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를 잘친다"는 말의 의미를 찾아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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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쎄, 저는 ‘탁구를 잘친다’는 말을 탁구 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의미로 사용하곤 했는데요. 실제로 박형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공의 구질을 정확하게 읽을 줄 아는 눈, 바운드 된 후 날아오는 공을 정확한 지점에서 잡아내는 빠른 발,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게 그려지는 스윙궤적 등에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해요.”
“김형이 좋게 봐줘서 그래요. 게임이 끝난 후 속으로 게임 복기를 하다보면, 제대로 된 자세에서 정확한 스윙으로 득점을 한 것이 많지 않다는 것 때문에 자탄을 자주 하곤 해요. 그것은 게임의 승패와 무관한 자탄이죠.”
“김형의 말에 나도 공감해요. 박형의 스윙 자세는 6년차 순수 생탁인으로서는 정말 탁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박형에게 붙은 ‘레슨 모범생’이라는 별명이 결코 헛말이 아니라고 봐요.”
“최언니가 그렇게 말해주니 어깨가 으쓱해지기는 하는데요...... 그래봤자, 내 실력이라는 것이 4부 껍질을 겨우 벗은 실력밖에는 안 되잖아요.”
“이왕에 이야기판이 벌어졌으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합의한 후 대화를 진행해나가면 좀 더 영양가 있는 대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탁구를 잘친다’라고 할 때 ‘잘친다’는 단어의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잘한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잘한다’는 단어는 다섯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첫째는 옳고 바르게 한다는 의미이고, 둘째는 남보다 낫게 하거나 훌륭하게 한다는 의미이며, 셋째는 익숙하고 능란하게 한다는 의미이며, 넷째는 순편하고 만족하게 한다는 의미이며, 마지막 다섯 번째는 버릇으로 자주한다는 의미가 그것이죠. 이 다섯 가지 의미를 탁구를 ‘잘친다’는 표현에 적용해 보면, ‘잘’치는 탁구에 대한 판단 요소 세 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첫째 의미는 탁구의 기본기 및 자세(폼)와의 관계를 통한 판단 요소를, 둘째와 셋째 의미는 탁구를 치는 대상과의 관계를 통한 판단 요소를, 넷째와 다섯 째 의미는 탁구를 치는 자신 및 자신의 생활과의 관계를 통한 판단 요소를 제시해주고 있지요. 물론 이 세 가지 판단 요소에 배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또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대체로 세 가지 판단 요소에서 얻는 점수의 합계를 통해 ‘탁구를 잘치는 생활인’이 결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