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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조이퐁과 마당쇠의 탁구 놀이 15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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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동우회는 탁구보다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탁구대회에도 거의 안 나갑니다. 탁구도 어지간히 즐기지만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똑딱거리고 노는 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하늘하늘 15년을 지내온 거죠.

그러다보니 나 같은 사람이 거의 10년간을 동우회 고수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회원들 실력이 늘어 도처에서 두드려 맞지만 어쨌든 동우회 최고수 대접을 받던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어쩐지 민망한 일이기도 합니다.

마당쇠란 그 시간동안 사람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 비슷한 것입니다. 탁구 치는 스타일이 마당쇠 탁구라는 말인데 그저 팔딱대며 온통 스매싱이나 드라이브만 해대니까 부산스레 바쁜 마당쇠 같다는 말이지요.

아닌 게 아니라 내 탁구는 순 동네탁구입니다. 조이퐁이 말하길 그립이나 폼을 봐서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실력이랍니다. 탁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긴 너클 서비스를 넣은 다음 무조건 스매쉬하는 것. 그게 나의 탁구였거든요. 그 때는 지금 같은 클럽이나 레슨 분위기도 없었고 고만고만한 친구들 사이에 어떻게든 잘 쳐보려고 바둥거리던 시절이라 나는 어쩔 수 없이 마당쇠 탁구가 되고 만 것입니다.

15년 전, 조이퐁이 우연히 우리 탁구장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신나게 두드려 맞았지요.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선 나름대로 한 탁구 하는 입장이었던 터라 조이퐁은 약간 충격을 먹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함께 동우회 회원이 되었는데 언제부턴가는 나하고 승률 50프로를 다투는 맞수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후 10년간 동우회의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요즘에는 조이퐁을 잘 이길 수가 없습니다. 지난 시절이 가물가물 할 뿐입니다.

조이퐁의 탁구는 나하고 정 반대의 탁구입니다. 스스로 접대탁구라 부르곤 하는데 래리가 좋고 부드러우며 부지런히 쫒아 다니는 탁구입니다. 나 같이 탁구대에 붙어 한 방으로 끝장을 보는 것과는 영 딴판인 것입니다.

어쩌면 성격도 서로의 탁구를 닮았는지 모릅니다. 나는 그저 즐기는 탁구라 이웃 동우회화 교류전이라도 할 때면 낯설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영 승부근성도 없고 게임 중의 심리를 다룰 줄도 모르며 잔뜩 힘이 들어가 퍼대기만 합니다. 그러면 조이퐁이 벤취에 있다가 엄마처럼 등을 두드려 줍니다.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죠.
‘괜찮아 천천이 쳐어~~’
나로서는 그 말이 그렇게 편하고 안심이 되곤 하였습니다.
조이퐁은 이런 저런 일도 잘하고 사람도 잘 챙깁니다. 정말 그의 탁구를 접대탁구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부 고수가 많고 대회에 나가 입상도 하는 동우회도 좋지만 나는 우리 동우회 같은 곳도 좋아합니다. 생업과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서 편안하고 나처럼 게으른 이에게는 탁구를 너무 많이 치지 않는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 조이퐁 같은 고수와 경쟁 한 번 없이 재밌게 탁구를 쳤고 내가 우기면 대충 받아주는 널널한 친구로서 조이퐁이 있어 또한 좋았습니다. 뭐랄까 대충의 동우회, 대충의 탁구, 반면 넘치는 이야기... 바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나의 마당쇠 탁구도 스스로 사랑합니다. 아마추어니까 그런 막탁구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레슨을 받는다 해도 고칠 가망이 없으니 오히려 다행스러운 생각마저 생기지요. 만고강산 아무나 하고 치는 팔딱쟁이 마당쇠 탁구 말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15년이 되었습니다. 내 일이 바쁠 때는 몇 개월 만에 한 번 나타나는 불성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우회는 그처럼 흘러흘러 제 자리에 있었습니다. 내가 알고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연도 많고 일도 많았을 테지만 아마도 그 15년은 우리 동우회의 소탈함과 아마추어성,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는 그 소박함을 사랑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그 특별함 들을 사랑합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던 그 균형을 사랑합니다.
탁구를 사이에 둔 우리들의 그 평범하고도 고된 삶을 사랑합니다.

**

친구여
한 대접의 폐수가 정화되기 위해서는 욕조 6개 분량의 맑은 물이 필요하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네
하면 나는 무엇이었는가
눈만 뜨면 하루를 쏟아내는 내 삶의 폐수들 그 검은 사발들 말일세

젊어서는 몰랐다네. 내 모든 모공에서 흐르는 폐수의 땀방울을 나는 몰랐다네
상처받는 것만 알았지 의식도 못한 채 타인에게 상처 줌은 알지 못했으며
성을 낼 줄은 알았지만 타인의 노여움은 미쳐 깨닫지 못했다네

이제 어찌해야 하나
대접마다 씻어야할 6개 욕조의 맑은 물을 나는 어디서 길어 와야 하나
그저 흐르는 강물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네, 우리는 그 느린 강물 같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었네
한 때는 한 번의 목욕으로, 한 마디의 사죄와 한 폭의 제스츄어로 씻어질 듯 하였지만
그러나 인생은 시간이 아니면 아무 것도 용서하는 법이 없었네
6개 욕조의 맑은 시간이 다 채워질 때까지
내 한 사발 폐수의 땀방울은 흔적도 냄새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지
산다는 것이 폐수를 흘리는 일일진대
삶은 이다지도 오래 기다리는 슬픔이었던 것이네

친구여
이제는 마당쇠의 신명도 저물어 가더군
세월이 불러온 근육의 허약과 신경의 더딤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는가
얼마 전엔 그 악명 높은 나의 오지랖 그립마저 바꿔 쥐었다네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삶의 채찍만이 몰아세울 수 있는 일 아니었겠나

날씨 예보는 성급한 여름을 협박 하였지만
이 찬란한 계절의 여왕은 아직도 봄의 요염으로 서럽다네
용서하여 시간을 기다려야지
용서하여 시간을 기다려야지
부지런히 시간의 강물을 쌓아, 그 맑은 강물을 쌓아
나는 한 푼이라도 내 폐수의 때를 벗겨
그래, 촌각의 평화라도 나는 기꺼워 할 걸세
저 빈 아스팔트와 자전거 도로에서 숱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 진정 촌각의 평화라도 기꺼이 통곡할 것이네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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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님의 댓글

no_profile 유학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왔다 갑니다. 감사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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