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수출 ‘부메랑 효과’에 떠는 세계최강 한국양궁 ->이동윤 선임기자의 스포츠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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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를 맡아 지도자에서 스포츠 행정가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현정화(42)씨는 1993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과 달리 국가별 출전 인원이 훨씬 많기 때문에 단식에서 우승하려면 보통 16강전에서부터는 세계 최강인 중국선수들을 연속으로 이겨야 가능합니다. 그때문에 남녀 통틀어 세계선수권 단식을 제패한 한국 선수는 아직 현정화밖에 없습니다.
당시 세계랭킹 1위는 ‘마녀’라는 별명의 덩야핑(38·중국)이었습니다. 현정화는 현역시절 한 번도 덩야핑을 이겨보지 못했죠. 그런데 어떻게 세계선수권 단식 챔피언이 됐냐고요? 덩야핑이 싱가포르의 진준홍이라는 선수에게 져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귀화한 진준홍이 ‘마당을 쓸어 준 덕분’에 현정화가 정상에 입성하게 된 것이죠. 현정화가 이렇게 우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계챔피언은 하늘이 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중국탁구가 부메랑 효과에 당하다’라는 상자 기사를 송고한 것도 기억납니다.
중국탁구는 이후 A급 선수의 해외 이주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는데 우승상금이 수억원 대인 자국 프로리그인 슈퍼리그를 창설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요즘 중국의 대표급 탁구선수들은 벤츠, BMW 중에서도 큰 놈으로 타고 다닐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 굳이 외국으로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전 그 ‘부메랑 효과’ 운운했던 그 기사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최근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탁구가 아닌 한국 양궁입니다. 얼마 전 열린 양궁 4차 월드컵에서 한국 기술을 전수받은 선수들이 시상대를 독점했습니다. 남자단체전과 개인전 결승에서 금·은메달을 겨룬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사령탑은 한국인 이기식, 이재형 감독입니다. 또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도 인도와 이탈리아가 맞섰는데 두 팀 모두 한국인 지도자를 모셔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죠. 인도는 지난해까지 이왕우 감독이 사실상 지도했었고 이탈리아 역시 석동은, 박영숙 등 한국 지도자가 대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다행히(?) 4차 월드컵에는 한국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199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이 당했듯 한국 양궁도 부메랑 효과에 우는 일이 그동안 여러 번 있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을 꺾었던 중국은 양창훈 감독을 모셔 한국양궁의 비법을 전수받았었고, 올해 월드컵에서 번번이 한국선수를 꺾어 ‘한국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은 이기식 감독의 애제자입니다. 단체전에서 그동안 대적할 상대가 없었던 한국 여자양궁은 올해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인도에 져 결승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해외로 진출한 한국인 지도자의 제자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마냥 뿌듯하게만 생각할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dylee@munhwa.com
당시 세계랭킹 1위는 ‘마녀’라는 별명의 덩야핑(38·중국)이었습니다. 현정화는 현역시절 한 번도 덩야핑을 이겨보지 못했죠. 그런데 어떻게 세계선수권 단식 챔피언이 됐냐고요? 덩야핑이 싱가포르의 진준홍이라는 선수에게 져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귀화한 진준홍이 ‘마당을 쓸어 준 덕분’에 현정화가 정상에 입성하게 된 것이죠. 현정화가 이렇게 우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계챔피언은 하늘이 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중국탁구가 부메랑 효과에 당하다’라는 상자 기사를 송고한 것도 기억납니다.
중국탁구는 이후 A급 선수의 해외 이주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는데 우승상금이 수억원 대인 자국 프로리그인 슈퍼리그를 창설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요즘 중국의 대표급 탁구선수들은 벤츠, BMW 중에서도 큰 놈으로 타고 다닐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 굳이 외국으로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전 그 ‘부메랑 효과’ 운운했던 그 기사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최근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탁구가 아닌 한국 양궁입니다. 얼마 전 열린 양궁 4차 월드컵에서 한국 기술을 전수받은 선수들이 시상대를 독점했습니다. 남자단체전과 개인전 결승에서 금·은메달을 겨룬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사령탑은 한국인 이기식, 이재형 감독입니다. 또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도 인도와 이탈리아가 맞섰는데 두 팀 모두 한국인 지도자를 모셔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죠. 인도는 지난해까지 이왕우 감독이 사실상 지도했었고 이탈리아 역시 석동은, 박영숙 등 한국 지도자가 대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다행히(?) 4차 월드컵에는 한국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199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이 당했듯 한국 양궁도 부메랑 효과에 우는 일이 그동안 여러 번 있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을 꺾었던 중국은 양창훈 감독을 모셔 한국양궁의 비법을 전수받았었고, 올해 월드컵에서 번번이 한국선수를 꺾어 ‘한국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은 이기식 감독의 애제자입니다. 단체전에서 그동안 대적할 상대가 없었던 한국 여자양궁은 올해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인도에 져 결승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해외로 진출한 한국인 지도자의 제자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마냥 뿌듯하게만 생각할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dy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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