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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행을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 하는 직군이다 느끼지만 때로는 많이 무뎌집니다.

어떤 날에는 술 한잔 마시고는,

무언가 원망할 대상을 찾으려는 목적으로 승차한 게 아닌가 싶은 승객도 있습니다.

우습게도 그런 상대의 노력 보다는 내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생활여건 그리고 건강상태 등의 작은 변수가

해당 사태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짓고는 합니다.

기억나는 한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대략 7년 전 마을버스 근무 시기였습니다.

토요일 오전반 근무조 였는데, 동갑내기 탁우들과의 월간 정기모임날 이었습니다.

종점이 가까운 삼거리 갈래길 이었습니다.

우회전 하는 중에 직진주로를 달려오는 후행 외제차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우회전을 하였습니다.

상대차량이 제가 운행하던 버스의 운전석 라인 후미에 너무 가깝게 붙는다 싶었지만 백미러 상으로는

닿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근무 당일의 마지막 바퀴 운행을 다시 나서고, 회차지를 돌아오던 때에 배차실의 "접촉 흔적 확인하라" 전화를 받습니다.

잠시 정차하여 확인하니, 물리적 접촉이 있었음을 페인트 자욱이 말해줍니다.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운행 첫 6개월을 막 넘기던 즈음이었는데 그 일로 결국은 버스운행 까지 접게 되었고 한달의 기간 후에

새로운 경력으로 시작하게 한 아픈 기억의 사고입니다.

조금 빨리 모임을 가고픈 마음에 쫓겨 잠시간의 여유도 갖지 못한 덕에 

지금까지도 곰곰히 되짚어 보게하는 어느 토요일 오후의 통렬했던 인생레슨 사례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네요.

***

연말에 50 초반의 후배 기사가  암 말기 단계 항암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며칠 전에는 그 나이 대의 또 다른 후배 기사가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다소 늦게 얻은 첫 아이를 지난 여름 예상 못한 이른 독립을 시키고, 둘째 아이와도 봄 부터 떨어져서 지내고 있습니다.

장년기의 여러 병증이 최근 찾아오더니 올해 1분기 에는 장년 입문기 심리통을 좀 강하게 앓았습니다.

선배들 표현으로는 그게 남자의 갱년기 라는 말 들으면서, 제가 늙어가는구나 깨닫습니다.

시간이 좀 흐르니, 신혼초에 몇 년간 알콩달콩 지내던 아내와의 추억이 겹쳐지며 안정적인 연착륙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청춘기부터 성년으로 접어들면서는 충분한 연습도 준비도 못한 채로 갑작스레 맞이하였지만,

실버부 진입 만큼은 치열했던 중년까지의 부대낌을 이겨낸 내공으로 어느 요소보다 더 중요한 정신적인, 심리적인 여백을 

만들어가야지 다짐해 봅니다.

육체가 망가지는 것 보다, 정신이 무너지면 그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 더 지옥같은 시간이 되리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