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인천 연수구 시각장애인 축구팀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안마시술소에서 밤샘 근무를 했음에도 공을 차며 활기를 되찾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짙은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장애인을 만났습니다. 이강원(44)씨입니다. 단국대에서 야구선수를 했다는 그는 군 복무 중 베체트병으로 시력을 잃었다고 합니다. 깜깜한 어둠 앞에 그는 인생을 포기했지만 다시 스포츠와 접하면서 살 의욕을 되찾았다고 했습니다. 역도를 시작한 그는 자신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을 보고 나약함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이날 운동장에서 뛰는 장애인 축구선수들을 접하며 “나도 그라운드에서 다시 뛰어 볼까” 하는 생각으로 구경 나왔다고 했습니다.

장애인 스포츠는 영국 의사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가 1948년 2차 세계대전에서 척수장애가 생긴 퇴역 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운동 요법을 도입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그해 하지마비자 26명을 모아 경기를 한 것이 나중에 장애인 올림픽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잘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장애인은 대부분 집 안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열악한 편의 시설 탓이었죠.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점차 발전하고 장애인들도 이제 밖으로 나와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최근 영화 ‘도가니’로 불거진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인 성폭행 사건은 우울했던 옛 기억의 상기입니다만, 기자는 온 국민의 분노가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보여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탁구단이 지난 주말 청각·언어장애 아동 특수교육 기관인 에바다학교 탁구부 13명을 삼성트레이닝센터로 초청, 기술과 전술을 가르쳐 주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삼성탁구단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등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 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탁구 동호인 중에는 유승민 선수와 공 한번 쳐 보는 것이 소원인 사람도 많습니다. 뜻하지 않게 유승민 선수에게 직접 지도를 받고 공을 치게 된 어린 장애 선수들은 최용중 코치와의 수화를 통해 “영광스럽고 떨린다. 나도 탁구를 통해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삼성탁구단의 이 같은 ‘재능 기부’는 받는 사람에게 금전으로 계산할 수 없는 환희를 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애인대회는 물론 일반대회인 전국초등학교대회에서 준우승하기도 한 에바다팀 선수들에게 삼성팀과의 하루는 삶의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유승민 선수는 “그들의 소리 없는 감동에서 오히려 가끔씩 나태해지고 싶은 나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다”며 기부자가 오히려 위안을 받게 되는 ‘기부의 미학’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혹시 압니까. 에바다팀에서 훗날 한국 탁구를 대표할 선수가 나올지. 다른 스포츠팀들도 재능 기부에 동참했으면 합니다.

dy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