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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논쟁을 확대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구요. 더 이상 이 이슈에 대해서 의견을 표명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제가 한 주장의 핵심을 이해하시지 못하고 논점을 벗어나는 댓글을 다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서 

쉽게 풀어드리려는 목적에서 몇자 적어봅니다. 

1. 주장의 핵심은 다원성을 존중하자 입니다. 

즉,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기는 것이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규칙 안에서 이길려고 노력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핌플은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스포츠 정신이고 다원성을 존중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다원성이라는 개념을 살짝 붙였는데, 결국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소수자들을 관용하고 보호함으로써 집단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원리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흥선 대원군의 예를 들었는데요.. 나치도 그렇고 일본의 군국주의도 그렇고 다원성이 깨지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횡횡하는 "갑질"에 대한 대안이 다원성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라도 망해보고, 독재도 겪어본 국민들이 아직도 다원성의 힘에 대해서,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원칙의 중요성에 대해서 뭐 한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근대 사회 이후 법, 원칙, 규칙들은, 강자들이 악용할 때가 많기는 하지만, 강자의 횡포에서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2. 이면에 깔려진 주장은 6부 이하에서 평면 러버 사용을 의무화한 것은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입니다.

배우는 단계라서 그렇다는데... 그러한 주장에는 "평면러버를 사용해서"라는 전제가 빠져있습니다. 다시말해, 제2의 현정화를 꿈꾸면서 처음부터 "돌출러버"부터 배우겠다는 사람은 생활탁구 대회에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랑 똑같다는 것입니다. 

생각을 이렇게 해보시죠. 처음부터 돌출 반 평면 반 섞여서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면 과연 낮은 부수에서 돌출이 어려울까요? 제가 알기론 평면은 회전을 다루기 위해 존재하는 러버이고, 돌출은 회전의 영향을 덜받기 위한 러버입니다. 어짜피 6-7부에서 돌출은 서브 덜타기 위한 것이지 다른 기술을(평면이라 잘 모릅니다) 어찌어찌 배워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회전을 다루고 싶은 생각과 능력이 없는 분들에게 초보니까 평면만 써야한다는 주장은 너무 일방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전을 다룰 줄 아는 평면이 돌출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것을 저는 아직까지는 못 봤습니다. 

3. 떠나가는 동료들이 안타깝고 탁구 대중화에 걸림돌이 됩니다.

또한, 여성분들과 60대 형님들 이야기를 꺼냈는데... 고수분들에게는 먼 기억 속에 있는 분들이겠지만, 저 같은 낮은 부수의 사람들은 같이 탁구를 시작한 동료들입니다. 저는 40대 중반이라 비교적 젊고 드라이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배우는 것이 즐겁지만, 사실 저도 레슨 받고 연습 두세시간 하면 허벅지가 뻐근합니다. 그래서 여성분들과 60대 형님들은 신체 능력상 참 드라이브 배우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분들도 시합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특히, 같이 배우기 시작한 동료들에게 지는 것은 싫겠죠. 같이 시작한 다른 동료는 드라이브 쭉쭉 뿌리는데 어떻게 열심히 공 속도 따라잡아 라켓을 갖다 대봐도 회전에 공이 번번히 튕겨나니 인상이 좋으실리 없습니다. 결론은 딱 하나입니다. 그만두는 것이죠. 6개월에서 1년 정도 같이 즐겁게 운동을 하시던 분들이 이제 좀 친해졌다 싶을 쯤에 아무말도 없이 떠나시면 저는 괜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그 분들에게 돌출이라도 쓰라고 해볼껄 하는 후회가 가끔씩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보는 탁구장의 현실은 건강을 위해서 탁구치러 왔다가 드라이브 안되서 탁구 그만 두는 것입니다. 

저랑 비슷한 시기에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던 여성분들과 형님들 대략 10명 중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같이 탁구를 하시는 분은 단 한 명입니다. 그래서, 같이 탁구를 즐기시다가 떠난 분들이 핌플 달고와서 저한테 매일 이기신다면 저는 아마 즐겁게 져드릴 것입니다. 

4. 기타 소소한 견해들에 대한 반박...

초등학생 때 커브 금지라... 그런 규칙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몸이 다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팔과 어깨에 무리가 갈까봐 지도자들이 작은 아이들에게는 못하게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때 야구선수였습니다. 5학년 1학기 초까지는 또래 중에는 주전 투수였는데 키가 늦게 크는 바람에 볼도 빠르고 커브도 던지는 아이한테 주전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규칙에서는 돌출 금지를 해제하고.. 지도자의 판단에 따라 돌출 자제를 권유하는 것이 사실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다수결로 하면 "핌플 반대" 쪽이 이기겠죠. 상대방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수로만 밀어붙이는 것을 "다수의 횡포"라고 합니다. 내가 너보다 탁구 오래쳤고 잘치니까 내 말들어라고 하는 것을 "권위주의"라고 합니다. 제 글 뿐만 아니라 많은 게시글들과 댓글들 속에서 제가 납득할 수 있는 "6부 이하 돌출 금지"에 대한 설명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저는 좀 씁쓸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