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 행복한 복지➎
국민연금 둘러싼 의문들
내 노후 보장 받을 수 있을까

정부 쪽 사람들은 말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에 고갈된다.” 그러면 국민연금공단 측은 “보험료율을 올리면 국민연금을 예정대로 줄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섭니다. 국민연금공단도 준정부기관이란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왜 이같은 촌극이 반복되는 걸까요. ‘같이탐구생활-행복한 복지’에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봤습니다. 그 첫번째 편입니다. 

국민연금 제도는 국민 행복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국민은 별로 행복하지 않다.[사진=연합뉴스]국민연금 제도는 국민 행복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국민은 별로 행복하지 않다.[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대책을 위해 만든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매달 연금보험료를 국민연금공단에 납입하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보험료를 내도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35년 후에는 기금이 고갈될 거라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래서 ‘보험료율을 더 올려야 한다’ ‘더 내고 덜 받자’는 등의 주장이 나오지만, 이게 최선인지도 의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은 –8%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대안을 내세워도 ‘내 노후는 보장받지 못할 듯’합니다.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건데, 그게 뭘까요.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와 함께 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간단한 주제가 아닌 만큼 세차례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 기금고갈론은 국민연금을 얘기할 때면 늘 따라붙는 수식어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풀 방법이 없을까요.
“불안하죠. 계산상으로 보면 적립된 기금이 없어지는 게 맞으니까요. 다만 기금고갈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특히 정부 쪽 사람들에게요.” 

✚ 뭔가요. 
“정부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기금고갈론의 논리적 배경은 고령화입니다. 보험료를 내는 젊은이들은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는 늘어나니까 연금 지출은 증가할 테고, 그러니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을 못 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보험료율을 조정해서 줄 수 있다는 얘기죠. 공단도 정부로 본다면 한 입으로 두 얘기를 하는 셈입니다.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 

✚ 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율을 조정하자는 주장으로 해석하면 별 무리가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볼 순 있어요. 하지만 보험료율을 조정하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려야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걸까요? 몇년 지나지 않아 다시 기금고갈 얘기가 나오면 보험료율을 또 올려야 하는 건가요?”

✚ 보험시스템은 보험료율 조정을 통해 영속성을 갖는 것 아닌가요.
“맞는 얘기입니다. 제가 얘기하려는 건 보험료율을 왜 조정해야 하는지, 얼마나 조정해야 하는지, 아울러 국민을 제대로 이해시키고 있느냐는 겁니다. 기금이 모자란다면 대체 얼마만큼의 기금이 쌓여 있어야 안정적인지 정부가 얘기해 준 적이 있느냐는 거예요.”

✚ 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거죠.
“국민연금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 어떤 철학과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한 적 없기 때문이죠.”

✚ 애초에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맞습니다. 국민연금은 연금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업보험과 같습니다. 다만, 상업보험이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는 사회보험의 성격도 갖고 있죠. 이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은 국민들에게 향후의 물가수준이나 경제상황 등을 모두 고려한 다음 연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만큼 국민연금은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큰 상품이란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아니면 만들려고 하지도, 만들 수도 없는 게 국민연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연금을 처음 만들 때 제대로 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만들어놓고 운용해 왔으니,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그럼 하나하나씩 생각해보죠. 먼저 기금고갈론의 원인부터 다시 뜯어볼까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부가 주장하는 기금고갈 원인은 고령화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사회적 부양을 받는 노인이 늘어났다는 게 문제죠. 만약 일하는 노인이 증가한다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거나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게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요.”

✚ 기금고갈론과 노인일자리 문제가 함께 엮여 있다는 거네요.
“유럽국가, 특히 독일과 같은 나라들이 고용안정에 힘쓰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게 연금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참고: 이 문제는 더스쿠프 통권 505호 ‘점진적 퇴직 돕는 유럽의 아이디어’ 기사에서 자세하게 다뤘습니다.]”

✚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셨는데, 독일도 애초에 우리와 비슷한 국민연금 체계를 갖고 있지 않았나요.
“맞아요. 예전에 우리처럼 적립방식을 택했다가 현재는 부과방식을 택하고 있죠.”

✚ 체계를 왜 바꾼 건가요.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의 차이부터 짚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네.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적립금을 쌓아 놓고 운영하면 적립방식, 보험료를 걷어서 바로 연금을 지급하면 부과방식으로 알고 있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나는 방식일 뿐입니다. 사실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어요.”

✚ 그게 뭐죠.
“적립방식은 개인별로 매년 내는 보험료 액수와 기대연금액이 같아지도록 하기 위한 재정관리의 한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입구와 출구의 액수가 같아야 한다는 거죠. 물론 납부한 돈만큼만 받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연히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겠죠. 다만 안정성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야 기대연금액과 비슷할 테니까요. 이 때문에 적립방식엔 소득재분배의 기능도 없어요. 반면 부과방식은 입구와 출구가 모두 열려 있습니다. 개인의 보험료율도 기대연금액도 늘 조정되죠. 그때그때 걷어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니까요. 그 과정에서 소득재분배도 이뤄집니다.”

[※참고: 어떤 재정관리방식을 택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따라 보험료 부과 기준 등 연금 운용 방식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적립방식이잖아요. 그런데도 보험료와 연금수령액은 변동성이 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철학 없이 뒤섞어 놓은 탓입니다. 명목상으로는 적립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부과방식처럼 입구와 출구를 다 개방해놓은 거예요. 진짜 적립방식이라면 –8%의 수익률을 내는 식의 투자를 해선 안 되는 겁니다.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적립방식의 원칙에 위배되니까요.”

✚ 뭔가 이상한데요. 
“사실 이상한 건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흥미로운 건 우리보다 먼저 국민연금 시스템을 도입한 독일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겪은 다음에 연금제도를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뜯어고쳤다는 겁니다.” 

✚ 그게 뭔지 궁금해지네요.
“다음번에 이 얘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죠.”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