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꿈 지우는 일
꿈지우고 다시 꿈꾸는 일....
시지프스 신화의 그 바윗돌같은 그 꿈들....
인터뷰에서 정명훈씨가 말했다.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훌륭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역경을 이겨내는 꿈을 주제로 한 브람스 공연을 준비하면서
머리에 떠오른 화두였나 보다.
거장의 경지에 오른 분이 내놓는 말,
그 분이 만들어낸 선율처럼 마음을 파고드는 말이다.
그만 잘 살았으면 싶다.
이만큼 살면 됬다.
옛날, 아니 불과 4~50년전, 삶의 목적은 호구지책이었다.
죽도록 일하는 목적이 입에 풀칠하기 위함이었다.
양말, 떨어지면 두번 세번이라도 기워신었다.
노트한권 사면 겉표지부터 썼고
다 쓰면 다시 지우게로 지워 쓰곤했다.
쌀밥? 그야말로 상상도 못할 일이다.
손님오는 날, 손님용으로 지은 한종기 정도의 쌀밥이었는데
그나마 손님이 남겼을 때 조금 맛보는 것이었다.
대학생? 면단위에서 몇 안되었다.
그때 그 삶으로 들어가 지금 2009년을 바라본다면
문명적으로 물질적으로 단연 천국이다.
집집마다 자동차가 아니라 한대는 기본이고 2~3대 있는 집도 많다.
상상했는가? 그런 시대가 오리란 것을?
그야말로 꿈같은 시대가 현실이 되어 흥건하게 넘치는 지금,
인간이 그토록 꿈꾸던 일이 풍요롭게 펼쳐졌는데
사람은 그에 비례하여 행복할까?
이제 되었다.
행복할 조건, 재료는 얼마든지 갖추어져 있다.
너무 충분하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그 조건과 재료가 아무리 새로워지고 가득 채워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인간의 행복을 요리해낼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없는 것"은 두 가지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소위 "그러면 행복할텐데.."하는 상태의 부재이고
나머지 하나는 불행과 재앙의 부재이다.
행복의 조건과 재료가 충족되지 않아서 불행한가?
아니면 재앙과 불행이 없어서 행복한가?
각자 생각 나름이다.
무엇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 없어서 행복한 것들도 너무 많다는 것.
그래서 사람은 지금 행복해야 할 자유뿐만 아니라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닐까.
꼭, 저 산만 넘고보면 잡을 것 같던 무지게,
무지게는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말했던 것 같다.
무지게는 마음안에 있음을, 하여 무지게를 위해 평생 산을 넘는
헛수고는 버려야 함을.......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은 영원히 없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