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탈출] 고수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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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 열기로 후끈했던 2002년,
K가 탁구를 배우기 시작한건 그해 1월부터였다. 운이 좋았던지 K는 쉐이크 핸드로 탁구를 배웠다. 스승님도 훌륭한 분이었다.
생활체육 탁구대회에서 K의 이름이 유명해졌다. 단3년만에 지역 4부 부터 시작해서 지역 1부까지 도달한 것이다.
K는 좀 특이하게 탁구를 쳤는데, 이거저거 다양하게 시도를 하면서 탁구를 치는 스타일인데,
예를 들면 지금 치키타 라고 하는 기술을 그는 4부때 시도하곤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K는, 1부가 되자마자 무대에서 사라졌다. 더이상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K는 잊혀져 갔다.
10여년 넘게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것이다. 이젠 그를 아는 사람(나처럼 예전에 게임해본 )만 그의 탁구를 아는 것이다.
허름한 탁구장에서 K가 초보분들과 즐탁한다는 소리를 풍문으로 전해듯던 차,
얼마전 우연히 K를 다시 보았다.
새로 개업한 탁구장에 우연히 놀러갔다가 K를 보게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살짝 인사하고 그가 탁구치는걸 지켜보았다.
여전히 K는 초보분들과 여유롭게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초보분들은 K가 1부라는걸 모르는듯, 이리저리 스매싱..ㅋㅋ
그래도 K는 웃으면서 그분들과 즐탁하고있는데..
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와서 보니 좀 젊은 친구, 안면만 있는 친구, 지역 3부치는,
들어와서 두리번 거리며, 칠 사람을 찾는듯, 안면 있는 4부 분을 발견하고 같이 치기 시작한다.
좀 몸풀더니, 바로 게임, 3:0 게임은 바로끝나고 훈장질 시작, 3부의 4부 지도가 시작된다. 서비스로 한게임 더해주면서
훈장질..훈장질...그렇게 게임을 마치고 내게오길레, 나랑 치자는 줄 알고 얼렁 K를 붙여주었다.
역시 잠시 포핸드 치더니 게임 시작. 나는 내심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웃고있었다.
내가 붙였으므로 내가 심판을 자청했다.
K는 상대방이 묻지 않으면 핸디 운운 하지 않는 성격, 게임이 시작되었다.
3부의 나름 강력한 공격을 요리조리 기가막히게도 막는 K,
3부혼자 이리뛰고 저리 뛰고, 놀라운 풋워크, 땀 삐질삐질, 그래도 가끔 나오는 멋진 한방, 힘내는 3부,
K는 움직이지도 않고, 세게 치지도 않고, 이코스 저코스, 이구질 저구질, 여유있는 플레이,
3부가 마롱이나 슈신과 같다면 K는 발트너 같다고 해야하나.
첫 게임이 3:0 으로 싱겁게 끝나자 3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게임더하자고 청해서 한게임 더.
여전히 같은 경기 패턴 3:0 게임 끝.
여기서 모든게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진 3부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K에게 훈장질을 시작한다.
이렇게 쳐야 파워있는 드라이브가되네, 저렇게 움직여야 탁구가 느네..
K는 빙긋웃으며 단점을 지적해줘서 고맙다고 한마디...그리고 구석에 가서 쉬는 K.
잠시 후, 탁구장 문이 열리며 포스를 풍기는 한 선수가 등장하니 2부 치는 선수. 땀 삐질 흘리던 3부 얼렁 달려가 악수하며
한게임 청하지만, 그 2부 구석에 앉아있는 K를 발견하고는 단숨에 달려가 인사하고, 게임을 청하네. 3부는 심판을 자청.
그리하여 게임이 진행되는데, K에게 2점 핸디를 달라는 2부.
아직도 땀 삐질 3부, 그때서야 K가 1부임을 깨닫고는 좀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꼴통짓이었는지 절감하는듯..
하긴 어딜가나 닭짓하는 선수들은 있는거니까.
그날 운동 마치고 모처럼 만난 K와 2부 나, 이렇게 셋이서 소주한잔 하며 옛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댓글목록
prince님의 댓글
princ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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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짓 제대로군요...ㅋㅋ</p><p><br /></p><p>친구분이 1부이신걸 보니 </p><p>걍벽님도 고수이실 것 같습니다...</p><p><br /></p>
Vegas님의 댓글
Veg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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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벽님에게서 왕자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p><p>이글은 왕자님의 탁구역정과 비슷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p><p><br /></p><p>왕자님의 팬인데 강벽님의 팬이 자동적으로 되네요.</p><p>글 감사히 읽었습니다!<br /></p>
종근당구장님의 댓글
종근당구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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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장의 닭짓이야 오히려 귀엽지요. 저기 높으신 분들의 닭짓...어떻게 안되겠니??</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