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와이프랑 대판 싸웠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 이야기인데... 이성으로 접근하는 나와 감성으로 접근하는 와이프 생각 차이가 부부 싸움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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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대략 이렇다. 내가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각각 사주었는데 먹고 남은 음료수는 아이들이 각자의 병에 이름을 써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다음 날 외출할 때 전날 냉장고에 넣어둔 음료수를 아이들이 챙겼다. 그런데 음료수를 챙기다가 갑자기 둘째가 운다. 자신의 병에 들어있는 음료수가 적다면서 음료수에 이름을 적을 때 아빠가 잘못 적었다며 우는 것이다. 우는 아이를 달랜다고 와이프는 아빠가 잘못했다며 아이를 타이르는데, 내 잘못이 아닌 상황을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하는 와이프의 말에 화가 났고,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억양을 높이며 부부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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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가 적었던 병은 확실히 둘째 것이 맞다. 그런데 우는 아이 달랜다고 아이 편에서 아빠가 잘못했다고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 내 잘못도 아닌 것을 내가 잘못했다고 해야 하나 싶었다. 결국 음료수 병에 이름을 적지 않았지만 음료수에 아빠가 적었다며 아이를 달래는 우리 부부의 생각 차이 때문에 부부 싸움이 되었다. 내 잘못이 아닌데 아이에게 무조건 아빠가 잘못했다고 하니 너무 억울해서 음료수 병을 발로 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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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싸움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은 없다. 아이들이 자신의 병에 이름을 직접 썼고,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음료수가 적어졌다는 사실에 이름을 아빠가 잘못 썼다고 우는 상황이 왜 내 잘못일까? 그리고 그걸 아빠가 잘못했네라고 말하는 와이프의 의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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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확히 음료수 병에 이름을 쓴 아이들의 잘못이라며 이성적으로 말하고, 와이프는 우는 아이를 달랜다며 아빠가 잘못했다며 감성적으로 말한다. 우리 부부의 싸움은 보통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아이가 울고 있으면 나는 이성적으로 다가간다. 왜 우는지를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나 와이프는 다르다. 무조건 우는 아이 편에서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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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는 몰랐지만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와이프의 행동이 백번 맞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무조건 내 아이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죄 없는 사람이 죄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건과 같이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사건의 죄인이 누군가는 필요하다.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입혀야 할 때 무조건 아이 말이 맞는다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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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인재상은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무조건적으로 감성적인 사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유형이 내로남불의 행동을 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오냐오냐하며 키우면, 아이는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무조건 오냐오냐하게 키우는 것보다는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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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이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며 무조건 아이 말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 잘못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아이 편을 들어야 할까? 입으로 언제나 아이 편에서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 화살이 나에게 돌아왔을 때도 나는 아이 편에 설 수 있을까? 아이가 무조건 아빠 잘못이라고 할 때, 아이의 말이 맞는다며 내가 죄인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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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을 하는 게 참 바보스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결론은 하나다. 이런 과정이 있음으로 아이들이 더욱 사랑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화를 냈기에 거리감은 생겼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빠 잘못이라며 울고 떼를 썼지만 둘째도 내 자식이기에 충분히 사랑받을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아이에게 사과하며 나 스스로 반성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