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탈출] 50대를 위한 공방 연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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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며 탁구장 문을 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후끈한 훈련 열기.
오늘은 즐탁하고 맥주 한잔이 땡기는 날인데 이따가 운동 마치고 맥주 한잔하자고 해봐야겠다는 생각.
몇 게임을 하고 휴게실로 와서 보니, 한쪽 구석에서 K가 B와 C를 포함한 몇몇 회원님들과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커피 한잔 빼들고 구석으로 향했다.
보니 며칠 전 2부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했던 것을 거울삼아 각자가 보완할 점을 이야기하는 듯.
이들이 이야기하고 연습하는 것을 중계하자면, 처음에 연습하는 부분은 백핸드 비껴치기 기술.
상대의 백사이드에서 나의 백사이드로 대각선으로 넘어오는 공을 상대의 포핸드 쪽으로 비껴치는 방법.
쉐이크핸드 기술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이 기술은 상대방과 백핸드 쇼트 싸움을 할 때, 공을 상대방 포핸드 쪽으로 빼버릴 때 사용할 수 있고, 상대가 공격을 해올 때 방어하면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서로 백핸드 쇼트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비껴치기를 시도해서 공을 상대방 포핸드 쪽으로 빼버리면 상대는 따라가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간다 해도 이미 포핸드 쪽으로 몸이 치우치게 되어, 내가 다시 공을 상대의 백핸드 방향으로 밀어 버리면 상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태가 된다. 쉐이크핸드의 매우 유용한 기술중 하나. 반드시 익혀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할 점은, 반대의 경우도 늘 생각해서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상대방의 비껴치기에 당했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를 연습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백핸드 쇼트 싸움을 하다가 상대가 먼저 나의 포핸드 쪽으로 공을 빼버리면 나 역시 공을 따라가서 쳐야 한다. 그런데 그 공을 편하게 따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 조건은 백핸드를 칠 때 잔발을 움직여 주는 것이다. 임팩트 직후에, 심하게 말하면 공중에 떠서 임팩트 하는 기분으로, 잔발을 움직여서 상대가 내 포핸드 쪽으로 민 공을 따라갈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따라갔다 해도 늦을 수 있다. 대체로 늦는다. 그러면 그 경우에는 테이블 아래의 공을 회전이 잔뜩 들어간 루프 드라이브로 쳐올려야 한다. 네트를 살짝 넘어가게 치면 더 좋다. 이때 공의 회전의 정도를 달리해서 칠 수 있으면 좋고, 공을 치는 방향을 들키지 않을 수 있으면 더 좋다. 공이 테이블 아래에 있어서 상대방은 내가 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점은 나의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바꿔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공이 어디로, 어느 정도의 회전으로 올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B와 C가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B는 풋워크가 좋아서 따라가기도 잘 따라가고 치기도 잘 치는데, 세기 조절이 문제인 듯. C는 움직임이 좀 둔하고 포핸드가 약해서 고전하는 듯.
다음으로 연습하는 것이, 백핸드 쇼트를 하다가 돌아서서 공격하는 경우를 대비한 훈련.
쇼트를 하다가 돌아서서 공격하는 것을 연습하는데. 흠, K가 말해주는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이렇다.
백핸드 쇼트 싸움을 하다가 내가 먼저 돌아설 경우에 사전 작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단다. 사전 작업이라는 것은 돌아서기 전에 내가 어떻게 치느냐 인데, 내가 돌아서려는데 상대가 공을 나의 포핸드 쪽으로 빼버리면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따라서 돌아서기 전에 내가 칠 때 다음 공이 나의 백 사이드 쪽으로 반드시 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사전 작업이다.
대략 두 가지로 보면, 공을 치는 박자를 반박자 빨리해서 상대가 당황해서 얼떨결에 나의 백쪽으로 보내게 하는 방법이 있고, 상대의 백 쪽으로 더 깊숙히 쳐서 역시 상대가 나의 백 사이드 쪽으로 공을 보내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이 부분은 상대방 특성에 따라 다르므로 그때그때 잘 파악해야 한다.
특히, 상대의 백 쪽으로 더 깊숙히 치는 경우, 공이 상대방의 백의 사이드라인 쪽으로 오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공을 나의 포핸드 쪽으로 밀기가 만만치 않다. 나의 포핸드 쪽으로 민다고 해도 나의 가장 먼 포핸드 쪽으로 오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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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은, 서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데, 상대방의 백핸드 사이드라인 쪽으로 향하는 나의 하회전 서브를 상대방이 나의 가장 먼 포핸드 쪽으로 보내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하회전 서브 후 돌아서서 포핸드 드라이브로 공격하려는 작전이라면 이 코스로 하회전 서브를 하는 것이 하나의 요령이 될 수 있다.
결국, 내가 어떤 공격을 한다는 것은 그 공격을 할 수 있는 공이 온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공이 오도록 사전에 작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상대방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선수에게는 내가 백핸드에서 반박자 빠르게 쇼트를 하면 상대방이 틀림없이 공을 내 백 쪽으로 보내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나의 포핸드 방향으로 공을 빼버리는 선수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의 플레이를, 상대의 실력을, 상대의 기술을 보는 눈이다.
그래서, 상대에 따라 상대에게 통하는 기술과 작전을 가지고 내 플레이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득점 작전을 상대가 금방 파악해 버릴 수도 있다. 가령 대회에 출전해서 경기를 하면 나의 탁구는 한눈에 간파당한다. 왜냐하면 나의 탁구를 파악하는 것은 상대방 선수도 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상대방 벤치에서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상대방 벤치는 상대의 코치일 수도 있고, 1부 선수일 수도 있다. 하여간 상대방 응원단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 나의 탁구를 파악할 것이기 때문에 나의 탁구는 한눈에 파악 당한다.
그래서 같은 작전이 계속해서 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상대가 내 작전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내가 반박자 빠른 쇼트 후 돌아선다는 것을 상대가 파악하고 대비해서, 내가 반반자 빠른 쇼트를 하면 상대는 그 공을 내 포핸드 쪽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탁구의 가위바위보 게임이다. 상대가 가위 낼 때 나는 주먹 내면 이기는 것이다. 이것이 탁구의 수싸움의 단면이다.
상대가 나의 반박자 빠른 쇼트 후 돌아서는 것을 대비한다면, 돌아서지 않고, 상대가 나의 포핸드로 밀어버린 공을 따라가서 드라이브 공격을 할 준비를 하면 상대의 의도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 입장에서는, 공이 반박자 빠르게 오거나, 백 쪽 으로 깊숙이 오는 경우, 상대가 돌아서는 필레이를 할 수 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상대방을 보고, 공을 보낼 코스를 결정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역시 탁구의 공격과 수비는 동전의 양면이다. 내가 어떠한 패턴의 공격 연습을 수행 했다면, 반대로 상대가 그러한 공격 패턴으로 나올 때 당하는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공격과 방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여기까지의 훈련 모습을 보다가 곁에 노교수님이 계시기에, 이 모든 것이 시합장에서 발휘가 되어야 할 것인데 그것이 과연 어떨는지 걱정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그렇지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가진 기술이 아무리 많아도 실전에서 사용해야 자기 기술이지요. 100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10가지만 사용하는 선수와 11가지 기술을 가지고 그걸 다 사용하는 선수 중 누구에게 승산이 있을까요 하시는데.
그렇다. 실전에서 사용하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지 알고 있는 기술이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가진 기술을 실전에서 사용하는 용기, 실패를 거듭하며 마침내 자신의 기술로 만드는 집념, 패배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패기, 그 과정을 즐거워하며 과정이 주는 공부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지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수련이 되는 것인데. 교수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이 자신의 실력이라는 점은, 자신이 사용하는 돈이 자신의 돈이라는 점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벌어들이고 쌓아둔 돈을 자신의 부(富)라고 여기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이 쓰는 돈이 자신의 돈이지요. 쌓아둔 돈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다르지 않고, 벌어들이는 돈은 매일 배우는 기술과 같은 것이니. 결국, 사용하는 돈이 사용하는 기술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제가 보기엔 기부를 하는 분들이 진정한 부자인 것 같습디다. 자신의 부를 타인을 위해서 내놓는 것이지요.
또 그런 면에서, 탁구의 진정한 고수는 자신의 기술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놓고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탁구장에는 진정한 고수들이 많은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
역시, 노교수님이다. 이런 안목으로 우리를 지도해 주시다니. 노교수님 역시 이 허름한 탁구장의 보석 같은 고수님이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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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님의 댓글
시냇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p>잘 보았습니다.</p><p>언제나 많은 교훈이 되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p><p>감사합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