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탈출] 반야바라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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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추워서 탁구장에 도착하고도 휴게실에서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며
몸을 녹이고, 쉬다가 한게임하고, 다시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데, 어허...웬 스님이 들어오시네..
연말연시라 탁발하러 오신 분인가 하고 모두가 바라보니, 40대 정도 되었을라나..
이 스님, 잠시 입구에서 주춤하시더니, 휴게실로 다가오시는데, 헉, 나한테 탁발하려고? 하며
긴장 모드로 가려는데, 스님 뜻밖의 한말씀, 저... 탁구 한게임 치려고 왔는데요, 같이 한게임
해주시면 안될까요? 하셔서..네 그러시지요 하고, 혹시 예전에 탁구를 쳐보셨는지요? 하고 내가
물으니 오호라, 이분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셨다고, 헉...종종 수련 삼아 탁구를 친다고...하시니..
간밤 꿈에 내가 용문에 올라 황하 강물을 내려다 보는 꿈을 꾸었더니...이런 호사가 내게 생기다니..
하여, 얼렁, 그러시지요, 하며, 눈치로 몇몇 고수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무슨 라켓을 사용하시냐고
물으니 쉐이크 핸드라시네...아...금상첨화로세, 하여...지니고 있던 라켓중 가장 선수용 삘이 나는
조합의 라켓을 드리고, 몸풀기 시작, 허허, 가사적삼 입는 분과 탁구 경기 해보는건 첨일세..
그리하여 나와의 경기가 시작되고, 내 뒤를 이어 경기할 선수들이 주변에서 구경하고,
와우, 역시 선수는 선수, 보이지 않는 포핸드 스윙, 드라이브 걸면 공이 안보인다는, 다행히
스님의 백핸드는 그정도는 아니어서 어찌어찌 몇점을 따보긴는 하는데, 예의 그 선수 수준의
풋워크, 디펜스, 플릭, 가면 갈수록 몸풀리는 스님, 3세트 내내 좋은 가르침을 받고, 다음 선수인
2부 치는 선수도 좋은 가르침 받고, 그다음 선수 K와 게임을 하는데, K가 1부이기는 하나
초절정 1부가 아니고 1부 상 정도, 실력이라, 스님과는 3점 안팍으로 차이나 보이고, 경기도
그렇게 흘러가는데, 두 사람이 경기 하는걸보니, 재미 있고, 또 스님이 살짝 지도대국 모양으로
결승까지 가는 아량을 베푸시고 3:2로 마무리..스님 어느새 온 몸이 땀으로,,,휴게실에서 음료수
한잔 하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 우리가 오늘 정말 잘 배웠다고 하니, 스님도 오늘 정말 좋은 수련
했다하시고, 하는데, 분위기 깨기 선수 B가 한마디를 거드는데....스님이 탁구를 치셔도 되냐고..
그러자 스님..웃으시면서, 당연히 되지요,,스님들도 운동 합니다...족구도 종종 하고요..무예를
연마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니, B가 고개를 끄덕 끄덕 하며...그럼 스님도 이 탁구장에 등록하시지요..
하니 그러고 싶은데,,,스님이 이 지역에 잠시 왔다가 탁구장이 보이길레 들른지라...등록 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라고 B가..스님이 자주 오시면 탁구를 배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아쉽다고
하니, 스님...말씀이.. 탁구도 대화인지라..그저 같이 한게임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고
하시며, 예전에 서화담과 황진이는 시로 서로 대화했다하고, 바둑은 수담이라고도 하는데..탁구로
공을 서로 넘겨주며 나누는 대화 아니겠냐며....탁구가 좋은건..대화를 나누면서 몸도 단련하니..
이렇게 모여서 즐겁게 탁구치면 그곳이 곳 극락이 아니겠냐며 웃으시는데, 무슨 말씀? 이신지
하는 우리 표정에 한마디 더, 하하...이렇게 즐겁게 운동하시는 여러분이 탁구치는 부처님이 아니고
무었이겠냐고 하시며, 그런 여러분들이 계신 탁구장이 바로 극락이라고...사후에 극락에 가려는 것보다..
사는곳을 극락으로 만들고 누리면 더 좋지 않겠냐며...떠날 채비를 하시는데,
이분이 얼마를 드리면되냐길레..우리 모두는 손사레를 치며, 무슨말씀이시냐고...오늘 잘배웠다고..
다음에 또오시라고 하며 배웅..
역시...스님은 스님...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는데...B가 K에게 묻는다..스님이 아까..탁구 치는게
수련이라고 하시던데....K형도 수련하는거냐고 하니...K
뭐..그렇다 할수도 있으려나...탁구를 연습해서 점점 늘어서 고수가 되어가면 점점 더 잘치는
사람들과 시합장에서 경기할 기회가 생기고, 뭐 그러다보면 , 점점더 경기가 주는 압박을 받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속에 놓인 자신을 보며, 내가 이런 성격, 이런 특징,
내 맘속에 이러한 내가 있구나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헤쳐나가는 경험, 그 상황을 즐기는 여유를 느끼다보면,
거기까지 간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하는지라..
더 내면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도 할 수 있는거니까...
그리고 그건 고수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연습해서 발전하면, 안가본 곳을 가는
것이니까, 누구에게나 비슷한 것이라는..연습해서 발전한다는 것은 안가본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랄까...그게 탁구치는 즐거움 중 하나같기도 하고..
댓글목록
여유님의 댓글
여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
햐~ 가슴에 와 닿는 게 너무 많아서 댓글 달려고 옆에 있는 볼펜을 잡았다는..ㅎㅎ</p><p>오고가는 공이 대화하는 것과 같다는 글에서 뭔가를 깨닫고, 극락을 이곳에서 만들면 된다는 말씀에서 또 깨닫고,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안가본 곳을 여행하는 즐거움이라는 말씀에서 또 배웁니다. </p><p>몇 십권의 책을 읽은 것 보다 더 한 마음의 양식을 고맙게 얻고 갑니다. ^^</p>
모레노님의 댓글
모레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p>요즘 걍벽님 글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탁구장이 극락과도 같네요. 탁구장가서 땀흘리다보면 가장 즐거우니 글을 읽으며 많은걸 느낍니다!</p>
드라이브매니아님의 댓글
드라이브매니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p>탁구장이 극락이고 현세를 극락으로 만들어야한다 좋은말씀입니다. </p><p><br /></p><p>탁구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네요</p>
prince님의 댓글
princ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왕조현 주연의 오래된 영화 천녀유혼에서 홍콩 배우 '우마'가 </p>
<p>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외운 주문이 기억나시나요?</p>
<p> </p>
<p>1. 뽀야뽀르미 뽀야뽀르미 뽀야뽀르미</p>
<p>2. 마디마디홍 마디마디홍 마디마디홍</p>
<p> </p>
<p>이중 위의 "뽀야뽀르미" 가 "반야바라밀" 이더군요...ㅋㅋ</p>
<p>북경어는 아니고 광동어인 것 같습니다.</p>
<p> </p>
<p>별 상관없는 얘기해서 죄송합니다.</p>
<p>갑자기 생각이 나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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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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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계속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p>
<p>잘보고있습니다. 걍벽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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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라드님의 댓글
브이라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p>고고탁 오면 항상 걍벽님 글부터 찾아보는 사람입니다.</p><p>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p>
파이터 엣지 김님의 댓글
파이터 엣지 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p>좋은 글 감사합니다^^오늘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p>
넘기고님의 댓글
넘기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p>
<p>나중에 연재기 시리즈를 출판하셔도 되겠네요.</p>
<p>좋은글 계속 부탁 드림니다..</p>
죽장삿갓님의 댓글
죽장삿갓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
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탁구의 신세계가 열리는듯 합니다.이곳이 극락이다.</p>
명수사관님의 댓글
명수사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님도 탁구를 치시느냐?에사족을 달면
고스톱 치는 스님을보고 스님도 고스톱을 치시냐고 물으니'스님은 안치고 중은 칩니다'스님의 답변인지 딴사람의 말인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