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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로 본 축구.. 하수가 고수 이기는 유일한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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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일 수 있지만, 난 탁구를 나름 수준급으로 치는 사람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쳤는데, 당시 탁구 코치에게 제대로 배웠다. 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선수들과 탁구를 많이 쳤다.
 
나중에는 김택수와 동기로 같은 고등학교(아마 여수 광동고로 기억)에서 운동했던 사람한테 제대로 한 동안 레슨을 받았고, 탁구 동호회에서도 활약하다 지금은 남아공 땅에 와서 살고 있다. 축구 게시판에 내가 남아공에서 있었던 한국과 잠비아 전 베스트 글이 남아 있으니 참고 하시면 될 것이다.

내가 탁구를 좋아하고 꽤 친다는 것은 내 아이디를 봐도 아실 것이다. 내 아이디 <손트너>는 전설적인 스웨덴 탁구 선수 발트너의 발을 손으로 바꾼 것이다. 참고로 아마추어에서는 두번째 최고 수준 등급에서 쳤다. 첫번 째 등급은 거의 다 최소 고등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그룹이다.
 
지금 내가 탁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나름 나의 탁구 실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탁구 고수들과 게임에서 느낀 점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이다.
 
축구 이야기에서 왜 탁구냐고? 모든 운동이 다 그렇듯이 그게 통하는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내 실력이 수준급인데도, 고수들을 만나면 한 마디로 난 대책이 없어진다. 예를 들어, 김택수의 친구였던 그 탁구 선수와 붙으면, 21점 게임일 당시 내가 12점을 먹고 시작한다. 내가 9점만 먹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그런데 나는 5-6점을 얻고 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 때 내가 느끼는 점은 한 마디로 "구멍이 전혀 없고, 통할만한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공을 스핀을 걸고 변칙을 구사해도 상대방은 너무 쉽게 받아내고 오히려 역공을 가해 그냥 점수를 먹는다. 가끔 12점 먹고 이기지만, 솔직히 상대는 항상 12점을 주고 시합하는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는다.

 

우선 그 코치의 강력한 서비스를 받아내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나도 실력이 있는 편이라 받긴 받는다. 상대 코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게임에서는 서비스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공격을 못하도록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받아야 만 한다. 그렇지 않고 서비스를 받는 것 자체에 급급하면, 아무리 서비스를 받아도 상대방은 너무나 쉽게 스매쉬로 점수를 따낸다.

 

상대가 서비스를 넣을 때마다 엄청나게 머리를 굴려보지만, 도대체가 방법은 없다. 실력 차이가 너무 확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주특기는 드라이브와 백푸싱인데, 어지간한 아마추어들은 내 공격을 받아내기 힘들어 한다. 비슷한 상대를 만나면, 나름 선수들처럼 맞드라이브 공격이 오고가 멋진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코치에게는 아무리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도 너무 쉽게 받아내고 오히려 무시무시한 강력한 맞드라이브로 나를 눌러 버린다. 그런 드라이브 공격은 받으면 라켓이 휘청할 정도로 강력한 스핀이 붙어 공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튀어 버린다.
 
그러나 약 1년 정도 게임을 하다보니 나도 그 서비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실력도 늘어 약 8-10점 차이로 실력 차를 줄일 수는 있었다. 그리고 상대의 약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약점을 공략하면, 난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코치의 약점은 서비스를 넣은 후에 백사이드로 길게 리시브를 하면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 내가 깨달은 점은 아무리 고수여도 약점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나는 아마추어 클럽에서 게임을 할 때, 나보다 분명한 고수를 만나면 일단 게임을 붙기 전에 상대를 면밀히 관찰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객관적으로는 내가 평균 5점 이상 차이로 나는 고수가 분명하다. 그러나 항상 모든 고수를 상대로 내가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고수들이 의외로 나한테 지거나 고전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다른 운동 보다 탁구는 유독 상대성이 심하다. 내가 이기는 사람을 다른 사람은 지고, 내가 지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 상대성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바로 고쳐지지 않는 약점 때문이다. 약점을 연구하면, 승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 고수들의 수준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 이유는 내 등급 수준의 사람들과 경기를 할 때, 항상 팽팽한 경기를 했기 때문이고, 가끔 나도 하수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 말은 즉슨 고수들을 만나면, 일단 대책이 없다. 한 마디로 줄 데가 없고, 통할 기술이 없다.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 무슨 꼼수를 써본다 한들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안되고 도무지 구멍이 없다. 이것이 스포츠의 세계다.

그런데 앞서 말한대로 이기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축구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라고본다. 즉, 하수가 고수를 이기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탁구 고수가 약점을 가진 것처럼 축구 고수 팀도 약점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 약점을 철저히 연구해서 게임에 임하면, 항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승산이 매우 높아진다.

히딩크가 바로 그런 축구를 했다. 히딩크가 귀신인 이유가 바로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간파해서 공략하기 때문이다. 1차전이었던 포르투칼 전에서 송종국이 세계 최고의 공격수 피구를 막았을 때, 히딩크가 피구의 습관적 동작을 오래도록 면밀히 연구해서 막는 방법을 전수해 준 덕분에 피구를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이번 동작 후 다음 동작에서 어디로 턴을 하는 습관을 갖는지 알고 대비한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축구 스타일은 초반에 상대방에 강력한 피시컬로 교묘한 반칙과 신체적 타격을 줘서 주눅을 들게 하는데, 히딩크는 한대 맞으면 교묘히 두 배로 까대서 상대방 기를 눌러 놓을 것을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이것도 완전히 통했다.

한편 스페인은 젖은 운동장에 약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경기 규정상 있을 수 없는 2시간 전 잔디 물주기를 몰래 운동장에 잠입해 들어가 직원들을 설득해 가능하게 만들었다. 홈 그라운드의 잇점을 100% 살린 교활한 반칙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그날 직원이 아무도 몰래 운동장에 물을 잔뜩 뿌려 운동장을 적셔 놓아 역시 이 여우같은 작전은 통했다.

 

오늘 또 다시 만난 스페인 전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고수 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특단의 비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랜 연구를 통해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여 집중 공략하는 방식 외에는 없다.
 
내가 오늘 경기에서 국대가 선방했다고 보는 이유는 그런 고수를 만나면 정말 줄 곳이 없고, 써 먹을 전술도 통할 만한 꼼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고수를 만나 점수 1점 밖에 안 준 것은 정말 잘 한 축구다.


많은 분들은 제대로 패스도 못하고 전방으로 공이 전달되지를 않는다고 하는데, 상대는 세계 최고의 강력한 축구팀이다. 축구를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고수 팀과 만나 경기해보면 정말 줄 데가 없을 만큼 막막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 우리 팀은 주눅 들지 않고 나름 대단히 선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름 우리 선수들의 기술도 떨어지진 않아 보였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라면, 상대가 엄청난 고수일 경우 오늘처럼 경기해서는 결코 이길 수는 없다. 고수를 이길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만일 스페인 마저 이겨야하는 상황이라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상대의 약점을 철저히 연구해서 여우 처럼 교활하게 준비하는 것 외에는 없다. 그것을 2002년에 히딩크가 제대로 보여줬다. 이제 바로 이것이 감독 허정무의 몫이라면 몫이겠다.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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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님의 댓글

no_profile 여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잘 읽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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