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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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커상 수상작인 셰한 카루나틸라카의〈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스리랑카 내전으로 인해 스러진 이들에 대한 진혼곡 같은 소설입니다.
다수민족인 불교를 믿는 싱할라족과 그보다 소수인 힌두교 신자인 타밀족 간의 극한 대립과 갈등이 장장 25년에 걸친 내전으로 이어지는데요.
아직은 이색적으로 보이는 종교와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하고 있는 한국의 국민인 제게
이 소설은 예사롭게 읽히지 않았고 두서없는 상념이 들게 하였습니다.
민족이나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에 의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 비일비재 하지만 비관만 드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집단에 의거해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 자존감을 획득하려는 것과 그와 더불어 일어나는 집단 간의 긴장과 반목은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자연스레 희미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이러한 개인주의가 안일한 소시민 근성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좌파는 가지는 것 같지만
개인주의가 공동체 의식과 접목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뭉쳐서 생존하고 과시하고 확장하고자 하는 오래된 습성과 그에 따른 폐해를 순화시킨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룩한 문화적, 제도적 성과로서
그것을 공고히 해온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유대감은
개인에게 강요되지 않더라도 공동체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에게 우러나는 감정일 테니까요.
그렇기에 ‘국가’ 라는 공동체가 당분간은 건재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다가
국가도 집단임에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쓴웃음도 나게 되었습니다.
원점으로 돌아오니 지상은 천국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제반 여건이 이러하므로
분쟁의 빌미를 영구적으로 일소하는 것을 담대히 상상하고 시도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으나
그것 보다는 조절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실현성 있고 분쟁의 방지와 종식을 위한 더 유효한 방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저는 이르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