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놀러 가면 가끔씩 보게 되는 것이 있다. 거실에 있는 액자 속 가훈이다. 가화만사성 즉, 집안이 화목(和睦)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이 말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아기가 태어나고 육아와 교육 등 크고 작은 사안으로 집안이 화목한 때만 있지는 않다.그럴 때마다, 가훈이었던 가화만사성은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럼, 집안이 화목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잘 잤니, 좋은 꿈 꿨니 등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인사로부터 시작한다. 남편이 혼자 일하며 벌어오는 외벌이 생활을 하는 경우 아내의 밝은 아침인사는 기분 좋은 출근길이 된다. 등교하는 아이의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신나는 날을 기대하게 한다.

맞벌이가 대세인 세상에 살고 있다. 남편 혼자서 벌어서는 아이 교육비 감당하기도 버겁고, 은퇴 후를 생각하면 막막한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 불확실한 앞날을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잘 잤니, 새 날을 맞는 감사와 희망의 인사를 나누며 시작하길 바란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난 아이의 얼굴에는 찡그린 표정이 없다. 수면이 부족하면 아이는 칭얼거리고 어른의 인상은 뭔가 불만에 차 생기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가정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자야 하고 잠의 질이 좋아야 한다.

수면만사성(睡眠萬事成)이 곧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말하고 싶다. 잠을 잘 자면 모든 일이 잘 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필자가 수면사업을 하면서 수 많은 위기와 두려움에도 넉넉히 견뎌내며 잠을 잘 잤다고 말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일어난 적이 수 없이 많았다. 현격히 떨어진 분별력으로 잘 못된 의사결정을 하기 반복했다. 삶의 의욕이 꺾여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겪었다. 집안 분위기는 점점 암울해져 가고 있었다. 웃음이 사라지고 감정 섞인 잣대로 묻고 따지는 일들이 잦아졌다. 어느새 부부는 물론 아이들과도 관계가 좋지 않았다.

메모리폼 베개를 시작으로 잠의 혜택을 전파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몇 달을 그렇게 잠 못 이루며 피폐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며 이러다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 날 따라 창 가에서 비치는 햇빛이 눈에 들어오면서 뭔가 해결책이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랄까, 그런 좋은 느낌을 받았다.

박탈된 수면시간을 하루 8시간 이상 확보하기 위해 생활 패턴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사라진 웃음 찾으러 웃음치료학교에 가고, 만사가 귀찮아 중단했던 생활 운동 즉, 걷기, 스트레칭 등을 했다. 점차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밤새 고민해 봤자 내 몸만 상하게 만들었던 걱정을 내려 놓게 되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오늘은 일단 자고 보자는 식으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좋은 생각을 하고 기지개를 폈다. 어두웠던 집안 분위기가 밝게 바뀌기 시작했다. 표정이 좋아지니까, 한 때 대인기피증으로 사람 만나길 꺼려했던 모습이 사라졌다. 상대방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가 전달되어 그런지 일도 하나씩 풀려나갔다.

누구나 꿈꾸는 화목한 가정과 행복한 인생, 수면만사성(睡眠萬事成)이 바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끈다. 수면은 시작이고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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