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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예찬] ...3m 눈빛...추천입니다.

3m의 눈빛

오시열. 제주시교육지원청 장학사

2015년 07월 23일 (목) 제주일보 

짙다. 햇살의 농도가 짙다. 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땀을 흠뻑 흘려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즐겁게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엔도르핀이 솟아나면서 안에서부터 시원해진다.

몇 달 전에 멋진 녀석을 만났다. 요즘은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서로 주고받는 재미도 쏠쏠한데 그 속에서 우리 인생의 의미까지 찾게 해주는 괜찮은 녀석을 만난 것이다. 바로 ‘탁구’다.

사무실 지하에 두 대의 탁구대가 있어 점심시간에 동료들이랑 잠시 또닥거리며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무릎 관절이 실하지 못한 탓에 격한 운동을 못하고 아직도 조심스럽게 운동을 하지만 그 재미는 쏠쏠하다.

탁구는 사계절 어디서나 가능하고 남녀노소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뇌가 활성화되고 판단력과 순발력, 그리고 집중력을 키워주며 특히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해서 요즘 생활체육에서 동호회 인구가 늘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많은 체육 동호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면서 삶의 활기를 넣어주고 있는데, 탁구 또한 이런 관계의 운동이다.

탁구대의 길이는 2.74m. 탁구대를 사이에 두고 3m의 거리에 두 사람 또는 네 사람이 서 있다. 그 거리에서 2.7g의 지름 4㎝의 작은 공을 주고받는다. 이 아주 작은 공이 내겐 큰 배움이다. 주고받음이 가장 빨리 드러나는 운동이어서 인생의 의미를 가장 빨리 깨닫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탁구를 잘 하려면 상대방을 바라보고 끝까지 공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그 공이 어떻게 살아오는지를 봐야하며 살아서 가는 공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집중이 필요하다. 상대의 라켓과 공을 보면서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자신의 라켓에 정확히 맞춰야 한다.

라켓을 맞고 나가는 공은 언제나 정직하다. 내가 보낸 것에 맞춰 상대가 반응한다. 여기서 둥근 공의 위력을 본다. 모든 것이 조건에 따라 드러나고 사라지는 우주적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탁구를 잘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기본기를 익히는 것부터 힘든 일이긴 하지만 땀을 흠뻑 흘리고 난 후 수건으로 땀을 훔치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그 발걸음이 삶을 반추해보게 한다.

인관 관계가 그렇다. 상대를 대할 때는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고 상대의 눈빛을 봐야 한다. 하얀 공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성급하게 다가가거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면 15.25㎝의 네트에 걸리거나 탁구대를 그냥 벗어나 버리는 것처럼 빗나가게 된다.

탁구를 하면서 자꾸 지적받는 것이 여유 없이 다가가는 것이다. 여유와 기다림, 적절한 타이밍이 탁구에서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이 아닌가싶다. 이긴다는 욕심을 버리고 “모든 집중력이 하나가 되어 마치 춤을 추듯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현정화 선수의 이야기가 가슴에 닿는다.

작은 공을 잘 받아서 네트 너머로 넘길 때의 쾌감을 이제 조금씩 맛보고 있다. 성급하게 다가가지 말고 공을 끝까지 보고 기다릴 줄 아는 것, 여유를 가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 공부다. 3m 앞 공의 움직임을 잘 읽는 것은 바로 소통이다.

‘탁구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이긴다’는 명언을 기본기와 함께 배우고 있다. 땀을 흠뻑 흘리게 하면서 기다림과 여유, 경청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멋진 녀석과 함께 이 여름 건강하게 보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