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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9월 프랑스 정보국은 독일 대사관에서 훔친 편지를 입수합니다.
수취인은 독일 대사관이며 발신자는 익명이었습니다.

프랑스 육군 기밀문서였습니다.
스파이 활동을 감시하던 프랑스 참모본부는 수사를 시작합니다.

알프레드 드레퓌스라는 유태인 장교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스파이로 지목했으며
그 같은 판단의 밑바탕에는 인종차별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는 동년 12월, 군사법정의 비밀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습니다.
이듬해 2월 21일, 아프리카 가나의 적도 해안에 있는 악마도라는 섬으로 끌려 갑니다.

재판이 끝난지 15개월 후인 1896년 3월, 참모본부 정보국의 삐까르 중령이
다른 스파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드레퓌스 사건의 서류철을 보게 됩니다.

그는 이 자료에서 두가지를 발견합니다.
하나는 드레퓌스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그 문제의 필적이 보병 대대장인 에스떼라지 소령의 필적과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삐까르 중령은 진상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상관들은 묻어 두기를 원했고 곧이어 질책이 뒤따랐습니다.

삐까르 중령은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으나 곧 변호사를 만나 이 사실을 알렸고
이 사실은 한 상원의원에게 전해졌습니다.

군부의 위신을 국가안보와 동일시한 고위층의 독선으로 인해
사건은 눈사태처럼 커져갔으며 프랑스인을 두 진영으로 분열시키고
크나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프랑스혁명의 이념에 반대하는 왕정복고주의자와 옛 귀족들,
군부, 과격 가톨릭주의자, 보수적인 정치인들,
군국주의자들 및 이들과 연계된 언론들이
재심 반대를 외치며 군중을 선동했습니다.

또한 양심적 지식인과 법률가들,
공화주의자와 일부 진보적 정치인들,
소수의 신문이 재심 요구파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 사건을 유산계급 내부의 투쟁으로 보고 구경만 하던
사회주의자와 노동자층도 여기에 가담합니다만
재심 요구파의 힘은 지극히 미미했습니다.

1897년 1월 13일, 군소 신문중 하나인 '로로르'지에
대문호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논설을 실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 형식의 이 논설의 호소력은
협잡과 날조를 걷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는 드레퓌스가 결백하고 에스떼라지가 진범인 이유를
구체적인 사실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밝힌 다음,
드레퓌스를 죄인으로 만들고 에스떼라지에게 무죄를 선고한 모든 관련기관을 매섭게 질타했습니다.

그저그런 신문이던 로로르지는 이날 무려 30만부나 팔려나갔으며
세계 각지에서 3만통의 편지와 전보가 날아와 졸라의 용기를 환영했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뉴욕 헤럴드' 지에 이렇게 기고했습니다.
'군인과 성직자 같은 겁장이 위선자 아첨꾼들은 한 해에도 백만 명씩 태어난다.
그러나 잔 다르크와 졸라 같은 인물이 태어나는 데는 5세기가 걸린다'

만일 드레퓌스가 범죄자가 아니라면 그를 죄인으로 몰고 간
참모본부와 국방성, 군사법원이 범죄자가 될 판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각지에서는 대규모의 군중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수많은 유태인들이 살상당하고 유태인 상점이 무너졌습니다.
재심 반대파의 선동에 넘어간 하층계급이 폭동의 선두에 섰습니다.

그러자 숨죽이고 있던 양심적 지식인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들은 졸라에게 보내는 찬사를 성명서로 만들어 서명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내팽겨쳤습니다. 

신문을 읽고, 말다툼을 벌이고, 두패로 갈려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에밀 졸라는 군법회의를 중상모략했다는 죄로 기소되어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프랑스는 다시한번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었으며
위협을 느낀 졸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여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재심 요구파 교수들은 대학에서 해고되었고
드레퓌스의 편에 선 정치가는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1898년 8월 30일, 삐까르 중령을 모함하기 위해 에스떼라지와 짜고 문서를 날조했던
참모본부의 앙리 중령이 진상이 발각될 위기에 몰린 나머지 자살해버렸습니다.

이로써 참모본부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재심 요구파는 유리한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에스떼라지는 재빨리 영국으로 달아나 계약금을 받고 자신의 이야기를 출판했습니다.

자신은 이중첩자로서 상부의 명을 받고 독일의 기밀을 탐지하기 위해
독일 무관에게 접근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파리의 신문들은 일제히 참모본부를 비난하고 나섰고 재심은 불가피해졌습니다.
마침내 1899년 6월 3일 고등법원은 첫번째 재판이 무효임을 선언했습니다.

드레퓌스는 브레따뉴의 군형무소로 돌아왔습니다.
졸라도 망명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했으며,
또한 삐까르 중령도 감옥에서 나왔습니다.

재심이 시작되자 변호사 라보리는 법정으로 가는 길에 괴한의 저격을 받아 부상했고
참모본부의 상관들은 거짓말을 계속했습니다.

군사법정의 심판관들은 '정상참작'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에게 금고 10년의 유죄판결을 내렸고
졸라는 다시한번 펜을 들어 그들을 비판했습니다.

전 세계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는 항의군중이 몰려들었고,
이듬해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를 보이콧 하자는 결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세계 언론은 일제히 프랑스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에 몰린 대통령은 1899년 9월 19일 드레퓌스를 특별사면시켰습니다.

드레퓌스가 특사를 받아들임으로서 그동안 진실의 승리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은 실망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우기 삐까르 중령까지 곤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수년간 계속된 소란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드레퓌스를 잊고 싶어했습니다.

이후 드레퓌스는 '악마도 일기'를 출간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졸라도 '진실'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드레퓌스는 1904년 3월 재심을 청구했으며
1906년 7월 12일, 최고재판소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아냄으로써
사건의 막이 내려졌습니다...

한편 세계의 양심이라는 찬사를 받은 졸라는
무죄 선고를 보지 못한채
1902년 우연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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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인 군인 삐까르 중령,
용기있는 지성인 에밀 졸라,
진실의 편이 되어준 수많은 이름없는 민중들...

역사의 시계바늘은 잠시 퇴보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민중의 힘에 의해 진보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졸라는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참다운 지성이 아니다"라는 진리를 확인시켜주었으며
이같은 교훈이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인류의 정신적 자산으로 확대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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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길어서...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