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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호텔, 101층 펜트하우스, 리버뷰, 유일하게 베란다가 있는 방. 

한 남자가 가운 차림으로 창가에 서서 강을 내려보고 있다. 

언제 씻었는지 머리가 채 마르지 않았다. 

남자는 이 곳에서 자주 밀회를 즐긴다. 

강변 도로에는 쉴새없이 차가 달렸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문득 심심해 졌다. 그 때 울리는 휴대폰 진동.

[링~링~링~]

휴대폰을 받았다.

[앤디? 문 앞이야.]

"문 앞? 난 벌써 도착했어. 잠깐만 기다려."

남자가 문을 열었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어서와 릴리안."

"응,  앤디."

두 사람은 가벼운 키스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요즘엔 패션 잡지만 펼치면 자기가 보여. 

늘 눈이 즐겁지 뭐야. 

도로 대형 광고판에도 많이 나오고."

"응, 많이 보여주지 않으면 앤디가 서운해 하기에,  

열심히 뛰고 있어. 흠~"

"하하, 그렇군. 근데, 영화쪽은 계약 잘 안되나봐? 

지난번 영화도 취소되었고. 

내가 손 좀 써볼까?"

"워워~ 진정해~ 그러다 소문나면?"

"그러네..."

"처음부터 알아 봤지만, 역시 머리 나빠! 호호."

"그 말, 평생 써먹겠네."

"영화는 내가 알아서 할께 신경꺼요. 허니~"

"허니?"

"왜? 싫어? 허~니~  호호호. 기다려, 씻고 올께."

릴리안은 옷을 훌훌 벗으며 욕실로 달려갔다. 

소파에서 욕실까지 줄서있는 옷들을 앤드류스가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물 쏟아지는 소리가 시작되며 릴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열어 두었어, 맘편히 훔쳐봐."

"훔쳐 보라고? 하하. 실없는 소리를..."

그런데 잠시 후, 앤드류스는 왠지 욕실을 훔쳐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기웃거리며 슬쩍 들여다 봤다. 

얼굴을 도도하게 치켜들고 쏟아지는 물에 몸을 맡긴 릴리안의 모습은 조각품과도 같았다.

"어~인어 공주. 흠~훔쳐보니 느낌이 다르군."  

앤드류스는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가운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가까이서 보는 릴리안은 더욱 장관이었다. 

"어깨에 흐르는 물은 달콤하고, 

가슴을 흐르는 물은 젖과 꿀과 같고, 

또한 양다리 사이로 흐르는 물은 생명수이니라."

앤드류스가 뒤에서 릴리안을 감싸 안았다. 

점잖게 한 마디 하는 릴리안.

"훔쳐 보랬지 난입 하랬어?"

"난입이 아니고 목말라서 들어왔어."

"목이 마르다고? 에잇, 이거나 먹어라."

홱 돌아서서 물에 젖은 가슴을 물려 주었다.

"웁"

꿀맛 이었다. 

"앤디, 우리 침대로 갈까?"

"응, 안고 가자."

앤드류스가 릴리안을 번쩍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아직 안무겁지?"

"그럼~ 무겁긴?"

대답과 함께 릴리안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물침대 표면이 흔들렸다.

[출~렁~]

앤디가 그녀의 몸위에 올라타자, 릴리안이 손가락으로 벽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앤디, 시계봐. 8..7..6..5...4..."

앤드류스는 얼떨결에 시계를 보았다. 

카운트 다운을 계속하는 릴리안.

"3..2..1..0"

카운트가 끝나자 벨이 울렸다.

[딩~동~] 

초인종 화면을 보니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릴리안이 말했다.

"앤디, 오늘 프런트 데스크 여직원 어땠어? 

내 맘에 들어서, 함께 즐기려고 초빙했어. 

어서 문 열어줘."

화면을 잠시 보던 앤드류스가 대답했다.

"릴리안이 알아서 잘 선발 했겠지."

즉시 리모컨으로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오며 눈웃음을 짓는 여직원. 

먼저 안에 있던 두 사람은 물도 채마르지 않은 몸으로 겹쳐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가방을 내려놓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미스터 앤드류스. 

몇 번 봤는데.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이브라고 불러주세요."

"네. 어서와요."

"오우~두 분을 보니 빨리 씻어야겠네요."

급히 탈의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릴리안, 이브는 좋은 여자일 것 같아."

"그렇겠지, 내가 잘 못 찍은 적 있어?"

"응, 잘했어. 그래도 나올 때까지 놀 수는 없잖아? 쪽~"

다시 시작하는 두사람.

이브가 욕실에서 나와보니, 

앤드류스가 릴리안의 몸 위에 있었다. 

얼른 합류하고 싶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릴리안의 위쪽으로 이동해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쾌감을 느끼기 시작하던 릴리안이 희미한 눈으로 반겼다.

"이브 왔네…"

다시 눈썹에 부드러운 키스를 한 후에 

혀를 넣어 릴리안의 입과 혀를 휘저었다. 

좀더 깊은 쾌감 속으로 밀려 들어가는 릴리안.

"아~아~"

이브는 시나브로 가슴 쪽으로 이동해 앤드류스가 하던 것을 빼앗았다.

앤드류스는 릴리안의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두 사람의 협동으로 릴리안은 이제 강한 쾌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흐~"

"릴리안은 언제나 뇌를 자극하는 달콤한 맛이야~"

이브가 앤드류스에게 달려들었다. 

앤드류스 입에서 낮고 짧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흠~"

그렇게 세사람은 인류 마지막 낙원에 남겨진 듯이 서로 뒤엉켜 즐겨나갔다. 

현자 타임으로 잠들었던 앤드류스와 릴리안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브는 이미 방을 떠나고 없었다. 

품에 안긴 채로 릴리안이 말했다. 

"앤디,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변하는 게 없는 것 같아. 

늘 이 상태를 유지하잖아."

"미안해. 다음에는 꼭 약속 지킬게.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믿어봐."

"아니야 앤디, 앤디도 사정이 있겠지. 

내가 경솔했나봐."

릴리안이 마음 약한 소리를 하니, 

앤드류스는 더욱 마음이 아프고 초조해 졌다.

"정말 미안해. 릴리안, 이번엔 정말이야."

릴리안은 한번만 더 속아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휴~그래. 그럼 다음에 만날 때를 기대할게."

"그래, 한 번 더 믿어줘서 고마워."

두 사람은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방을 나왔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이브를 만났다. 

둘은 그녀와 가벼운 눈인사를 교환하고 호텔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