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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를 잘친다"는 말의 의미를 찾아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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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의 ‘즐탁’ 때문에 누군가가 괴로워하고 신경질을 내게 된다면, 내가 즐기는 탁구를 잘치는 탁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박형처럼 매너 좋게 탁구 치는 사람도 드물 텐데, 박형의 탁구 때문에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나요?”

  “김형처럼 부부가 함께 탁구를 치는 사람들은 나의 고민을 잘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박형이 탁구 치는 것과 가정 생활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탁구를 처음 친 것은 대학에 입학한 후, 탁구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였어요. 꽤 열심히 쳤었어요. 졸업과 동시에 시작한 직장생활의 분주함 때문에 탁구를 칠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네 살이고 둘째가 두 살일 때 이삿짐을 챙기다가, 우연히 대학 시절 애용했던 탁구 라켓을 발견하였어요. 묘한 향수 같은 것이 나를 사로잡으면서 다시 탁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요. ‘건강을 위해 탁구를 쳐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는 조건으로 허락해주더군요. 그때 탁구를 치기 위해 17년 동안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어요.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 레슨을 받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한 번씩 탁구를 치는 생활을 2년 정도 했을 때, 아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당신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탁구 가방을 보는 아내의 눈초리가 조금씩 날카로워지더니,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생탁대회에 나가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온전히 탁구와 함께 보낸 후 뒤풀이까지 하고 밤 늦은 시각에 집에 들어갔더니, 내가 ‘낚시 과부가 있다는 말은 익히 들었는데, 자기는 탁구 과부’라고 하면서 화를 냈어요. 찔끔했습니다.”

  “탁구가 다른 운동보다 그래도 비용은 적게 드는 편이지만, 소요 시간은 만만치 않게 들지요. 특히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대회에까지 나간다면 그 시간 투자가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한참 탁구에 빠졌을 때는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보낸 후, 후다닥 집안 정리를 해놓고 탁구장으로 달려갔지요. 점심은 동호회 아줌마들과 함께 탁구장에서 적당히 먹고, 오후까지 탁구 치다가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시각에 맞춰 귀가했어요. 아이들 저녁 해먹이고 학원에 보내면서 다시 탁구장에 와서 두어 시간 라켓을 휘두르곤 했지요. 땀에 흠뻑 젖은 옷을 입고 밤 늦게 집에 들어가면, 남편이 혼자 소파에 쓸쓸히 앉아 리모컨으로 티브이 채널을 바꾸고 있는 모습을 본 경우가 부지기수였어요. ‘저녁에는 이제 그만 나가야지’라는 결심을 많이 했지만, 약간의 시간적 여유만 얻게 되면 탁구 가방부터 챙기게 되는 ‘중독증’을 어찌할 수 없었지요. 당연히 집안일은 건성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만약, 최언니의 며느리가 탁구에 빠져서 그렇게 생활한다면, 용납할 수 있겠어요?”

“쉽지 않을 거예요. 박형은 어때요? 만약 박형의 사위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 고만고만한 아이들 둘을 박형 딸에게만 맡겨놓고 탁구장에서 두세 시간을 보낸다면 좋게 보이겠어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는 참 탁구 행운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자기 자랑하는 것 같아서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내 경우를 말해보죠. 아내를 따라서 내가 탁구를 운동으로 선택한 것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가 나보다 2개월 먼저 탁구를 시작했어요. 그때 우리 아이들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었으니까 부모의 손이 필요 없을 때였지요. 어느 날 아내가 다니는 탁구장에 구경 갔다가 아내와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단 한 세트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완패를 당했어요. 냉장고 바꿀 때 탁구 못 치는 남편을 함께 바꾸려고 할까봐 덜컥 겁이 나서 나도 등록하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요. 지난 4년 동안 일주일에 평균 10시간 이상씩 탁구를 친 것 같은데, ‘탁구 과부’나 ‘탁구 홀아비’의 탄식 같은 것은 우리 부부에게는 없었으니까 참 감사할 일이지요. 아내의 성격이나 내 기질로 봐서 우리 부부가 함께 탁구를 치지 않고 한쪽만 쳤더라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탁구에 투자하기는 어려웠을 거에요.”

  “내가 우리 대화의 서두에서 박형의 탁구보다 김형의 탁구를 더 잘치는 탁구로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김형이 이 탁구장에 와서 탁구를 친 지가 1년이 넘었지요? 그 동안 김형 부부가 함께 탁구 치는 것을 보면서 참 아름다운 탁인들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최언니가 그런 의미로 말한 거군요. 최언니가 나보다 김형이 탁구를 더 잘친다고 했을 때 내심 의아했었어요. 그래도 탁구 기술로 보자면 내가 김형보다는 한 급 위이니까요. 그런데 탁구 치는 것을 가정생활과 연계시켜 보자면, 김형이 치는 탁구가 내가 치는 탁구보다 잘치는 탁구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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