이 돌아 앉은 채

한마디 말을 토해 내고는 다시 흐느꼈다.


"함부로 이새끼 저새끼 하지마. 

내 아들 이름은 알론슨이야. 아흐흑~"


고통에 신음하는 마태오와 

질투에 통곡하는 여인을 뒤로 하고, 

카밀라는 앤드류스에게 달려갔다.


메스티조 여인은 계속 돌아 앉아  있었지만, 

이 광경을 은밀히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앤드류스가 떠난 후 

그의 방을 차지한 알론슨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기억의 깊은 곳에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는 알론슨.


"중얼중얼….."







돌아온 카밀라의 모습에 앤드류스는 깜짝 놀랐다. 

옷매무새는 엉망이었고, 적은 양이지만 피까지 튀어 있었다. 

카밀라는 옛 집에 들려 쓰레기를 정리 했다고 설명했다. 


밀항 장소로 이동하니, 

그 곳에는 조그만 나무 어선이 한 척 대기하고 있었고, 

그 목선은 물고기 수납 공간이 2층으로 나뉘어, 

아랫공간에 들어가 숨을 수 있게 끔 개조되어 있었다.


사람들로 가득찬 비밀 공간은, 좁고, 어둡고, 냄새가 심했다.


몇 시간 혹은 며칠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던, 

지루한 기다림 끝에 미국에 도착했다. 


불 빛 하나 보이지 않는 바닷가였고, 

달 빛 만이 어스름하게 비치우고 있었다.


목선에서 내려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들었다. 


그런데, 각자 흩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대낮 같은 불빛이 그들을 비췄다. 


밀항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잠복해 기다리고 있었다.

숲 속으로 뛰어 들어 가는 카밀라를 따라, 

앤드류스도 정신없이 달렸다. 


숨이 턱에 찼지만, 

카밀라와 헤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그를 끊임없이 달리게 했다. 


어두운 달 빛에 의지해 달리던 두 사람의 몸이, 

갑자기 아래쪽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짧은 비명과 함께, 

급경사의 언덕 아래로 구르기 시작한 두 사람.


앤드류스를 꼭 안고 절벽과 다름없는 언덕을 구르던 카밀라는, 

언덕 끝의 바위에 머리를 심하게 찧고 정신을 잃었다.


앤드류스도 곳곳에 타박상을 입었지만 벌떡 일어났고, 

미친듯이 카밀라를 흔들어 깨웠다. 

허나 소용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카밀라는 잠시 정신을 차렸다.


"앤드류스, 부탁한다. 

꼭 잘 살아야해. 

엄마 몫까지....."


이 한 마디를 끝으로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고, 

다시는 미동도, 숨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앤드류스는 본능적으로, 

다시 카밀라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 잘 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붙들려 쿠바로 돌아가면 

다시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한다.’


생각 만으로도 끔찍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숲 속을 걷기 시작했고, 

간간이 들려오는 수풀 속의 부스럭 소리에 온 몸이 떨리고 소름이 돋았다.


동이 트기 시작한 푸르스름한 새벽녘에, 

숲 속에서 한 건물을 발견했다.


[성 프란치스코 성당] 








철문을 밀고 들어가니 자그마한 운동장이 있고, 

건물 현관 앞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가 

떨어진 나뭇잎을 쓸고 있었다.


노신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앤드류스는 이제 모든게 허사가 되었음을 예감했고, 

쌓였던 피로가 몰려옴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꼬박 24시간을 자고 일어난 앤드류스는, 

눈을 뜨자마자 소리쳤다. 


"안돼!"


침대 옆에서 책을 보던 노신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가 안된다는 거냐? 몸은 좀 어떠냐?"


노신사의 자애로운 말투에 마음이 놓이는 순간, 

앤드류스는 온 몸에 통증을 느꼈고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으으으~~~"


"몸에 타박상이 많기는 하지만 

심하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인다. 

일단 식사부터 하고-씻고, 

그 후에 차분히 얘기해보자."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씻으니, 

노신사는 새 옷을 한 벌 내 주었다.


"허허, 그 놈 잘 씻고 새 옷 입혀 놓으니 귀공자 같구나. 

그래 너는 바다 건너에서 온 것 같은 데,  

너 같은 어린 아이가 어찌 이 곳에 왔고, 

어디서 그렇게 다쳤는지 얘기해 보렴. 

그리고 나는 로드리고 신부라고 한다. 

신부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앤드류스는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부터 시작해 상세히 설명했다.


"밀항선에서 내려 산 속으로 달아나다 돌아가신 여자 분이 있다던데, 

그 분이 어머니겠구나, 너도 그 때 다쳤겠고, 

곧 시신을 본국으로 돌려 보낸다는 데, 

너도 그때 돌아가야 하겠구나. 

내가 관계 기관에 연락해 주랴?"


앤드류스는 깜짝 놀라며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고,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신부님, 여기서 살게 해주세요. 

전 이 곳에서 잘 살아야 해요. 

어머니가 제게 부탁했어요.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창 밖의 먼 하늘을 바라보던 로드리고 신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주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시려고, 

저 어린 것을 홀로 내게 보내셨나.'


오랜 고민 끝에 불법을 해서라도 

아이를 돌보아야겠다고 로드리고 신부는 결심했다.







그렇게 앤드류스의 미국 생활은 시작되었고, 

훤출한 외모에 총명함까지 겸비한 앤드류스는 

로드리고 신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보살핌 속에 

매사에 승승장구하며, 

결국 명문 대학에 까지 진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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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님의 댓글

princ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주검의 별리(別離) - 예고편 ===

"크림빵이나 조각 피자 이런거 드시면 안되냐고요?"

"왜...왜요?"

"그 샌드위치는 5분 후 유통 기한이 지나고,
그러면 내가 먹을 수 있거든요.
다른 것 들은 모두 내일 아침까지 못 먹어요.
그리고 난 지금 몹시 배가 고파요."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녀에게 더욱 호기심이 생긴 앤드류스,
거절하면 어떤 반응을 할 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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