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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

대학 신입생 시절의 어느 날, 

앤드류스는 늦게까지 책을 보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걷던 중 

편의점에 서 있는 한 여자를 우연히 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보고 있던 노트를 계산대 아래 공간에 내려 놓았다. 

샌드위치를 하나 골라 가져가니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다른 거 고르면 안될까요?"

"예? 다른 거...어떤?"

"크림빵이나 조각 피자 이런거 드시면 안되냐고요?"

"왜...왜요?"

"그 샌드위치는 5분 후 유통 기한이 지나고, 

그러면 내가 먹을 수 있거든요. 

다른 것 들은 모두 내일 아침까지 못 먹어요. 

그리고 난 지금 몹시 배가 고파요."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녀에게 더욱 호기심이 생긴 앤드류스, 

거절하면 어떤 반응을 할 지 궁금해졌다.

"싫어요. 그냥 계산해 주세요."

그녀는 앤드류스의 손에 들린 노트와 앤드류스를 

번갈아 바라 보더니 점잖게 말했다.

"어이, 멍청한 부자 신입생. 

같은 학교인 것 같은데, 

선배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수 있나?"

"이봐요 멍청하다니, 난 가난하고 똑똑해요. 

게다가 같은 학교인지는 어떻게 알았죠?"

"그 것 봐! 멍청하구만. 

니가 들고 있는 노트에 우리 학교 일학년이라고 써 있잖아."

머쓱해진 앤드류스, 어색하게 웃으며 따졌다.

"그렇다면 뭘 보고 날 부자래요?"

"이름도 써 있잖아. ‘앤드류스’라고. 

학교 사무동 중앙 복도에 고액 기부자 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지, 

그 중에 ‘윌리엄 앤드류스’가 조상이겠고, 

십중팔구 기부 입학했을 터이니 멍청하겠지."

앤드류스가 반박했다.

"같은 성이지만 관계없는 사람이에요."

"호호, 그렇다면 멍청하고 가난한 신입생이겠군."

" 또 멍청이라네! 기부 입학 아니라니까요!"

"멍청이 맞아, 내가 너라면 샌드위치 포기하고

폰번호를 달라고 했을거야. 

처음부터 그러려고 들어온 것 아니야?"

"헉, 왜 내가 댁하고 사귀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아니거든요."

"이봐, 나 같이 똑똑하고 상큼한 여자와 사귈 맘이 없다면, 

더욱 멍청한 것 아니겠니."

앤드류스는 왠지 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일단 그냥 가려했다.

"그래 먹어라 샌드위치, 난 간다."

돌아서 문을 닫고 나가는 앤드류스에게 한 마디 하는 그녀.

"난 릴리안이야, 나가든 말든 알아서해. 

하지만 사귈 맘 있으면 돌아와, 딱 오분 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앤드류스는 급히 되돌아와 릴리안 앞에 섰다.

"릴리안 예쁜 이름이네요, 

난 앤드류스, 앞으로 앤디라고 불러줘요. 

그리고 난 멍청하지 않아요. 선배"

"앤디? 

내 가치를 금방 알아채고 돌아오는 걸 보니 멍청이는 아니군. 

하지만 너무 순진해서 못 쓰겠네."

"허~ 끝까지 장난이네. 왜 내가 순진하단 거죠?"

어이없어 하는 앤드류스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릴리안은 그의 목에 매달렸고, 

입술에 키스했다.

그녀의 향기는 상큼했고, 

그녀의 입술은 달콤했고 

그녀의 혀는 부드러웠다.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 올랐고, 

유니폼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두사람은 키스를 멈추지 않은 상태로 

문 앞으로 이동해 ‘Close’ 표시를 달았다. 

이어 릴리안의 손에 이끌려 상품 보관 창고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서니 꽉 찰 정도로 비좁았지만, 

그 정도 공간이면 충분했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의 옷을 벗겨 내렸다. 

가벼운 소리를 내며 몸을 사리는 릴리안.

"앤디, 너! 너무 내스타일이야. 어서어서 시작해~"

선배의 말에 충실히 따르는 앤드류스.....

격렬한 관계를 마친 두 사람은 현타가 왔고, 

잠궈둔 문을 열기 위해 얼른 뛰어 나왔다. 

그런데, 언제 왔는지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점장.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You’re Fired."

그 때 계산대 아래 놓여있는 그녀의 노트가 앤드류스의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현대무용 일학년 릴리안] 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릴리안이 놀리듯 속삭였다.

"앤디, 실은 나도 신입생이야."

다음날 릴리안은 학교 도서관 사서 자리를 구했다. 

그리고 앤디가 도서관으로 다시 찾아왔다.

"릴리안, 오늘은 남자 친구 자격으로 왔어."

릴리안이 웃으며 대답했다.

"앞으로는 근무 시간에 안 할거야. 

그게 싫으면 날 잊어줘."

"후~끝까지 장난이군."

릴리안에게 다가가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릴리안이 귀에 대고 말했다.

"흠~키스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두 사람은 다시 입을 맞추며 행복하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