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 10.29 대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분 이야기 - 생사의 기로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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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자녀가 10월 29일 밤에 이태원에 있었다.
아래 적는 이야기는 생존자의 보호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A라 하겠다.
A는 압사당한 사람들의 아래쪽쯤. 벽면에 붙어있었다고 한다. 체격이 큰 남성들과 상인들이 달려나와 어떻게든 사람들을 빼내려고 할 때, 동행했던 선배 B가 "이 친구를 먼저 빼주면 나는 자력으로 나갈 수 있다. 해보겠다."라고 해서 여러 명이 달라붙어 벽면으로 비틀듯이 밀어내며 빼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A는 가장자리에 있었으니까 다른 이들과 팔다리가 많이 엉키지 않아서 그나마 구조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던 거다. A가 깔려있었던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깔려있던 사람들은 앞에서 구조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빠져나가기 좋은 사람을 짚었다. 너나할 것 없이, 내가 먼저 나가야 이 친구가 나올 수 있다, 이 친구가 나가면 내가 다리를 움직일 수 있다, 라는 말을 하며, 꼬이고 엉킨 팔다리를 풀어내면서 한 사람씩 빠져나가면 결국 모두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누군가 물을 뿌렸고, 팔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A는 체격이 큰 남성들이 작은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서로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살려달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에게 시선이 먼저 가고 그들에게 먼저 손길이 닿는 건 사실이었다. A는 그날 저녁을 일찍 든든히 먹어서 살려달라고 끝까지 외칠 수 있었다. 기력이 떨어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걸 느꼈다. A는 빠져나온 다음에 그 자리에 서서 동행했던 선배 B를 기다렸다. A가 먼저 나가야 내가 나갈 수 있으니 A를 먼저 빼내달라고 사람들에게 요청한 남자선배다.
A는 B를 기다리는 사이에, 인파가 빠지면서 선 채로 심장이 멈춘 이들이 바닥에 쓰러지는 걸 봤다. 저쪽 끝에는 키 작은 여성을 끌어안은 남성이 함께 쓰러져 있었다. 연인이었다.
A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어서 가족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이태원에 큰일이 났다는데 괜찮냐고 묻는 가족에게 "엉."이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A는 다음 날 아침에서야 가족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했다.
A는 가족에게 부모들이 자식을 찾으러 와서 울부짖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A의 가족은 A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A의 인스타에는 안부를 묻는 수 백통의 DM이 와 있었다.
A의 친구들 중 유흥을 즐길 줄 아는 친구들은 그날 강남클럽에 있었다. 그 중 어떤 이들은 호텔파티에 있었다. A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꾸미고 나왔나 구경하다가 기회가 되면 클럽도 갈 생각을 했을 뿐이다.
A를 먼저 구해달라고 했던 B는 A가 빠져나온지 15분쯤 지나 구조되었다. B는 양쪽 다리의 인대를 모두 다쳤지만 생업이 있어 입원은 하지 못하고 택시를 타면서 일을 보고 있다고 한다. A는 아직 괜찮다고, 그러나 이 모든 일을 믿을 수 없다고, 가족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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