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 준수 경시풍조..."피해자 인권 보다 가해자 인권 중시, 거꾸로 가는 사회 분위기 조장"

교통사고 처리에 애를 먹고 있는 일선 경찰들이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서산경찰서교통사고 처리에 일선 경찰들이 애를 먹고 있다. 사진은 서산경찰서

한국인의 운전습관은 어느 수준일까? 결론부터 낙제점이다.

특히 횡단보도나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 등 이른바 중과실교통사고도 사법당국의 불구속원칙에 의한 처벌이 이루어짐에 따라 교통법규 준수 경시풍조, 낙제점 운전습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피해자 인권은 없고 가해자 인권만 중시되는 거꾸로 가는 사회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본보는 한국인들의 낙제점 운전습관과 교통사고 처벌과 관련한 사법당국의 불구속원칙, 교통법규 준수 경시풍조 등 교통사고 피해자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거꾸로 가는 사회현상을 ‘핫이슈’로 고발한다. 또 아름다운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운전자들에게 요구되는 선진의식을 위한 필수조건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교통사고 불구속원칙 철회, 중과실교통사고 처벌 강화...경찰도 동의 

일선 경찰도 현행 불구속원칙 교통사고 처리에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느슨해진 처벌이 바르지 못한 운전습관을 키우고 있다는데 일선 경찰은 동의한다. 따라서 횡단보도, 스쿨존 등에서의 중과실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음주교통사고만 중범죄로 다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14일 서산시 읍내동 S빌딩 앞 횡단보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90대 노인(여)이 전방주시나 우선멈춤을 하지 않고 진행하던 4륜구동 모하비 차량에 치여 중추골 파열, 갈비뼈와 오른발, 양손 손가락 골절 등 전치 7주 진단의 중상을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고당시 CCTV를 보고 싶다는 가족들에게 경찰은 “사고 장면이 흉측한데 볼 수 있겠느냐,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라”며 “긴장을 풀어줬지만 사고 장면이 하도 끔찍해 사나흘동안 밥도 못 먹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운전자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법원에 의해 벌금 300만 원으로 일단락 됐다.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는 게 벌금 300만 원 처분의 이유. 사법당국은 종합보험 가입을 가해자의 도리를 다했다고 보는 시각인 셈이다.

그렇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걷지도 앉지도 못하고 요양원의 병상에서 누워만 지내는 피해자를 간호하느라 경제적 부담까지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게다가 가해자는 합의는 고사하고 지금까지 미안하다는 사과 말 한 마디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회적 관습 차원의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큰 딸 A(70)씨는 “밭에 나가 풀도 매실만큼 정정하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요양원 병상에만 누워계셔야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법 집행을 하는 사람들의 부모가 이렇게 큰 사고를 당했을 때도 이렇게 벌금 300만 원 처벌로만 끝냈을까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은 “통상 10주 또는 12주 이상의 진단이 나올 경우에나 개인합의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수준이지 이를 강요할 수는 없는 처지”라며 “종합보험 가입의 경우 개인합의가 성사된 것으로 간주돼 구속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또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중과실사고에다 음주운전, 무면허 등의 교통사고 중대범죄가 아닌 경우 대부분 불구속처분이 내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교통사고처리의 현주소”라고 안타까워했다.

◆낙제점 운전 습관...처벌 강화해야 

1, 방향지시등 작동 절반 수준...우회전 차량은 대부분 무시
방향을 바꿀 때는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작동해 뒤따르는 차량에게 좌회전과 우회전을 하고자 하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무시하기 일쑤다. 방향지시등 작동 없이 갑자기 끼어들며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을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들 때문에 공포감을 느낀다고 하소연이다.

2, 지나친 차간거리, 신호등에서 지나친 서행
신호대기 중 적정 차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버스가 한 대 들어갈 공간을 유지하고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잦다. 이 경우 뒤따르는 차량이 다음신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또 지나친 서행 차량도 많아 교통정체를 야기한다.

3. 무질서한 주정차 위반
일선 시군지역 도심지역 도로는 주정차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도심 주요도로변은 불법 주정차로 무질서하다. 단속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권 권력화 때문이다. 공권력이 상권 권력을 어찌하질 못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다.

대도시 포함 일선 시군까지 도심 도로를 개설하면 금세 주정차장으로 전락된다. 주차장 공급이 부족한 탓도 있다. 도심 주차장 수요를 초과하는 차량의 범람은 나 홀로 차량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한발작도 걷지 않으려는 얌체 운전자들의 그릇된 운전 습관이 도로를 주정차장으로 전락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인도와 도로를 구분 하는 가드레일만 설치해도 불법 주정차는 크게 줄어든다. 일선시군의 사례는 수두룩하다. 그러나 상권 권력은 이 시설물을 설치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일선 시군은 민원 때문에 설치를 하지 못한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따라서 도심 외곽에 분포하고 있는 공영 주차장 등에 차를 세워놓고 도보로 이동하는 운전 습관, 선전의식이 절실하다.
 
4. 차선유지 숙지 미흡
2차선의 경우 1차선은 통상 추월선. 그러나 화물차량 등 저속차량이 1차선을 물고 그대로 운행하기 일쑤로 차량 흐름을 크게 방해한다. 서행, 저속차량은 2차선으로 운행하는 운전습관이 필요하다. 또 일선지역의 국도 지방도 시군도로 지정이 없는 일반적인 농로에서 교행을 할 경우엔 도로 군데군데 조성된 교통섬에서 기다려 주는 배려와 교행 차량 간 감사의 인사표시를 하는 안전운전 습관도 아름다운 교통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운전면허증 교부 전 올바른 운전 습관이 몸에 배이게 할 안전운전 기초과정을 이수한 뒤 면허증을 교부하도록 규정을 보완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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