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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장에 들어섰더니 모두 맹훈련 중,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다. 후끈한 연습 열기가 내 온몸에 전해지는 느낌이다. 그럴 것이다. 드디어 내일이 올해 첫 대회가 열리는 날이니까.

탁구장 구석에서 K가 몇몇 회원들과 막바지 훈련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함께 연습했던 회원들이다. B와 C 그리고 몇몇 50대 회원님들.

과연 시합을 대비한 마무리를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커피 한잔 뽑아들고 구석으로 가서 경청해본즉슨.

시합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로 처음에 거론된 것은 서브 실수다. 서브 실수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라는 것. 통상 처음 대회에 출전하는 분들은 심하면 한 세트에 한두 번 서브실수를 하기도 하고, 어떤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서브실수를 하여 경기를 내주는 일도 있는데 서브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처음에 신경 쓸 일이라는.

서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서브를 할 때, 루틴(routine)이 있어야 한단다. 우리가 골프(golf)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퍼팅(putting)할 때, 퍼팅하기 위해 사전에 취하는 정해진 준비동작이 있는데, 예를 들면, 공 뒤에서 어느 방향으로 칠 것인가를 보고, 빈 스윙 몇 번 하고, 공에 다가가 준비자세 취하고, 퍼팅하는 것처럼 탁구도 그런 정해진 동작이 필요하다는 것.

공을 주워온다. 테이블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작전을 생각한다. 공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정지 상태로 잠시 상대에게 보여주고, 상대를 바라보고 난 후, 토스를 하고, 임팩트하는 것이 일반적인 서브의 루틴이다.

특히나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은 서둘러서 경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자신이 이기고 있어서 승기를 계속 이끌고 가려는 상황이 아니라면 서둘러서 경기하는 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고 있다면, 좀 더 느긋하게 경기를 해서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시도를 해주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또, 공을 주우러 갔다 오는 동안 좀 전에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복습하면서, 잘한 플레이면 계속 이어가고, 바람직하지 않은 플레이면 보완할 수 있는 순간적인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좋은 결과를 계속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경기 운영도 필요하다.

보통 탁구를 치는 사람들 의견이, 5부에서 성적을 내려면 4부 강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니까 5부에서 입상하는 선수는 4부에서 쳐도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5부에는 워낙 출전 선수가 많아서 거기서 입상하려면 실력이 월등해야 한다는 의미인 거 같기도 한데.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시합장에서는 평소 2점 정도 차이 나는, 그러니까 자신보다 한 부수 위의 실력을 갖춘 선수와 경기를 해서 이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실 3점 이상 차이나 보이는 상대에게 진다는 것은, 상대는 이미 5부가 아닌 4부의 실력을 갖춘 선수이므로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중요한 핵심은 자신보다 2점 차이 나는, 즉 자신보다 한 부수 아래 실력을 갖춘 선수에게 패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져 보이는 상대에게 패하지 않는 것. 그렇게만 경기해도 그 선수는 이미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발휘한 것이다. 가끔 관중석에서 보면 3점 정도 뒤져 보이는 선수가 상대를 이기는 경기가 있다. 실력이 나아 보이는 선수가 과도하게 긴장한 탓에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경기를 무기력하게 치르는 경우랄까. 아무래도 탁구 기술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실수가 잦고, 경기에 출전해 본 경험도 적고, 경기 운영 능력도 미완의 상태인 선수들이 있어서 예상 외의 경기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부수가 낮을수록, 경기의 흐름을 바꿀 기회가 여러 번 온다고 볼 수 있다. 5부의 경우, 대략 한 세트에 적어도 서너 번은 그런 기회가 온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선수는 시합장에서 스스로 감독이자, 선수이자, 전력분석원 역할을 모두 항상 수행하고 있어야 한다. 경기라는 연극을 지휘하는 연출자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스스로 감독이자 주연 배우이자 스태프가 되는 것이다.

선수는 경기하면서 감독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상대의 특징과 약점을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상대를 보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 능력이 경기 운영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가령 보스 커트만 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와 경기를 하면서, 무리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점수가 뒤져서 힘든 경기를 하거나, 심한 경우 패할 필요는 없다. 대회에 출전해서는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은, 자신이 보스 커트만 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의 실력이라고 해도, 경기 내내 보스 커트만 해서 이기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다음 경기에서도 보스 커트를 해서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다음 경기에서는 다른 기술을 사용해야 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여러 가지 기술에 대한 점검을 해두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보스 커트만 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와 경기를 하더라도, 자신의 서브를 다 사용해 보면서 경기를 해보고, 점수차이를 보면서 자신의 여러 가지 기술을 점검해보는 플레이를 해서 다음 경기에 대비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잘되는 기술과 안되는 기술을 구분하고, 잘되는 기술 위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이다. 안되는 기술을 틈틈이 사용해서 되도록 하여 주는 것도 좋은 작전이다.

토너먼트가 진행될수록 탈락하는 선수들이 나오고 점점 강한 상대와 경기를 치르게 될 것이다. 상대가 강해질수록 경기를 치르기 위해 요구되는 체력 소모가 크다는 점을 주목하자. 자신의 체력 상황을 잘 점검하면서 시합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예선이나 본선 1라운드 같은 시합을 할 때, 자신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와 경기를 할 때는 가능하면 체력을 아끼면서 승리하는 작전이 필요하다.

세트를 시작하면 일단 3:1을 만드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필살기 서브를 활용해도 좋고, 필살 공격을 통해서 3:1을 만들어도 좋다. 일단 시작하면 3:1의 점수로 앞서 나가고, 그 후에는 편한 마음으로 한점 주고 한점 잃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점수차이를 유지하면서 가다가 9:7이나 10:8 상황에서 다시 필살기를 활용하여 그 세트를 끝내면 좋을 것이다.

대략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지켜보시던 노교수님이 덕담을 해주신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훈련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을 거쳤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시합에 출전한다는 것은, 그 시합이라는 경기에서, 우리가 우리의 기량을 발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승패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지요. 승패는 기량발휘 다음의 문제입니다. 승패에 관여하려고 하면, 마음에 욕심이 일고, 그 욕심이 짐이 되어 우리 몸을 짓누릅니다. 우리의 기량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우리 실력을 펼치면 됩니다. 그러고 나면 승패는 부수적으로 정해지는 것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지난 연습과정에 쏟아부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시도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면서 얻은 과정 속의 깨달음이 우리 안에 충만합니다. 내일 시합은 행복한 사람들의 충만함을 도시락으로 준비해서 함께 나서는 소풍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나 역시 내일 소풍이 상당히 기대되는데. 과연 소풍 가는 날 비가 올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